키워드로 본 코로나19 대응③
#박능후 #정은경 #공공의료 #2021
“승격 됐지만 힘 못쓰는 질병관리청”
“공공의료 강화? 공공성과 관료성 구분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예년과는 다른 새해를 맞았다. 희망이나 기대로 설레는 기분으로 새해를 맞은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번아웃(burnout), 코로나블루 같은 단어가 더 익숙한 시대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되며서 방역 정책의 허점도 드러나고 있다. 이에 청년의사는 코로나19와 싸워 본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응 전략을 재점검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은 지난 5일 신년특집으로 진행된 청년의사 유튜브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은 청년의사가 선정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패널: 권복규 이화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

6분부터 시작합니다. 청년의사 유튜브채널 K-헬스로그에서 보시면 키워드별 타임 스탬프가 표시돼 있습니다.

#박능후 #정은경 #공공의료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신설됐고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 인력 확보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모두 ‘K-방역’이라고 불리는 코로나19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3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K-방역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고 그 원인은 정치가 방역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 빠진 복지부 복수차관제

이재갑: 박능후 전 복지부 장관 이후 상황이 더 답답하다. 복지부 1차관에 이어 보건의료 분야를 전담하는 2차관도 행정고시 출신이 임명됐다. 2차관이 행시 출신이면 장관은 감염전문가나 최소한 보건의료인, 현 코로나19 상황을 타개할 만한, 보건체계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임명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복지부 장관과 1·2차관 모두 행시 출신이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다. 복지부가 장관이 정치인이면 차관이 행시 출신이거나 장관이 의사면 차관이 행시 출신이거나 했는데 3명 모두 행시 출신이다.

이혁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씩 나오는 상황에서 복지부 장관이 경제를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본인의 위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발언이다.

권복규: 정부가 순수하게 방역에만 신경을 쓰고 올인했는가, 다른 부분에 대한 관심도 개입됐는가를 봐야 한다. 경제와 치적,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홍보 효과에 대한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사심이 들어가면 방역을 망친다. 어떻게든 확진자와 사망자를 줄이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다른 부분이 곁들여 지니까 유능한 장관이나 공무원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복지부 장관이나 2차관에 그 누구를 앉혀도 특별한 역할을 했을까 싶다. 긍정적인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정재훈: 보건복지부에 아직까지 보건과 복지가 붙어있는 게 문제의 시작과 끝이라고 생각한다. 예방의학과 사람한테 환자 보라고 시킨 격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와중에서 수장을 바꾸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청년의사는 지난 5일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를 통해 전문가들을 화상 연결해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의사는 지난 5일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를 통해 전문가들을 화상 연결해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질병관리청 승격됐지만 권한은 제자리걸음

강양구: 시민들은 코로나19 방역의 상징으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보고 있다. 하지만 정 청장이 정부 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너무 제한적이다. 실제로 그 안에서 알력도 있는 걸로 안다. 질병관리청장이 더 많은 권한과 힘을 가졌더라면 상황이 조금 더 나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을 서포트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압박을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우리나라 방역의 안정성이나 시민의 기대감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권복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굉장히 좋은 의사 출신 관료다. 문제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미국의 경우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장이 잘 안 보였다. 대신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계속 보였다. 파우치 소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행정부와 싸워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전문성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복지부나 질병관리청에 최고의 전문가를 앉혀놓는 게 아니고 복지부 내에서 다양한 업무를 겪은 제너럴리스트 공무원이 올라간다. 때문에 행정부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파우치 소장은 전문성 하나로 NIAID를 수십년 동안 이끌어 왔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 내에는 그럴 사람이 없다. 트라우마도 있다. 지난 메르스(MERS) 사태 때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놔두고 전문가들부터 날렸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질병관리청장이나 복지부 장관으로 간다고 해도 우리나라 제도를 극복하기 어렵다.

정재훈: 특정 영역, 특정직에 대해서는 개방형 직위를 써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학자나 연구자는 정치력이 없어도 되지만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력은 재능보다는 의지의 문제인 것 같다. 청의 권한이나 후진 양성, 역할을 위해 정 청장이 조금 더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이혁민: 정치가 방역을 침범하니까 질병관리청도 제대로 힘을 못 쓴다.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돼 덩치는 커졌는데 그에 따른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업무는 늘어났는데 사람은 없다. 여기에 정치적인 압력이 오다보니까 힘들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치가 방역을 침범하는 것을 미국에서 보고 안타깝다고 했었는데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이후에는 그닥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일들이 없어야 한다(관련 기사: 전국민 신속항원검사로 신뢰 잃은 슬로바키아 정부, 한국도?).

공공의료 강조하지만 기존 공공병원 지원은 미미

정재훈: 공공의료가 확충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지금 우리 의료제도의 공급 구조를 혁명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형성이 되어있고 병원이나 의원이 다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우리나라처럼 민간의료 위주의 공급이 이뤄지는 나라에서 공공의료인력 공급을 위한 마지노선이 공공의대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대부분 민간의료 주도로 의료공급이 이뤄지지만 공공의대와 비슷한 조직에서 감염이나 재난 지원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김현수: 공공성과 관료성은 구분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공공성은 그동안 관료성이었다. 공공성이 갖고 있는 책무성이 없어서 공공성을 비난해 왔는데 국민들은 공공성 자체를 선하다고 생각하는 오해를 하고 있다. 경남의료원이 없어진 이유는 공공성 때문이 아니라 사실 관료성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성에 대한 논의를 국민들과 다시 해야 한다. 좋은 공공성에 대해서 다시 얘기를 해야 한다.

이혁민: 공공성을 담당하는 기관이 별도 의료기관이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기관도 건강보험으로 강력하게 조정되는 기관이고 필요하면 행정명령을 내려서 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 다른 나라 민간의료기관과 같은 상황이 아니다.

정부는 국립의대나 의료원과 같은 기관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공공의대에 대한 논의가 약한 부분이 있다. 제대로 된 지원을 하고나서 공공의료를 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많이 받는 서울의료원만 봐도 알 수 있다. 서울의료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원도 없었고 추가적인 장비 지원도 제한적이어서 많이 힘들어 했다.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기보다 기존에 갖고 있는 자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게 먼저다. 그 이후 새로운 기관을 설립한다거나 확장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청년의사 신년특집 코파라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인류가 전염병에 굴복한 역사는 없다"며 전세계가 공조하면 코로나19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의사 신년특집 코파라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인류가 전염병에 굴복한 역사는 없다"며 전세계가 공조하면 코로나19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류가 전염병에 굴복한 역사는 없다

이혁민: 전세계적인 상황에서 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하는 게 맞다. 최근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변이가 나왔다. 언론에서는 변이의 전파력이 높아진 측면만 얘기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변이 속도를 뛰어넘는 것들이 출현했다는 의미도 있다. 기존 진화속도를 뛰어 넘는 변이가 몇 번 나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이런 변이 바이러스가 더 퍼지기 전에, 바이러스가 자연계로 갔다가 다시 인간에게 퍼지는 일이 오기 전에 극복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선진국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져서는 안된다. 전세계가 공조하고 협조해서 올해 가을에는 어느정도 코로나19가 극복되길 바란다.

정재훈: 올해 동절기 전까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다 끝내야 하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조금 긍정적으로 보는 게 오는 2월부터 코로나19 백신이 들어오는데 의료진이나 고위험층에 접종이 시작되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재평가할 수 있다. 위험집단이 완벽히 보호가 된다면 그때부터는 위험이 낮은 집단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될 것 같다.

강양구: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프로젝트가 성공해야한다. 전지구적인 집단 면역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으로는 한계가 있고 (보관·유통이 쉬운)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 등이 성공해서 대량 생산되고 올해 상반기에는 전 세계에 보급돼야 코로나19를 이겨낼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좀 더 길게 백신의 면역 지속기간이 유지되면 올해 겨울은 작년 겨울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권복규: 그동안 인류는 전염병에 의해서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굴복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두창이나 결핵, 나병이나 흑사병 등 수많은 전염병이 덮쳐왔는데 결국은 이겨냈고 20세기 들어서는 우리에게 많은 무기들이 생겼다. 길게보면 낙관적이다. 코로나19도 결국에는 극복하지 않겠는가. 다만 거기에 갈 때까지 불필요한 희생과 사망은 최소화하면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찾느냐가 중요하다. 항상 위기는 다른 사회로 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 우리의 오랜 경험을 반추하면서 정부 혹은 의료계, 국민 모두 어떻게 이런 뉴노멀의 시대를 살아가야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아까운 생명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으면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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