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코로나19 대응① #3단계
‘경제’ 강조하며 격상 꺼리는 정부
전문가들 “타이밍 놓쳤다” 비판
“의료체계 부하 줄일 방법은 있나”
낙관론엔 “방역당국 오판하는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예년과는 다른 새해를 맞았다. 희망이나 기대로 설레는 기분으로 새해를 맞은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번아웃(burnout), 코로나블루 같은 단어가 더 익숙한 시대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되며서 방역 정책의 허점도 드러나고 있다. 이에 청년의사는 코로나19와 싸워 본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응 전략을 재점검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은 지난 5일 신년특집으로 진행된 청년의사 유튜브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은 청년의사가 선정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6분부터 시작합니다. 청년의사 유튜브채널 K-헬스로그에서 보시면 키워드별 타임 스탬프가 표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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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 널: 권복규 이화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요구는 전문가집단에서 먼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아 의료체계에 심각한 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3차 유행이 거센 상황에서도 정부는 2.5단계만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새해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연착륙 시킬 상황을 경착륙시켰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급증하는 코로나19 환자로 인해 의료 현장은 허덕이고 있지만 방역 당국은 낙관론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필요한가?
이재갑: 정부는 올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경제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특별방역 때문에 문제가 되는 업종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부 헬스클럽은 정부 방역 지침에 항의하기 위해 문을 열기도 했다. 오히려 3단계로 올려서 행정조치의 근간을 제대로 마련해 놓고 그 상황에서 지원책들을 강구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특별방역을 시행하면서 생겼던 문제에 대해서 보완작업을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서 세밀하게 업종별로 작업하지 않으면 대응하기 어렵다.
강양구: 방역당국이 계속해서 ‘연말연시 연휴가 지나고 방역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우리가 충분히 감당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어 걱정이다. 감염 재생산지수가 약간 줄고 신규 확진자 수가 다소 감소한 날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방역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감염재생산지수는 어떤 샘플을 모아서 하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다. 서울이나 전국 요양병원, 구치소에서 발생하는 집단감염 관련해서는 역학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역학조사 결과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 때문에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고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고 일상생활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황에서 이런 수치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 4일부터 본격적으로 일상생활에 복귀하면 앞으로 일주일 후에는 어떤 양상을 보일지 모른다.
또 시민들이 지쳐가고 있다. 하루 1,000명 정도 나오는 확진자 수에 둔감해지는 것 같다. 600명, 700명이 적지 않은 숫자인데도 우리가 감당할 만한 표준적인 숫자라고 느끼게 된다. 긴급한 방역이 필요하다고 얘기해도 시민들한테 먹히지 않을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종합해보면 방역당국이 심각한 오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된다.
정재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결정할 때 일주일 평균 확진자 수와 감염재생산지수를 보는데 두 지표 모두 현재가 유행의 정점인지 알 수 없다. 감염재생산수도 유행이 끝난 후에 후행하는 지표다. 정부 당국자가 메시지 줄 때는 국민에게 1주나 2주 기다려달라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가 곡선의 정점이라 말하는 것은 내려와봐야 아는 거라서 그런 메시지가 나가는 건 조심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빠르게 강화하고 안정된 시점에서는 천천히 단계를 내려가는 게 궁극적으로 봐서 가장 부하를 줄이는 방법이다. 이런 이론적인 이야기를 저항감 없이 현장에 얼마나 적용하느냐는 어려운 얘기다.
권복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렸을 때 우리가 얻을 효과가 뭐가 있는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때 그 다음에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일관된 기준이 없다. 하루 신규 확진자나 중환자는 몇명이 나오는 게 방역 목표인지, 그 단계를 넘어서면 단계를 올리고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그 다음엔 뭘 하겠다는 일관된 메시지가 없었다.
이재갑: 사실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 단계 격상의 의미는 정점을 빨리 찍고 빨리 감소하는 효과를 보는 게 목표다. (하루 신규확진자) 1,000명이 아닌 600명, 700명 이렇게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을 때 3단계로 올려서 정점을 떨어트리는 게 목표다. 지금이 정점이라고 해도 이미 1,000명이 넘었다. 우리가 남산 올라갔다 내려가는 건 금방이지만 북한산이나 백두산은 더 오래 걸린다. 강하게 조이고 빨리 떨어트려서 전반적인 경제 활동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 것인지, 천천히 조여서 늦게 정점에 올라가고 더 늦게 떨어지는 걸 감수할 것인지를 물었던 것이다. 경제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늦게 했지만 결과적으로 2.5단계 기간만 훨씬 늘어난 상황이 됐다.
권복규: 현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정도로만 이해된다. 확진자 수는 검사 건수와 연동되지 않나. 우리는 이미 여러 나라의 상황을 보고 있다. 어느 정도 검사를 했을 때 어느 정도 확진자가 나오는지 그런 지표를 가져와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여기까지라는 것을 만들기 어려운가.
이재갑: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할 때 중요하게 반영하는 부분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규모가)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가이다. 이미 (일일 신규확진자) 600명, 700명, 1,000명이 넘어갈 때 중환자실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그래서 왜 준비를 안 했느냐로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비판 받았다. 지금은 어느정도 적재상황이 해결됐지만 한 템포 늦었다. 의료체계가 감당 하지 못하는 사인까지 나오는데도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지 않았다. 정부차원에서 단계를 조정하는 약속을 어긴 상태다.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하냐를 고려하겠다고 해놓고서 감당 못하는 상황이 오니까 그제서야 확충을 해서 간신히 상급종합병원 병상 얻어내서 올려놓은 상태다. 늦었다.
이렇게 늘려놓은 코로나19 병상들은 기존 중환자실 병상을 뺏어온 것이기에 다른 중환자들이 입원 못하는 상황이 나온다. 연착륙 시킬 상황을 경착륙 시킨 셈이다. 이미 지난 상황이니까 비판이 의미 없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잘해야 한다.
강양구: 힘든 시기가 또 반복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시민은 피해를 입고 방역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의료체계는 부담을 받는 상황이 3~4월까지 악순환처럼 반복될 것 같다. 왜 이런 식으로 밖에 할 수 없는지 답답하다.
김현수: 한국은 국민의 자발성이 높은 반면에 정부 지원이 없고 영국과 독일은 국민의 자발성은 낮은데 정부의 지원은 많은 편 같다. 또 국민을 설득하는 능력은 영국이 상당히 높은데 시민의 협조가 잘 안 된다. 우리 국민이 협조하고 있을 때 정부가 경제적으로 재난지원을 빨리 했으면 방역단계를 높여도 국민이 더 협조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정부가 우리 국민의 높은 참여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타이밍을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제 국민이 저항하고 있다. 정부가 또 설득해야하는 정치적인 절차를 가져야 한다. 설득이 안 되면 혼란스런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혁민: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한 것은 리더십의 선언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위기에 있으니까 우리의 행동을 어느정도 제한하자는 선언이다. 정부가 이 선언의 단계를 만들어놓고 스스로 지키지 않고 있다. 리더십이 무너졌다. 그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에 대한 통제와 제어가 불가능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3단계로 올리는 명분을 찾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현 단계를 유지하기도 애매하다.
우리 병원 같은 경우 정부 행정명령으로 중환자 병상 25개를 마련해서 코로나19 중환자 11명, 준중환자와 경증환자 9명이 들어와 있다. 여기에 투입된 의료 인력이 70명이다. 전체 병상의 1%로 중환자 병상을 유지하려면 전체 의료인력의 5~10%가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다른 환자를 진료할 인력이 줄어든다. 이걸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확진자 증가세를) 빨리 떨어트려야 하는데 리더십에 문제가 생기니까 여러 가지 방역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초부터 단계를 격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졌는데 경제 얘기를 하다 이런 상황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