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연합회-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루타테라 시판 허가 촉구 기자회견’
“긴급도입의약품 및 희귀의약품 지정된 루타테라, 식약처가 신속히 시판 허가 내려줘야”
희귀질환인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이 유일한 치료제인 방사성의약품 ‘루타테라(성분명: Lutetium(177Lu) oxodotreotide)’ 시판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는 11일 오전 오송 식약처 정문 앞에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 치료제인 루타테라 시판 허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질환인 신경내분비종양은 췌장·위·소장·대장 등 신경내분비세포에 생긴 암으로 방사성의약품인 ‘루타테라(성분명: Lutetium(177Lu) oxodotreotide)’가 유일한 치료제지만, 상당히 고가다.
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루타테라는 종양 부위만 표적해 방사선량을 증가시킬 수 있고 종양 이외의 부위는 건드리지 않아 치료효과가 기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에 비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11월이 돼서야 식약처에 수입품목 허가가 신청됐고,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심사가 진행 중으로 시판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고가인 루타테라의 약제비가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루타테라 주사를 맞을 수 있는 프랑스나 미국의 경우 1회 주사 시 약 2,600만원이 소요되며, 일반적으로 4회 치료를 받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의 경우 1사이클을 돌게 되면 1억400만원 이상의 약제비를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신경내분비종양 환자 100여명은 지난 2018년부터 루타테라와 유사하지만 보다 저렴한 성분의 방사선의약품인 ‘루테슘-177 도타데이트(lutetium Lu 177 dotatate)’ 주사를 맞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원정치료를 떠나고 있다.
이후 식약처장이 해외 원정치료를 오가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의 현실을 고려해 지난해 11월 28일 루타테라를 ‘긴급도입의약품’으로 지정했으며, 이어 12월 2일에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지만 비용부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행자 입국을 전면 금지하면서 말레이시아 해외 원정치료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의 치료길도 막혀 버렸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극히 일부 환자들만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루타테라를 구입해 치료를 받고 있지만 고액의 루타테라 약값을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긴급도입의약품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루타테라에 대해 식약처는 시판 허가 절차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며 “루타테라에 대해 식약처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시판 허가를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했다.
이들은 “신경내분비종양 환자 100여명이 고액의 약제비 때문에 말레이시아로 해외 원정치료를 떠나야 하는 참담한 현실을 2년 동안이나 방치한 한국노바티스와 식약처의 무책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들은 식약처가 루타테라 시판 허가를 내리고 한국노바티스가 건강보험 급여화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면 환자들이 약제비 5%만 부담하고 루타테라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식약처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이 더 이상 해외 원정치료와 고액 약값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인 루타테라에 대해 신속히 시판 허가를 내야 한다”며 “한국노바티스도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바티스의 루타테라는 지난 2018년 1월 26일 미국 FDA로부터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양성 위장관 췌장신경 내분비 종양(GDP-NETs)을 가진 성인 환자를 치료하는 방사성 의약품으로 승인 받았다.
식약처는 루타테라에 대해 지난해 12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고, 노바티스는 3상 임상시험을 하는 조건으로 2상 임상시험 결과만 가지고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품목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