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 재난적 지원 받지 못해 치료비만 억대
환자단체연합회 “희귀·필수의약품센터 통해 구입한 루타테라, 지원 받을 수 있어야”

희귀질환인 신경내분비종양 환자인 A씨는 최근 값비싼 치료제에 대한 부담으로 한 숨이 늘고 있다.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질환인 신경내분비종양은 췌장·위·소장·대장 등 신경내분비세포에 생긴 암으로 방사성의약품인 ‘루타테라(성분명: Lutetium(177Lu) oxodotreotide)’가 유일한 치료제지만, 상당히 고가다.

의료계에 따르면 루타테라 370MBq/ml 1회 주사 시 약 2,600만원이 소요되며, 일반적으로 6~10주 단위로 4회 치료를 받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의 경우 1사이클을 돌게 되면 1억400여만원의 약제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에 A씨와 같은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은 루타테라와 성분이 유사하지만 보다 저렴한 ‘루테슘-177 도타데이트(lutetium Lu 177 dotatate)’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 마저도 국내 도입되지 않아 치료를 위해서는 말레이시아로 원정치료를 가야 하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루테슘-177 도타데이트' 주사제 치료를 받고 있는 신경내분비종양환자(사진제공: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더 큰 문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외 출국이 어려운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의 치료길도 막혀 버리게 됐다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긴급도입 의약품으로 루타테라를 지정하면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해 치료 받을 수 있지만 억대의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A씨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긴급도입 의약품으로 지정한 루타테라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받아 구입할 수 있다고 듣고는 약제비 2,600만원을 지불하고 치료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루타테라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으로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고는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한 루타테라에 대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긴급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을 촉구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게 환자단체연합회의 지적이다.

루타테라는 프랑스 방사성의약품 제약사인 ‘어드밴스드 액셀러레이터 어플리케이션즈(Advanced Accelerator Applications, AAA)가 개발한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로, AAA가 지난 2017년 노바티스에 합병된 이후 2018년 미국 FDA로부터 승인 받았다.

식약처는 루타테라에 대해 지난해 12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고, 노바티스는 3상 임상시험을 하는 조건으로 2상 임상시험 결과만 가지고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현재 품목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식약처장이 지난 월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에서 임상시험을 하도록 승인한 내용은 진행성 GEP-NET 환자에서 루타테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제3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4개 병원에서 진행 중인 루타테라 임상시험은 희귀의약품 지정에 따른 후속 절차인 3상 임상시험에 불과하다”며 “현재 2상 임상시험이 완료돼 식약처 품목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고 긴급도입의약품으로 지정받아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구입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들은 “따라서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한 루타테라 약제비에 대해서도 연간 최대 2,000만원과 개별 심사를 통해 1,000만원을 추가 지원해 최고 3,000만원 한도에서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또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환자중심으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재난적 의료비 상한액인 2,000만~3,000만원을 지원받은 환자가 7명, 3,000만원 지원받는 환자는 9명에 불과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설계와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연간 3,000만원까지 선별급여·예비급여·비급여 의료비를 지원하는 보편적 개념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신청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6개월 경과 후 더 이상 지원받을 수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단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관련해 그간 제기됐던 여러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환자중심에서 재셜계해야 한다”며 “문재인 케어 추진과정에서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라는 본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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