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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데이터세와 유연한 인센티브로 균형 잡힌 의료산업 육성 필요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부교수
  •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부교수
  • 승인 2019.12.11 12:35
  • 최종 수정 2019.12.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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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산업혁명에 250년이나 지각했지만, 전쟁의 아픈 폐허에서 시작해 짧은 기간동안 정신없이 발전해왔다. 이런 우리 앞에는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도전이 있다. 특히, 최근 초연결사회를 화두로 인공지능, 바이오혁명, 공유경제, 자율주행차, 3D 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은 이런 지각을 만회할 수 있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

매킨지 보고서(2019)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 2025년까지 14조∼33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생산성 향상의 동력이 된다.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기존의 지능형 기술과는 달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은 영상, 음성 등 특정 영역에서 인간에 준하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기술이 보여주는 사람 수준의 인식률, 빠른 속도, 피로를 느끼지 않는 특성, 100% 재현성 등은 임상현장에서 의료진이 온몸으로 버티는 24시간 모니터링, 야간 진료, 실시간 대응 등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지금의 의료 시스템을 발전시켜서 환자 치료에서 향상된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의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미래가 밝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은 한국의 바이오 경쟁력 순위가 2009년 15위에서 2018년 26위로 급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소위 의료 분야는 이해 당사자가 많아 합의가 힘든 상황이다. 또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과 환자 데이터를 이용한 소수 기업의 영리화 우려 등이 있다.

이런 문제들은 의료 현장에서는 민·민 갈등으로 표출된다. 해결책은 원격의료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난해 보인다. 이런 갈등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민간의 수준이 높아진 현대 사회에서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관점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에 대한 합의가 민간의 수준을 넘어서는 사회 인프라 구축이나, 민간이 하기에는 긴 호흡이 필요하거나,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지금의 관성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정부가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정보화 사회를 대비한 전국민 컴퓨터 교육이나, 초고속 인터넷망 조기도입 등의 사례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큰 성과를 보여온 것도 민관이 협동해서 잘 대비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발전에 동반되는 민·민 갈등은 대부분 약자가 손해를 감수하는 식으로 해결되어 왔다. 그러나 사회가 고도로 발달돼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헬스케어처럼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경우에는 예전과 같은 강압적인 방식의 해결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위기는 기회’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장점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주민등록번호로 전국민 단위의 환자를 추적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이다. 소위 빅5 병원의 환자정보를 모으면, 중중질환의 50% 이상에서 추가적 비용 없이 코호트를 구축해 빅데이터와 딥러닝 연구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단일보험체계는 이런 합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강력한 토대이다. 이 건강보험 재원 중 정부가 보조하는 것은 국세(14%)와 국민건강증진기금(6%)이다.

이런 의료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연구와 그 활용을 위해서는 빠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과거 의료데이터를 일일이 동의를 받아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환자의 개인식별 우려가 없는 조건에서, 국가차원의 데이터 활용 기구를 만들어 기존의 병원 데이터를 가치 있게 활용하는 시도에 대해 심사를 하고, 이 심사를 통과한 데이터로 만든 인공지능 의료기기는 담배에 부과하는 것과 같이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데이터세(tax)’로 거둬, 건강보험을 강화해 환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자신의 데이터를 비식별조건에서도 공유하기 싫은 개인은 옵트아웃(opt-out) 형태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되, 대신 건강보험 인센티브도 주지 않으면 된다. 또한, 지금부터 생성되는 의료데이터에 있어 옵트인(opt-in) 형태로 동의를 받는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하고, 의료정보 손상 없이 비식별화 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이런 의료세금에 대한 논의는 약간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빌게이츠가 제기한 로봇세나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 인구를 줄이기 위해 2016년부터 각국에 권고한 설탕세 등이 이미 있다. 특히 설탕세는 영국, 노르웨이, 프랑스 등 30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또한, 의료인공지능 연구 및 활용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데이터세(tax)’를 통한 재원으로 과감히 병원과 의료진, 그리고 산업계에 유연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의료보험 제도에서는 최초 신약이나 의료기기에 대해서 의학적 가치가 인정되면 보험에서 독점적이고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 이런 신약이나 의료기기가 의료를 발달시켜 더 좋은 의료시스템을 만들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시장에 경쟁자가 나타나게 되면 더 높은 가격의 한시적 인센티브를 지불한다. 왜냐하면, 이런 경쟁이 기존의 시장을 성숙시키고 유연하게 만들어서, 훨씬 더 좋은 의료환경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외국계 재료회사가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소아 심장수술용 인공혈관의 수가를 삭감하자, 우리나라에서는 팔지 않겠다고 하여 생긴 소동을 보면, 의료시장에서의 이런 유연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경쟁 제품이 나오면 기존 수가를 반으로 깎아 버린다. 이런 시스템은 경쟁 제품을 개발하려는 민간의 의지를 없애버린다.

결론적으로 ‘데이터세(tax)’를 기반으로 한 국민건강보험 강화 및 유연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의료 산업을 균형 있게 육성하고 국민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및 보장성 강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부교수  webmaster@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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