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파멜즈주' 임상재평가 연장
중앙약심서 '전공의 부재' 직접 언급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임상시험 현장에도 실질적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가 '헤파멜즈주(성분명 L-아스파르트산-L-오르니틴)'의 임상재평가 자료 제출기한을 12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임상시험 차질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임상시험 현장에도 실질적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임상시험 현장에도 실질적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최근 공개된 중앙약심 회의록에 따르면, 다수의 위원들이 "전공의 부재로 인해 피험자 입원이 원활치 않았고, 환자 모집이 지연됐다"고 언급했다. 한 위원은 "전공의 복귀로 연장 기간 내 환자 등록이 가능할 것"이라며 파업 영향이 해소돼야 시험이 정상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다른 위원은 "병용금기 약물과 높은 치료 기준 탓에 환자 모집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공의 파업으로 당직 부담이 커졌다"며 "전공의 복귀로 이전보다 모집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위원 8명 전원이 연장 타당성에 동의하면서 해당 품목의 임상재평가 자료 제출기한은 1년 연장됐다. 식약처 역시 "임상시험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시 시험기관 추가를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해당 의약품의 임상재평가 제출기한 연장을 넘어, '헤파멜즈주' 임상시험 현장에 미친 '의정 갈등-인력 공백'의 영향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작년부터 이어진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주요 상급병원 임상시험이 지연되거나 신규 과제가 보류된 사례가 잇따랐는데, 헤파멜즈주 임상재평가의 연장 결정은 이러한 현실을 제도적 문서로 드러낸 셈이다.

한편, 올해 9월부터 시작된 전공의 복귀로 임상시험이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선 연구자들은 여전히 인력 공백과 환자 모집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선발률이 전체적으로 59.1%에 그쳤으며(모집인원 대비), 수도권 대형병원인 이른바 '빅5' 병원들에서는 전공의 복귀율이 70∼80% 수준인 반면 지방 및 비수도권 병원에서는 절반 수준으로 현저히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복귀 인력이 대형병원 중심으로 쏠리고 있는 점은, 애초부터 상급병원 등에 집중돼 있던 임상시험 수행력이 이번 의정사태로 인해 더욱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임상시험 인프라의 중앙집중 및 의료인력 구조의 취약성이 이번 사태로 인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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