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기기 인사이드 ③]웰트 강성지 대표
"DTx, 약처럼 '업데이트되는 치료제' 될 것"
국내 디지털치료기기(DTx) 시장이 ‘허가 이후’의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현재까지 7개 제품이 DTx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실제 처방 건수는 미미하다. 이른바 ‘DTx 데스밸리’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청년의사는 전문가와 함께 DTx 산업의 현주소를 짚고 기업별 사업 전략을 심층 분석한다.
디지털치료기기(DTx)가 허가 문턱을 넘으며 본격적인 시장 확장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DTx 기업 웰트가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기반으로 산업 판도를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웰트 강성지 대표는 최근 청년의사와 만나 "내년 7월까지 슬립큐(SleepQ) 처방 1만건을 달성해 디지털 치료제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DTx는 생태계를 혼자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업계와 함께) 표준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DTx는 직접 병원에 처방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면에서 환자를 설득해 처방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의사는 진료 환경에서 늘 바쁘고, 환자는 DTx가 생소하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우리는 환자가 먼저 알고 찾아오는 구조를 만들었다.
-최근 비대면 플랫폼을 활용해 DTx 처방 환경을 넓히고 있는데.
비대면 진료플랫폼과 연동이 쉽지만은 않다. 비대면진료 플랫폼도 제각각이고, 진료 차트 구성도 다양한다. 모든 시스템과 일일이 연동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때문에 우리는 기존 의료 생태계를 건드리지 않고, 환자가 진료비 영수증을 촬영하면 자동 로그인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약 처방과 마찬가지로 공통 서식 기반 처방 구조를 만든 것이다.
-왜 비대면 진료플랫폼을 활용한 전략을 택했나.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알고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DTx에 적합하다. 대면 진료에서는 의사가 갑자기 설명을 시작해야 하고, 설명이 길어져 현실적으로 어렵다.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정보를 보고 스스로 예약하기 때문에 자발적 의지 기반 진료가 가능하다.
-독일처럼 약 처방 방식을 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나.
병원마다 의료기록 등 차트는 달라도 처방전은 표준 포맷이 있다. 우리 역시 이러한 원리를 그대로 적용했다. 의사가 처방을 내고 환자가 진료비 영수증을 촬영하면, 인공지능(AI)이 병원명, 환자명, 날짜, 처방 정보를 읽고 치료를 활성화한다.
굳이 병원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없다. DTx 생태계에도 약관 같은 표준화된 처방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처방 환경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한독과는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오랫동안 협업을 이어 왔다. 구체적으로 어떤 협업이 이뤄지고 있나.
약과 환자 사이에는 항상 간극이 있다. 제약회사는 약을 만들고,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지만, 두 지점 사이의 행동과 습관 등 관련 데이터를 직접 다루기는 어렵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이러한 간극을 메울 수 있다고 본다.이런 이유로 제약사와 우리의 협업은 자연스럽고, 질환에 따라 디지털치료기기를 활용해 기존 전통적인 약물 영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수면장애에 이어 섭식장애 솔루션을 두 번째 적응증으로 택한 이유는.
인간 기본행동인 수면과 섭식은 밀접하다. 불면증을 다루며 얻은 행동·인지 데이터와 치료 구조를 섭식장애에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었다. 운동, 수면, 식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동의학 영역을 일관성 있게 확장할 계획이다.
산술적인 파이프라인 확장보다는 업데이트가 될 수 있다는 DTx의 특성에 맞게 개발 전략을 가져갈 것이다. 약에서도 개량신약이 있듯 기존 슬립큐의 업데이트 버전도 지속적으로 내 놓을 것이다. AI와 사용자 데이터 기반으로 치료 알고리즘을 지속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데.
기존 것을 모방하는 제네릭 방식으로 해외 진출하는 것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한국에서 기능적으로 우위 입증한 뒤, 독일에서 임을 진행하고 해외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글로벌 제약사와도 '디지털 융합 의약품' 형태로 협업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DTx를 통해 약을 더 잘 쓰게 만드는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