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병협 ‘치료재료 재처리제도 도입 공동 심포지엄’ 개최
식약처 “내부에서도 논의 안해…산업계 입장 고려 등 필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대한병원협회, 대한수술감염학회와 공동으로 '안전한 치료재료 재처리제도 도입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실적으로 일회용 치료재료 재처리제도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청년의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대한병원협회, 대한수술감염학회와 공동으로 '안전한 치료재료 재처리제도 도입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실적으로 일회용 치료재료 재처리제도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청년의사).

일회용 치료재료 재처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다시 한번 나왔지만 정부는 현 시점에서 제도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대한병원협회·대한수술감염학회는 지난 4일 서울 포스코타워 역삼에서 ‘안전한 치료재료 재처리제도 도입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일회용 치료재료 재사용 방지를 위한 수가 개선을 권고했지만 실질적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이후 2015년 다나의원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사건 등이 발생하며 2016년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을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이 이뤄졌다. 2020년에는 모든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을 전면 금지토록 의료법이 개정됐다. 이후 의료계 내에서 급여기준 및 보험수가 현실화 필요성을 본격 제기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일회용 치료재료 재활용을 무조건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재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 세척·소독·멸균의 현실 및 한계’를 주제로 발제한 병원수술간호사회 노연호 학술이사는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기구 ▲재처리 품질 표준화 부족 ▲투자-보상 불균형 등으로 인해 안전한 재처리가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 이사는 ‘재처리 수가’ 신설은 물론 안전한 치료재료 재처리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수행할 전문기관을 설립·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석환 전 대한수술감염학회장은 ‘재처리제도 동향 및 향후 예측’을 주제로 발제하며 법적 제도 개선을 통한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합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은 합법화를 위해 ▲환자안전을 위한 원칙 마련 ▲재사용 과정 관리와 사후 확인 등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의료비용 감소 ▲보험재정 건정성 확보가 가능하며 ▲의료 관련 폐기물 감소 및 재활용 증가 산업의 발전 ▲신흥 아시아 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 전 회장은 일회용 채료재료 재사용 합법화를 통해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사회 분위기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병협 박진식 제2정책위원장은 ‘재처리제도 도입전략 및 고려사항’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재처리·재사용 치료재료는 재처리와 성능 검증 과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없는 경우 환자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폐기물 증가와 자원 낭비를 최소화 해 의료시스템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고 재처리 관련 산업 육성 시 외화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재료 재처리제도 도입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는 ▲일회용 치료재료 재사용 금지 규정에 맞는 합리적인 보상체계 구축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체계적인 재처리 관리제도 구축 ▲의료기관·제조사·환자단체 등 이해 당사자의 참여 유도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 구축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박 위원장은 ▲치료재료 제처리제도 도입 위한 공감대 형성 및 계획 수립 ▲법과 제도 정비 및 인프라 구축 ▲시범사업 시행 및 평가 ▲제도 확대 시행 ▲제도 고도화 및 지속 관리라는 로드맵을 제언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회용 치료재료 재처리제도 도입은 현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성홍모 의료기기정책과장은 “(일회용 치료재료 재처리제도 도입에 대해) 식약처 내부에서도 논의하거나 결정한 사항이 없다. 내부 부서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며 “논의라도 시작하려면 우선 (식약처) 내부 입장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용 치료재료 재처리제도 도입을 위해) 법적으로 관련 법령이 세개가 동시에 개정돼야 하는데, 비슷한 시기에 법 세개가 한번에 개정되는 것은 어렵다”며 “실무적인 측면에서 보면, 새 영역을 관리하기 위해선 조직·인력·예산이 필요하다. 미국은 (일회용 치료재료 재처리제도) 관련 인력만 2,000여명이지만 우리는 식약처 관련 인원 전체가 2,000명 수준이다. 무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성 과장은 “허가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미 일회용으로 허가한 제품을 다시 재처리 제품으로 허가하는 모순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문제도 있다. 법을 개정하더라도 관리는 고시와 지침 수준에서 정리해야 하는데, 관리가 만만치 않다”고도 했다.

또 “안전관리 측면에서 보면 재처리는 애초에 공정에 들어가는 치료재료 각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처리과정도 다 다르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품질시스템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계 입장도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성 과장은 “만약 일회용 치료재료 재처리제도가 도입되면 현재 치료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판매량 감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처리 제품이 유통과정에 들어온 후 공급관리 측면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현 허가제도에 편입시켜 시행할 수도 있겠지만 규제당국, 소비자, 산업계, 환자단체 등 이해당사자 간 합의와 논의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김남효 사무관은 “일회용 치료재료 재처리제도 도입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도 여러번 논의가 됐지만 아직도 여러 선결조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급여를 위한 수가 반영을 위해서도 여러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대표로 참석한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일회용 치료재료 재활용이) 환자에 어떤 이익을 주는지 명확하지 않다. 환자에게 (재활용 치료재료라는) 정보를 주는지 여부, 동의 여부 등도 문제인데,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재활용 제품들을 보면 당연히 재활용 제품이라는 정보를 소비자에 줘야 한다. 치료재료가 예외가 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처리제도가 도입된다면 재활용을 전제로 한 수가 조정이 필요하다. 한번 사용했을 때를 가정한 수가가 두번, 세번 사용했을 때 어떻게 돼야 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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