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불응 고위험 NMIBC에 유전자치료제·약물전달장치 희귀약 지정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조기 방광암 환자의 치료 전략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
식약처는 지난 12일 유두종 유무에 상관없이 상피내암(CIS)을 가진 BCG-불응 고위험 비근침습성 방광암(NMIBC) 치료에 두 종의 치료제를 각각 희귀의약품과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번 지정에는 미국에서 방암광에 최초 유전자 치료제로 승인된 '나도파라진피라데노벡(미국 제품명 Adstiladrin)'과 현재 미국에서 신속심사를 받고 있는 방광 내 지속방출형 약물전달장치인 'TAR-200'이 포함됐다.
특히 TAR-200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에서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에 대한 심의 의견이 갈렸음에도 불구하고 지정이 이뤄졌다.
먼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유전자치료제 '나도파라진피라데노벡'은 미국에서 2022년 12월 FDA 승인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국내 희귀의약품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TAR-200'은 젬시타빈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는 기기형 제제로,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비근침습성 방광암(NMIBC)은 방광 점막에 국한된 초기 방광암으로, 전체 방광암의 약 70~80%를 차지한다. 이 중 고위험군은 재발 및 침윤 가능성이 높은 상피내암(CIS)이나 다발성 고등급 종양을 포함하는데, BCG 주입요법이 1차 치료로 쓰이지만 약 30~50%의 환자는 결국 수개월 내 재발 혹은 불응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후 표준 치료는 근치적 방광절제술이지만, 환자 부담이 큰 수술이기에 보존적 치료 수단에 대한 수요가 지속돼 왔다.
'나도파라진피라데노벡'은 비복제성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인간 인터페론 알파2b 유전자를 전달, 방광 상피 내에서 직접 단백질을 발현시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FDA 승인 근거가 된 임상시험(NCT02773849)에서는 상피내암(CIS) 포함 BCG 불응 NMIBC 환자 98명 중 51%에서 완전반응(CR)을 확인했고,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9.7개월, 12개월 유지율은 46%에 달했다.
'TAR-200'은 젬시타빈을 방출하는 실리콘 장치를 방광 내 삽입해 수 주간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약물전달 시스템이다. 기존 점적 방식과 달리 시술 한 번으로 항암 효과를 지속시키며, 환자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
최근 미국비뇨기과학회(AUA 2025)에서 발표된 글로벌 2b상 임상 SunRISe-1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근치적 방광절제술이 불가능하거나 이를 거부한 환자를 포함한 코호트2(Cohort 2) 환자군(총 85명)에서 TAR-200 단독요법은 82.4%의 완전반응(CR)을 달성했으며, 이 중 52.9%는 1년 시점까지 재유도 요법 없이 반응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2개월 시점 방광 보존율은 86.6%에 달해, 근치적 절제술 없이도 질병 통제가 가능한 치료 옵션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TAR-200의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최근 식약처가 공개한 중앙약심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들 간 의견은 팽팽히 갈렸다.
'단순 제형 변경은 지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임상순응도가 떨어진다'는 반대 의견과, '기존 치료 대비 현저한 유효성 개선이 확인됐다', '방광절제술 회피에 대한 대안으로 임상적 의의가 크다'는 찬성 의견이 맞선 것이다.
결국 식약처는 혁신적 전달기전과 실제 임상적 유의성을 고려해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존슨앤드존슨 제약부문 국내 법인 한국얀센은 "이번 희귀의약품 지정을 통해 TAR-200의 임상적 가치를 인정 받아 기쁘다"며 "현재 치료옵션에 제한적인 특정 고위험 비근육 침윤성 방광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방광 내 약물 전달 치료법이 제공될 수 있도록 신속한 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국내에서는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유일하게 BCG 불응 NMIBC에 허가받은 면역항암제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반응률은 41% 내외로 제한적이며, 면역 관련 이상반응 관리가 필요하다.
반면 '나도파라진피라데노벡'은 국소 면역유도형, 'TAR-200'은 항암약물 직접 전달형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치료기전을 지니며, 키트루다와의 병용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때문에 향후 두 치료제의 도입은 국내 치료 패러다임에 큰 전환을 불러올 전망이다. 특히 방광 보존 전략 확대와 삶의 질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치료제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다만 고가 치료 비용과 제형 특수성, 보험 등재까지의 과정은 또 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