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간호계가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 주도권을 놓고 갈등 중인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교육과정 표준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박혜린 간호정책과장은 지난 21일 피스앤파크 로얄홀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에 따른 진료지원업무 제도화 방안 공청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박 과장은 “교육과정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는데, 핵심은 앞으로 (진료지원 간호사 관련 교육을) 정부에서 승인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여러 전문가 단체가 모여 우선 표준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만들어진 표준안을 통해 (교육을) 이행하는 기관을 복지부가 승인하는 형태로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 과장은 표준안 정착 후 이행 기관 지정·평가·관리업무는 특정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했다.

박 과장은 “표준안이 만들어지고 이를 이행하는 기관 지정·평가·관리업무는 전문 기관으로 위탁할 수 있다”며 “이와 관련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체계를) 만들어가면서 여러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 논의하는 과정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의료계와 간호계는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체계 주체를 놓고 상반된 주장을 이어갔다. 의료계는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을 간호계가 전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 박진식 제2정책위원장은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관리는 한 곳에서 할 일이 아니다. 여러 직종이 모여 표준안을 만들고 여러 협회가 같이 교육해야 하며 누가 할 것이냐를 두고 논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각 영역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특화해 교육과정을 만들고 피교육자가 선택하게 하면 교육의 질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진료지원 간호사제도는 근본적인 교육의 부재와 비체계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며 “국제 기준과 비교할 때 현재 한국의 진료지원 간호사제도는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에 있어 위험하고 무모한 실험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간호계가) 이들의 교육 주체 역시 간호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것은 억지에 가깝다”며 “의사의 업무를 위임하거나 보조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의 주체는 의사여야 한다. 교육 과정 설계와 운영, 평가 전반에 걸쳐 의사가 중심이 돼야 한다. 그 기반 위에서 간호사와의 협력을 통해 안전한 교육체계를 함께 구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정의석 교수는 “의사들은 간호학을 인증할 수 없고 간호사들은 의료기기나 의료법 관련 학문을 인증할 수 없다”며 “때문에 복지부에서 인증하고 관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은 간호를 규정하지만 결국 의료 전반을 다룬다. 의료 전반의 대상은 환자기 때문에 더 광범위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진료지원 간호사들이) 다양하고 넓은 분야의 교육을 받아야 간호사 업무를 향상시킬 수 있고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김충기 정책이사는 “지금 (진료지원 간호사를) 누가 어떻게 교육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료지원 간호사에게) 어떤 행위를 위임해야 하는지도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현재 전담간호사 교육은 체계적이기보다는 선배 경험 전수에 의존하고 있다. 표준화된 교육체계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간호계는 대한간호협회가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간호사회 김정미 회장은 “진료지원 간호사제도 핵심은 표준화된 교육과 교육의 지속적인 발전”이라며 “하지만 지난 시범사업 과정을 보면 진료지원 전담 간호사에게 어떤 교육과 훈련이 지원되고 있는지 아무런 감독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협은 복지부 위임을 받아 교육과정의 기획, 운영, 모니터링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며 “이는 이미 지난 2년간 (진료지원 간호사) 시범사업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체계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 목동병원 윤영란 전담간호사는 “처음 전담간호사(진료지원 간호사)를 시작했을 때 교육과정 자체가 없었고 선배가 만든 족보가 유일한 가이드라인이었다”며 “간호부가 교육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병원 상황상) 교육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간협이 주관한 진료지원업무 교육을 받은 것은 다행이었다”며 “정부가 올바른 전담간호사를 정착시키려면 병원에서 알아서 하겠지라는 태도를 그만두고 전담간호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대한전담간호사회를 중심으로 한 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