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 관련 유전자 최초 발견
국내 연구진이 행복과 정신장애 사이에 유전적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해당 유전자를 새롭게 찾았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융합의과학원 원홍희 교수와 안예은 연구원, 정진영 전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현 국군구리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 연구팀이 주관적 행복도와 정신장애 사이에는 유전적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5일 밝혔다.
주관적 행복도는 스스로 느끼는 행복과 삶에 대한 만족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는 개인행동과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약 40%가 유전적 요인으로 결정된다.
이에 연구팀은 낮은 행복도가 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와 관련 있다는 점에 주목해 행복과 정신장애 간 유전적 연결고리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정서 조절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유럽인 약 65만명과 한국인 약 11만명 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요 우울증 ▲양극성장애 1·2형 ▲조현병 ▲불안장애 ▲거식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강박장애 ▲뚜렛증후군 ▲알코올사용장애 ▲대마초사용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알츠하이머병 등 14개 질환과 주관적 행복도 사이 유전적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울증 ▲양극성장애 1형 ▲조현병 ▲거식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대마초사용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주관적 행복도와 유전변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정신장애에 영향을 주는 유전변이 상당수가 주관적 행복도와 관련 있다고 했다. 이에 정신장애를 겪는 환자들이 약물 등으로 증상을 조절하고 치료하더라도 주관적 행복도를 개선하기 어렵고 다시 병이 악화되기 쉽다고 했다. 특히 우울증과 연관 있는 유전변이 중 93%가 주관적 행복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주관적 행복과 정신장애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도 새롭게 찾았다. 유전자 ZMYND8, LINC02163이다. 이 유전자들은 정신장애와 관련 깊은 뇌 부분인 기저핵, 전두엽, 소뇌 반구, 편도체, 해마 등에서 주로 발견됐다.
원 교수는 “주관적 행복도와 정신장애 간 밀접한 유전적 연관성을 재확인했다”며 “행복에 대한 유전적 조성을 규명하는 것은 정신장애에 대한 원인을 발견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명 교수는 “정신장애를 치료한 후에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이런 잔존증상은 정신장애 환자 삶에 대한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라며 “정신장애와 행복 간 연관에 대해 분자 수준에서 기전을 밝힐 수 있다면 이런 환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Polygenic overlap between subjective well-being and psychiatric disorders and cross-ancestry validation’이란 제목으로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 최근호에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인 중견연구지원사업,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인 연구지원사업, 네이버 디지털 바이오 혁신 연구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