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간호노동 실태조사 발표
의정 갈등 이후 PA 38.5% 추가 배치도

전국보건의료 산업노동조합이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현장증언대회를 열어 간호사 노동 실태와 처우 개선을 주장했다(ⓒ청년의사).
전국보건의료 산업노동조합이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현장증언대회를 열어 간호사 노동 실태와 처우 개선을 주장했다(ⓒ청년의사).

간호사들이 의정 갈등 이후 근무 환경이 더 열악해졌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오선영 정책국장은 1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제54주년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현장증언대회’에서 간호사 2만9,271명 응답을 기반으로 한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로 보는 간호노동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매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해 왔는데, 이번에는 의정 갈등 전후 간호 인력의 업무량 변화에 따른 노동환경 변화를 비교했다.

실태조사 결과, 의정 갈등이 본격화된 지난해 2월 이후 간호사들의 ‘의사 인력 부족’에 대한 인식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간호사는 의정갈등 이전인 2023년에는 82.6%였지만, 2025년에는 87.4%로 4.8% 늘었다.

또 의정갈등 이후 업무량에 대한 부담과 업무 부적절성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의정 갈등 이후 업무량이 늘었다’, ‘내가 담당하는 업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업무도 처리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각각 64.7%, 63.3%로 높게 나타났다. 또 ‘내 권한과 책임을 벗어나는 타 직종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도 전체 절반을 넘은 55.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의정 갈등 이후 진료지원인력(PA) 배치도 늘었다. 실태조사에 응한 전체 간호사(2만9,271명) 중 PA 업무 담당자는 4,239명이었는데, 이 중 의정 갈등 이전에 배치된 PA는 61.5%로 나머지 38.5%는 의정 갈등 이후 추가 배치된 인원으로 조사됐다.

PA 간호사들은 의사를 대신해 ▲수술, 시술 동의서 받기(42.2%) ▲의무기록 작성(23.8%) ▲의사 처방(44.1%) ▲시술, 드레싱(49.9%) ▲면담·상담을 하고 의사를 항의나 불만을 들음(59.8%) 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업무가 늘어난 간호사들의 ‘번아웃’(소진) 비율도 높았다. 직무소진 평가에서 간호사의 72.3%가 ‘내일 출근하기 싫다’고 응답했으며, ‘육체적으로 지쳐있다’와 ‘정신적으로 지쳐있다’는 응답도 각각 75.9%, 67.8%로 높았다. 특히 이번 조사에 응한 간호사 10명 중 6명(59.7%) 가량은 ‘자주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느낀다’며 번아웃을 호소했다.

실제로 사직 의향도 높았다. 최근 3개월 내 사직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간호사가 70.9%로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사직을 고려하는 이유로는 48.9%가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 강도를 꼽았다. 낮은 임금 수준도 26.6%를 차지했다.

오선영 정책국장은 “의정 갈등이 시작되는 날부터 의사를 대신해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면 항의와 불만 사항을 듣는 일이 극심해지고 있다. 의정 갈등 이후 진료나 수술 연기 혹은 취소 등 모든 업무 연락을 간호사들이 하고 있다. 1년 넘게 이런 고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칙적인 교대근무는 바라지도 않는다. 일단 한번 나온 근무표라도 한 달 정도 지켜지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며 “의정 갈등 속에 결원이 발생했는데 인력 충원이 제때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오 정책국장은 “대다수 직종은 임금 수준을 이직 고려 사유로 보고 있지만, 간호사들은 열악한 노동 조건과 노동 강도 때문에 그만두고 싶어한다”며 “임금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환경에서 적절한 노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