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전문가들, 3·4기 유방암 환자의 NGS 선별급여 개정 요구
환우회 "검사비 부담으로 인한 치료 기회 박탈…두고 볼 수 없어"
현재 암종별로 차등 지원되고 있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이하 'NGS') 검사 선별급여에 대해, 유방암도 폐암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대한암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한 '유방암, 생존율 개선과 사회경제적 손실 최소화 방안 논의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한국은 2017년 NGS 검사에 대해 세계 최초로 선별급여(혈액암 6종, 고형암 10종, 유전성 질환)를 적용했으며, 2019년에는 지원 대상을 확대해 혈액암 6종 및 전체 진행성 고형암 3, 4기(본인부담률 50%)와 6종 외 혈액암 및 고형암 1, 2기(본인부담률 90%)에까지 급여를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선별급여에 대한 재평가 이후 2023년 12월을 기준으로 NGS 검사에 대한 급여 기준을 대폭 수정했다.
비소세포폐암을 제외한 모든 진행성 고형암과 6대 혈액암, 유전성질환에서 본인부담률을 80%로 상향 조정하고, 이 외 산정특례 암환자에서의 본인부담률을 90%로 적용하는 등 기존 지원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당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NGS 검사의 운영 현황을 분석하며 전문가 자문과 임상적 근거 축적 수준, 표적 치료제 활용 현황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재평가에 참여한 암 전문가들은 해당 결정을 '시대 역행적 사고'라고 비판하며 자문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에 심평원은 추후 재평가 주기(3~5년)가 아니더라도 임상연구 등을 통해 치료효과성 등의 근거가 확인되면 본인부담률 하향 조정을 위한 신속 검토를 진행할 수 있다고 답하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날 정책 토론회에서 암 전문가들은 유방암에 대한 NGS 급여 기준을 폐암과 동일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 4기 유방암 환자들의 NGS 검사에 대한 본인부담률을 50%로 축소해야 한다는 것.
그 근거로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석아 교수는 지난 7년간 서울대병원에서 시행한 유전자 패널 검사의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국소 진행성 혹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 522명의 검사 결과를 통해 환자의 40~60%가 치료 가능한 변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 환자들이 기허가된 표적 치료제나 임상시험 신약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때 생존률이 향상된 결과를 제시한 것이다.
해당 데이터는 작년 8월 21일 대한암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CRT)' 온라인판에 게재된 바 있다.
임석아 교수는 "NGS 결과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전체생존기간(OS)이 2년에서 5년까지 연장됐다"며 "NGS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최대 60%에서 적절한 표적 치료제가 있는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급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는 정밀의학 구현에 있어 NGS 검사의 역할과 다른 나라에서의 NGS 급여 현황을 설명하며 현행 급여 기준의 개정을 촉구했다.
박경화 교수는 "정밀의학을 통한 암 치료는 세계적 추세이자 표준"이라며 "유전체 프로파일링은 정밀의학의 첫 관문"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환자별 암종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치료 효과와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효율 증대와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다는 것.
박 교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임상 가이드라인이 진행성 암에서 유전체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며 "NGS 검사에 대한 급여 적용 시작은 한국이 빨랐지만 급여 수준은 완전히 역전돼, 현재 미국과 일본, 유럽 다수의 국가에서 공공보험으로 NGS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더 심각한 것은 미국과 한국의 4기 유방암 환자의 예후 차이가 젊은 환자에서 더 극명하게 갈리고 있고, 이는 적절한 표적 치료를 받지 못한 결과"라며 "NGS 검사를 통해 치료 기회를 찾아주는 것은, 한정된 시간을 가진 진행암 환자에게 우리 사회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최승란 회장 역시 국내 암 전문가들 의견에 힘을 보탰다.
최승란 회장은 "NGS 검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 축소가 유방암 환자들에게 무겁게 다가온다"며 "암 환자에게 NGS는 '검사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닌 '살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최 회장은 "NGS 검사비 부담이 치료 기회를 박탈하는 지금의 현실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유방암 환자들에서 NGS 검사에 대한 본인부담률을 폐암과 동등한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