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병원 34명 피부과 전문의로 구성…난치성 피부질환 치료·연구 망라
첫 사업으로 '소아 중증 난치성 피부질환 연구 네트워크 구축사업' 추진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소아 및 청소년기는 계속 성장하는 과도기적 단계로 질병의 종류, 양상, 치료에 대한 반응이 성인과 다르기 때문에 성인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때문에 단순히 체중을 기준으로 용량을 줄여 치료했다가 기대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소아감염, 소아내분비, 소아신경, 소아심장, 소아신장 등 10개 세부분과 전문의를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도, 대한피부과학회에도 소아피부를 전문으로 하는 분과학회는 없다. 국내 어린이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병원이 8곳에 달하지만 소아피부과를 개설한 곳은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경북대병원뿐이다.
이에 피부과 의사들을 주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소아피부를 전문으로 하는 연구회가 설립됐다. 지난해 10월 결성된 '소아피부과학연구회'가 그 주인공이다.
전국 25개 대학병원 34명의 피부과 전문의들이 모였다. 소아중증난치성 피부질환 네트워크를 구축, 진료부터 연구, 교육에 이르기까지 소아피부 질환에 대한 통합관리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는 게 연구회의 목표다.
소아피부과학연구회는 그 첫발로 '소아중증 난치성 피부질환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하고 지난 12일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이 연구는 세종충남대병원, 부산대 산학협력단,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산학협력단,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이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하며, 연구과제 총괄책임은 세종충남대병원 피부과 김현정 교수가 맡았다.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정 교수는 "소아피부질환은 성장기 아이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질환임에도 현재 우리나라는 소아피부질환 관리체계가 없어 전문진료에 한계가 있다"면서 "연구회에서는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통해 전국적으로 산재돼 있는 환자 정보를 데이터화해 장기 추적을 가능하게 하고, 치료근거가 부족했던 Off-label 약제에 대한 소아 맞춤 연구 활성화, 의료접근성 격차를 해소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소아피부질환은 수포성표피박리증과 같이 소아 시기에 나타나는 희귀질환과 아토피피부염과 같이 어린 시절에 생겨서 평생 고통받는 질환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희귀질환의 경우 희귀하기도 하고 유전성 질환임을 고려해 소아피부과 전문의가 진단하고 필요한 경우 희귀질환을 보는 소아청소년과 교수들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소아피부질환은 흔한 질환이라도 중증아토피피부염과 같이 방치하는 경우 삶의 질 및 미래의 삶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연구회를 통해 소아중증 난치성 피부질환에 경험이 많은 피부과 전문의의 역량을 집결하고자 했다"고도 했다.
특히 "이미 미국 등 여러나라는 소아피부과 전문의제도를 통해 소아중증 난치성 피부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으나 한국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앞으로 연구와 진료 네크워크를 구축하고, 연구회 활동을 정례화해 소아피부과학회로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세계 학회들과의 교류를 통해 국내 소아피부과학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더 나아가 소아피부전문의제도를 구축하는 동시에 소아피부질환을 위한 신약개발 등 미래지향적인 연구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피부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후 1~2년의 소아피부과 펠로우십을 이수토록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