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승 교수 “이대로는 해결 안 된다…정치 문제 배제해야”
의사수급분과회 위원 의사 多…산식 분석·평가 가능한 전문가 必
일본의 의사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는 기구인 ‘의사수급분과회’가 의대 정원 조정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논의 과정에서 ‘정치’ 문제를 배제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14일 개최한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일본관서외국어대학 정치학 장부승 교수는 “하루 종일 (공청회에서) 의견을 들었는데 이것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다”며 일본이 의대 정원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 문제를 배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일본은 1982년부터 2005년까지 25년 동안 의대 정원을 계속 감축했다”며 “2005년도에 와서 일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대형 의료사고가 터지고 의사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며 "초선 의원이었던 마스조에 요이치 동경도지사가 의대 정원을 증원하자고 주장하면서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너도나도 우리 동네, 우리 지역구에 의사와 병원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커졌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이에 연평균 2%씩 점진적으로 (정원을) 늘리면서 실험을 해보자고 한 것”이라며 “이를 기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정치적 논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의사수급분과회에서 논의된 자료들은 매우 복잡한 "공대 페이퍼" 같이 생겼다. 이같은 초기 모델이 제시되면 의료 현장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한다. 병상이나 실제 의료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지 보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린다. 6년 동안 회의가 40번 진행된 이유다.
장 교수는 “회의록을 들여다봐도 소속된 직역, 단체, 병원, 지역에 대한 의견을 낼 수도 없다.”며 “(보고서가) 산식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논의를 기술적 논의로 전환시켜 정치적 갈등 요인을 배제했다”고 말했다.
또 복잡한 산식을 분석하고 평가해야하기 때문에 의사수급분과회 위원 다수가 의사 출신 전문가로 구성됐다는 점도 부연했다. 의사수급분과회는 지난 2022년 1월 기준 위원 총 22명 중 의사 출신 전문가는 16명이다. 위원으로 후생노동성 공무원이나 소비자단체, 환자단체는 참여하지 않는다.
장 교수는 의사가 다수인 이유에 대해 “의료 현장에 좋은 의사를, 좋은 병원을 많이 공급하는 게 중요한데 비용적인 제한이 있으니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산식을 통해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라며 “의사들에게 기득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만든 게 결코 아니다. 의료 현장, 임상 연구에 대해 경험 많은 사람들이 있어야 산식이 제대로 구성돼 있는지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6년간 이같은 기술적 논의를 거친 일본의 결론은 “의사를 늘린다고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에 이르렀다. 이에 일본은 지난 2019년부터 의사 정원을 동결하고, 향후 감축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틀었다. 의사 정원 감축을 결정한 이들은 지난해부터 수도권 의사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건강보험 시스템을 갖고 있는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의사 정원 해결에) 성공적으로 결론에 도달했고 다음 단계 논의로 넘어간 상태”라며 “일본의 의사수급분과회는 의대 정원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단일 건강보험에 대부분 의료 자영업자에 의한 공급체계를 갖고 있는 일본과 시스템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