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교 교수 "3일만에 전문가 의견 요구…안된 이유 설명 없어"
홍민희 교수 "급여기준 그레이존 존재…유연한 급여정책 절실"

'깜깜이' 심사 비판을 받아온 암질환심의위원회의 문제가 결국 암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의견을 낸 전문가들에게조차 회의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급여기준 과정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항암제들의 'Gray zone'이 존재한다면서 급여기준이 보다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일부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폐암학회는 7일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Joint Symposium'을 개최하고 항암 신약에 대한 급여 구조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윤신교 교수는 항암제 급여 첫 관문인 심평원의 암질환심의위원회 논의 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윤 교수는 "면역항암제를 폐암 수술 후에 재발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요청 받은 바 있다. 3일만에 제출해달라는 공문이었다"며 "그런데 전문가 자격의 경우 관련된 연구에 참여한 적이 없어야 한다. 전문가는 필요하지만 하지만 COI로 감사의 지적을 받지 않게 해달라는 의미로 파악은 하고 있지만 연구에 참여한 적이 없는 전문가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글로벌 임상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는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제출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뿐아니라 왜 수용되지 않았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서울아산병원 윤신교 교수는 7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폐암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항암제 급여 첫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논의 구조 문제를 지적했다(ⓒ청년의사).
서울아산병원 윤신교 교수는 7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폐암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항암제 급여 첫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논의 구조 문제를 지적했다(ⓒ청년의사).

윤 교수는 "어렵게 제출을 하더라도 공개된 암질심 논의결과는 '급여기준이 설정되지 않았다'에 불과하다"며 "급여 여부의 적절성에 대해 논의했다면 논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서 형태로 내준다면 납득이 가능하고, 이후 또다시 의견을 내야할 때 그것에 근거해 의견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그냥 급여 기준 미설정이라고 하는 게 공정한 평가 과정과 탄탄한 보건의료 체계를 비전으로 하는 심평원의 미션과 비전을 합당한가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면서 "이런 모든 행정 절차가 전문가가 예상 가능한가 반문했을 때 회의적이다. 반면 유럽과 미국은 약제를 왜 승인했는지 아주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부의 한방의료 지원 확대 정책과 항암제 급여를 빗대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올해들어 한방의료 지원이 확대가 됐는데 일례로 한방에서 처방되는 알레르기 비염 소청용탕은 근거수준이 매우 낮지만 상한문에 등재돼 있고 교과서에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다빈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는 게 근거였다"며 "급여 미설정 이유가 5~20% 정도의 차이 때문이라는 근거가 과연 경제용어인 기회비용으로 설명되는지 다시한번 묻고 싶고, 국민 모두가 동의하는지, 효율적인 사용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교수는 "공정과 상식을 기대할 수 있는 급여결정 환경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예측 가능한 의사결정방식이어야 하며, 의사결정의 근거가 공개되고, 약제들의 경우 영역 무관하게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평가기준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문가 의견이 존중되고 과학기술에 근거한 심사기준 설정"을 요구했다.
연세암병원 홍민희 교수는 항암제 급여 적용에 있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Gray zone'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홍 교수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Gray zone' 사례들을 소개하며 "폐암에서 과거에 비해 급여가 되는 약제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급여 적용에 있어 병기나 병리학적 진단이 애매하거나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병기나 병리학적 진단에 따라 다른 치료 옵션의 급여가능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현재의 급여 적용 기준은 빠르게 진화하는 폐암 치료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홍 교수는 "심평원의 급여기준이 보다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일부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더 많은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수렴된 의견을 급여정책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하며, 심평원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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