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학병원 산부인과 하루 172명 몰려…환자, 인권위에 진정
인권위 "고의 아니어도 환자 인격 침해 환경" 시정 권고
병원 측 "시설 개선하겠지만 환자 분산 등 정책 마련돼야"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인권침해 지적까지 나왔다. 충분한 대기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진료 환경이 환자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1일 A대학병원 산부인과 진료 환경이 환자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인격권을 침해한다면서 시설 구조와 진료 절차 등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산부인과에 환자가 몰리면서 공간이 부족해지자 대기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실 안까지 들어온 게 문제가 됐다. 환자 3명이 차례로 진료받는 과정에서 병명과 치료 방법이 원치 않게 노출됐다는 것이다. 탈의 공간이 진료실 내 위치한 것도 문제였다.

인권위는 의료진 고의가 아니라도 이런 환경이 환자에게 수치감을 주고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의료진 고의가 아니라도 의료법 제19조가 보호하는 환자의 내밀한 정보가 진료 과정에서 타인에게 알려져 환자가 심적 동요와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환자 정보가 악의적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대학병원은 진료 환경이 환자에게 불안감을 줬다면서 유감을 표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예약을 제한하고 향후 병원 리모델링 시 탈의 공간도 계획하기로 했다.

다만 당시 현장이 환자 수를 철저히 제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탈의 공간 문제도 결국 환자에 비해 외래 진료실이 부족해서 파생한 문제라고 했다. 문제가 된 날 산부인과를 찾은 환자는 총 172명이었다.

A대학병원은 "산부인과는 환자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외래 진료 환자 수를 제한하고 진료실 내 1인 진료를 지향하고 있다"며 “그러나 각 지역 병원 진료 의뢰로 찾아오거나 지속적으로 치료받는 환자가 많고 (부인)암 특성상 치료를 지체할 수 없어 환자 수 제한을 철저히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외래 진료실이 환자보다 부족해 탈의실을 별도로 마련하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내진실 안에 공간을 분리했다"며 "탈의가 불가피한 산부인과 특성상 진료 소요 시간이 길어 이를 줄이고자 앞선 환자가 진료받는 동안 (미리) 탈의하도록 요청했다"고 했다.

따라서 원내 재발 방지 노력 외에도 정책적으로 환자 쏠림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A대학병원은 “우리 병원에 집중되는 암 환자가 적절하게 분산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보건의료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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