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교 임상' 적용 놓고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 의견 엇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올해도 기승을 부렸지만, 헬스케어 산업계는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묵묵히 해야 할 일들을 이어갔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AI 등 새로운 기술의 접목을 시도하며 산업의 발전을 도모했다. 원료용량 조작, 고혈압치료제 불순물 발견 등 반성과 개선할 점들도 드러났지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변화하는 글로벌 헬스케어산업의 흐름에 발맞춰 체질 개선 노력이 이어진 한해였다. 올해 국내 의료산업의 주요 소식들을 정리했다.

2021년은 임신중절의약품 ‘미프지미소’ 도입을 놓고 한국 사회가 진통을 겪은 한 해였다.

현재 약물을 통한 임신중절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고 2021년 1월 1일부로 낙태죄 처벌 조항이 폐기됐지만 대체 법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신 중절 허용에 관한 세부 법률도 부재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3월 현대약품은 국내에 임신중절의약품을 도입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현대약품은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경구용 임신중단약물 ‘미프지미소’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프지미소는 낙태유도제 성분의 미페프리스톤과 위궤양 치료제 성분의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복용하는 제품이다. 현대약품은 여성들이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절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이후 현대약품은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미프지미소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캐나다 품목허가에 활용된 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여성계와 시민단체 등은 현대약품의 행보를 반겼으나 미프지미소 도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미프지미소가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약물인 만큼 인종 간 차이를 고려해 가교 임상을 요구할 것인지를 놓고 이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처방 주체 및 투여 방법을 놓고도 학계와 의료계, 시민단체의 의견이 엇갈렸다.

미프지미소 국내 도입을 놓고 정치권도 둘로 나뉘었다. 지난 10월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여당은 여성 건강권을 위해 식약처에 조속한 도입을 주문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정춘숙 의원은 임신중단의약품 불법 유통이 성행하기 때문에 서둘러 미프지미소를 도입해 이러한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입법 공백 하에서 임신중절의약품을 도입하는 것은 위험이 너무 크다고 반박했다.

식약처는 가교 임상 여부 및 처방·투여 방식에 대한 윤곽을 정한 상태지만 심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현대약품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하면서 허가 심사 결과 발표일도 연장됐다. 다만, 식약처는 입법 공백 하에서도 임신중절의약품 허가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등 의료계가 미프지미소 도입에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보건당국이 의료계와 얼마나 소통하느냐에 미프지미소 도입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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