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통 연구 문헌 1편…“신뢰성·타당성이 부족해 편향적” 결론
약제 효능·안전성 검증 잣대 ‘첩약’에 적용되지 않아
산부인과학회 이필량 이사장 “국민 안전 위협하게 될 것” 경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지만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치료의 효과성에 대한 근거 부족을 지적하는 의료계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보완하지 않고 밀어 붙인 정부를 향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타당성 검증을 위해 진행한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구축 연구’에서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치료의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해 ‘체계적 문헌고찰’을 진행했다고 밝힌 질환별 연구 문헌 총 401편을 입수했다.
중국에서 수행한 연구가 대부분인 연구 문헌 401편을 윤일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서관이었던 김현지(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내과) 진료교수가 입수해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본지는 시범사업 대상으로 꼽힌 3개 질환 중 우선 최종 보고서에서 첩약 치료의 임상적 근거가 있다고 제시된 ‘뇌혈관 질환’에 이어 이번에는 ‘월경통’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안면신경마비’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은 보고서에 실리지 않았다.
월경통 연구 문헌 53편 중 1편만 SCI 등재
월경통에 관한 연구 문헌은 전체 401편 중 53편으로 단 1편을 제외한 52편은 환자대조군연구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일률적이었다. 첩약을 쓴 대조군의 치료 성적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좋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환자군과 대조군 수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내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뇌혈관 질환에 이어 월경통 연구 문헌 분석에서 또 다시 제기됐다.
또 주관적 통증 스케일을 사용해 월경통 완화여부를 객관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월경통에 관한 연구 문헌 53편 중 유일하게 1편 만이 다른 연구결과를 보여줬다.
한국에서 지난 2019년 발표된 이 논문은 ‘월경통 치료를 위한 한약재(당귀작약산): 체계적 문헌고찰과 RCT 메타분석(Herbal medicine (Danggui Shaoyao San) for treating primary dysmenorrhe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이다.
특히 월경통 관련 연구 문헌 53편 중 유일하게 SCI(Science Citation Index)에 등재된 논문으로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는 3.630이었다.
연구결과,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 따르면 당귀작약산의 월경통 감소 효과는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우리나라 연구팀은 전반적으로 한계가 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연구 신뢰성과 타당성이 부족하며,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해 편향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약재에 대한 엄격한 RCT가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학회 이필량 이사장(서울아산병원)은 “물론 환자수와 대조군수가 적지만 환자대조군연구 결과가 유효하지 않다고 볼 순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 이사장은 “단 약재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제대로 보려면 연구 디자인이 RCT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며 “가급적 이중맹검을 시행했으면 좋았겠지만 연구 문헌 중 이중맹검은 하나도 안 돼 있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 추진 과정 “방법론적으로 잘못 됐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이 방법론적으로 잘못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약제 효능과 안전성 등을 검증하기 위한 엄격한 잣대가 첩약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시범사업 기간 내 첩약 복용 후 부작용 보고체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첩약의 단기부작용은 물론 장기부작용에 대한 데이터를 3년여 시범사업 기간 내 구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의약품 기준으로 보면 약제의 성분과 함량 등에 대한 검토를 하게 돼 있는데 동일하게 첩약에도 적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약제의 효능이나 안전성을 보기 위한 기준을 엄격한 데 비해 정부가 첩약에는 너무 두루뭉술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첩약 복용 후 단기 추적도 필요하지만 장기 추적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수백 년 조상들이 대대로 사용해 와 이미 검증됐고 안전하다고 하지만 급여권 진입을 위해서는 의약품과 같은 과학적 검증기준 대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월경통은 가임여성 대부분에서 발생하고 있다. 첩약을 먹던 중 임신할 수 있는데 월경통 약이 임신에 어떤 영향 미칠지 제대로 연구해 본 적 있느냐”며 “안전하지 않은 약을 먹고 효과가 좋다고 하면 마약 먹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도 했다.
의료계를 정부 정책에 무조건 반기를 드는 이익집단으로 바라보는 실태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이사장은 “정부가 마이동풍으로 귀를 닫고 의료계 의견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냉정하게 틀렸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철회해야 하는데 의사들을 이익집단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정책을 근거 없이 무작정 밀어 붙이는 식으로 시행하게 되면 결국 국민에게 혼선을 초래하고 안전도 크게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