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매 진단 기술 어디까지 왔나…피플바이오·휴런·뷰노 주목
PET 검사 10분의 1 가격에 혈액검사하는 ‘피플바이오’…선별검사 역할
‘휴런’, 사람이 8시간 걸려 분석하는 PET 검사…AI로 2시간 만에 뚝딱
뇌 MRI 자동 분석해 알츠하이머병 위험도 점수로 제공하는 ‘뷰노’
인구 노령화로 인한 치매 인구 증가가 예견되면서, 치매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국내 기업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혈액검사 또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분석법을 통해 치매 진단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달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병 환자 치료에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미국상품명 아듀헬름(Aduhelm)’을 조건부 허가하면서 치매 치료에 대한 기대와 함께 치매 진단의 어려움이 재차 주목을 받았다.
아두카누맙은 뇌 내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된 환자들에게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확인하는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검사 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즉, 진단부터 어려움이 뒤따라는 실정인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PET 검사를 보다 편리하게 수행하거나, 대체할 다른 진단법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피플바이오, 혈액검사로 간단히 치매 진단…선별검사 역할 톡톡히
먼저 피플바이오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회사는 SI-MDS(Spiking & Incubation Multimer Detection System) 기술 기반의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키트 ‘inBloodTM OAß Test’를 보유하고 있다.
피플바이오에 따르면 올리고머화 베타 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 진행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병리학적 요인이다. 그러나 혈액 내 존재하는 양이 매우 적고, 혈액 내 다른 단백질과 결합해 올리고머화 베타 아밀로이드를 검출하기 어렵다.
피플바이오는 SI-MDS 기술을 활용해 혈액 내 베타 아밀로이드의 올리고머화를 촉진해 측정토록 했다. 이에 따라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쉽고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한 혈액검사 비용이 기존 치매 진단에 사용되는 PET 검사 비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해 PET 검사 전 단계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피플바이오는 이같은 진단검사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등 몇몇 병원과 치매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혈액검사는 PET 검사 전 단계의 선별검사 목적으로만 활용된다.
피플바이오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조기에 검사하는 회사는 피플바이오가 유일”하다며 “PET 검사 비용은 120만원이 넘어 의사가 알츠하이머 소견이 있는 환자들에게 쉽게 권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혈액검사를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경우 PET 검사를 진행하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등 선별검사의 역할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피플바이오는 알츠하이머병의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타우 측정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휴런, 8시간 소요되는 PET 검사 분석…AI로 2시간이면 뚝딱
AI를 통해 PET 검사 분석 시간을 줄이고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있다.
휴런이 가천대 길병원 노영 교수팀과 공동 개발한 ‘Veuron-Brain-pAb’는 개인의 PET 영상으로부터 베타 아밀로이드 침착 정도를 자동으로 정량화하는 소프트웨어다.
휴런에 따르면 현재까지 PET 검사는 객관적 지표 없이 시각 기반 척도를 이용하고 있어, 고도로 훈련된 평가자의 진단적 정확도에 의존해야 했다. 치매 임상 연구에서도 정량 데이터 확보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었다.
휴런은 AI를 이용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섭취계수율(Standardized Uptake Value Ratio, SUVR)을 자동 산출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기존에 사람이 섭취계수율을 산출할 때는 평균 8시간이 소요됐으나, 소프트웨어 이용 시 2시간으로 크게 단축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해당 소프트웨어는 작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2등급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올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국내 의료 AI 기업 중 뇌신경질환(CNS)로 FDA 승인을 받은 첫 사례다.
휴런은 “해당 소프트웨어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섭취계수율을 시각화해 보여준다”며 “PET-CT와 MRI(자기공명영상)를 결합해 뇌 내 베타 아밀로이드의 (상대적) 축적도를 상세히 보여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휴런은 이달 7일 타우 영상 기반 치매분석 보조 소프트웨어(pT)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기도 했다.
뷰노, 뇌 MRI 자동 분석…PET 검사 대비 저비용 강점
뷰노는 PET 검사 대신 뇌 MRI에 AI를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뷰노메드 딥브레인’은 뇌 MRI에 기반해 뇌 영역을 100여개로 분할하고 주요 뇌 영역의 위축 정도와 대뇌피질 두께를 정량화한 분석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 진단을 돕는 솔루션이다. 해당 솔루션은 2019년 6월 식약처 인허가를 획득했으며 2020년 6월 유럽 CE 인증을 받았다.
뷰노에 따르면 뷰노메드 딥브레인은 혈관성 치매를 진단하는 지표인 백질 고강도 신호(White Matter Hyperintensities, WMH) 영역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제공해 인지장애 원인을 감별할 때 사용될 수 있다.
‘뷰노메드 딥브레인 AD’는 뇌 MRI를 자동 분석해 알츠하이머병 위험도를 점수(AD Score, 0~100점)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국내 대형 의료기관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AUC 0.88 이상의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를 입증했으며 작년 12월 식약처 3등급 허가를 받았다.
뷰노는 뷰노메드 딥브레인 AD가 알츠하이머병 조기 탐지에 유용한 임상 도구라고 강조했다.
뷰노는 “뇌 MRI 검사 특성상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량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임상적으로 뷰노메드 딥브레인 AD로 진단된 환자에게서 PET 검사 결과와 비슷한 수준의 진단 정확도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PET 검사, 뇌척수액 검사 등 기존 알츠하이머병 진단 검사는 1차로 시행하기엔 비용이 비교적 높고 침습적이므로, 비교적 부담이 적은 뇌 MRI 검사가 기존 검사의 한계를 극복한 실질적 임상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뇌 MRI 검사는 일정 수준 진행된 치매 질환에서만 진단이 용이하고 의료진 간 판독 정확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돼 왔으나, 뷰노메드 딥브레인 AD를 활용해 뇌 MRI를 분석할 경우 의료진의 숙련도와 관계없이 일관성 있는 판독결과 제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