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회 조현호 이사, 전국 워크숍서 ‘의료전달체계의 허와 실’ 발제“동네의원 진료실적, 45개 상종과 300여 종병의 3% 밖에 안 되냐”“혁신적인 관리체계도입과 수가체계 개선, 환자 인센티브 도입 등 필요”
고령화로 인해 늘고 있는 만성질환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선 동네의원의 역할에 합당한 수가체계 개선 및 인센티브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내과의사회 조현호 의무이사는 지난 16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11회 내과의사회 전국 워크숍’에서 ‘의료전달체계의 허와 실’ 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조 이사는 “조만간 보건복지부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대한 새로운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약국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개선 협의체도 운영될 예정”이라며 “이전에도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추진했지만 다양한 직역의 이해관계로 제도화되지 못한 바 있어 이번에 얼마나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며 환자의 의료이용 행태 개선이나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수련제도 개선은 오랜 시간이 소모될 수밖에 없는 어려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일련의 정책적 행보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새로운 의료제도 도입과 수가체계 개선, 지역중심 의료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면서 “이는 시대적으로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고 복합만성질환자의 폭증으로 인해 국민의 건강관리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 재정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행보”라고 평했다.
이에 의료전달체계 개편으로 합리적인 의료기관 종별 칸막이 및 의뢰·회송 통로 마련이 필요하며 수가 인상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건강보험의 핵심정책인 상대가치 수가제도는 건강보험 재정에 있어 의료기관 종별 분류 칸막이 없이 운영돼 왔으며 이로 인해 동네의원의 건강보험재정 점유율은 한 번의 반등도 없이 해마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수가협상에서 동네의원의 수가인상률이 병원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더 높다 하더라도 결국 인상분만을 반영한 총액은 동네의원이 가장 낮고, 수가협상 평균수가 인상률이 높을수록 그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라는 것.
따라서 조 이사는 “지금처럼 상대가치 기반 수가제도를 지속해야 한다면 새로운 활로가 필요한데 동네의원이 질환을 예방하고 환자를 잘 관리해주기 위한 새로운 수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환자를 잘 관리해주는 것과 어려운 환자를 보는 것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는 이어 “이는 이미 증명된 것으로 종합병원급 이상은 신의료기술 개발로 새로운 수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냈고 보장성 강화 비급여의 급여화에도 찬성해 이를 더욱 확장시켰다”면서 “특히 특진비 폐지로 손실이 상당하리라 예상됐지만 의료질 평가지원금 제도로 극복했고 최근에는 의료질 평가지원금 규모가 연간 7,000여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돌보는 동네의원의 경우 보상액이 2019년 기준 고작 203억원에 그쳤다는 게 조 이사의 지적이다.
조 이사는 “2021년 동네의원 고혈압당뇨병 적정성 평가 자료에 의하면 2019년 고혈압·당뇨병 외래 진료 총 환자 수는 1,010만7,000명에 달하며 고혈압·당뇨병을 보는 동네의원 수는 고혈압 1만9,381개, 당뇨병 1만4.554개에 이르나 보상액은 고작 203억원에 불과했다”면서 “당뇨병 평가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차 평가 기간 동안 평가 지표, 모니터링 지표 모두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성과가 있었으나 이 기간 중 보상액 수준은 큰 차이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 이사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10명 중 9명이 만성질환을 하나 이상 갖고 있고 연간 57조원이 만성질환자 비용으로 지출되는 현실에서 동네의원은 점점 더 관리가 어려운 환자들을 봐야하는 상황”이라며 “과연 고혈압·당뇨병 진료를 하는 2만 곳 가까운 동네의원의 실적 수준과 국민건강 기여도가 45개 상급종합병원과 300여개 종합병원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냐”고 반문했다.
조 이사는 “우리나라는 2040년 이후에는 OECD 가입국 중 남녀 모두에서 세계 최고의 장수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로 인한 복합 만성질환자들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며 고혈압·당뇨병을 잘 관리하는 게 국민건강을 수호하고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재정 유지에 가장 중요한 핵심 주제”라며 “이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혁신적인 관리체계도입과 수가체계 개선, 환자 인센티브 도입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조 이사는 “그동안 의료계에는 항상 의료전달체계 개편 필요성에는 동의해 왔지만 구체적인 개선안으로 오히려 의료기관의 피해가 더 커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항시 상존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정부안의 핵심이 일차의료 중심, 지역중심을 화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초고령 사회에서 국민 건강수호의 핵심인 동네의원이 제대도 된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는데 의료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