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 “CCTV 사각지대 없애고 법적 대응 적극적으로 해야”

응급실은 가장 안전해야 하는 곳 중 하나이지만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 응급구조사의 55%는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폭력에 노출된 응급실이 환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처벌을 강화해도 소용이 없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가 전국 응급의료기관에 경찰을 배치하자고 제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련 국민청원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월 응급의료법 개정으로 응급환자 진료 방해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2016년 5월에는 의료법도 개정됐으며 최근에는 반의사불벌죄 조항과 벌금형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안 대표는 17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처벌을 강화해도 주취자나 폭력성이 강한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다. 그런 사람들이 처벌이 강화된다고 얌전해지지는 않는다”며 응급실에 경찰이 상주할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현재 응급의료기관은 권역응급의료센터 33개소, 지역응급의료센터 116개소, 전문응급의료센터 2개소, 지역응급의료기관 263개소 등 총 414개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지난 17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의료인 폭행 사건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응급실에 경찰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실 경찰 상주가 가장 확실한 방법”

안 대표는 “전국 응의료기관 414개소에 3교대로 경찰관을 배치하면 1,300명 정도 필요하다. 이들의 인건비를 1인당 5,000만원으로 책정하면 650억원 정도면 된다”며 “예산 650억원을 처음부터 확보하기 어렵다면 상급종합병원과 국공립병원부터 우선 배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경찰이 응급실에 상주하는 것만으로도 폭언이나 폭행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안 대표는 “응급실에 경찰이 상주한다는 사실을 알기만 해도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게 될 것이다. 경찰이 상주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경찰은 공권력을 갖고 있다. 안전요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소송에 걸릴 위험도 있어서 주취자나 폭력성을 보이는 환자를 마음대로 제압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응급실에 경찰이 상주하면 의료기관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폭언이나 폭행이 일어났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폭행 사건에 대처하는 매뉴얼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경찰이 응급실에 상주하면 환자보다는 병원 편을 들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오해 때문에 더 공정하고 인권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안 대표는 국민청원에 20만명이 참여해 응급실 경찰 배치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을 꼭 듣고 싶다고 했다.

“응급실 내 CCTV 사각지대 없어야…폭력에 적극적인 대응 필요”

응급실 내 CCTV 사각지대를 없애고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사람들은 CCTV가 자신을 찍고 있다고 생각하면 심리적으로 부담이 돼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며 “응급실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CCTV 영상 자료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응급실 내 사각지대가 없도록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폭행 사건에 형사소송을 하면 소문이 좋지 않게 나서 환자들이 오지 않는다고 걱정하기도 하고 병원 차원에서 합의를 종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단호하게 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원칙적인 고소와 엄정한 수사, 재판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또 응급실을 찾는 환자나 보호자에게 응급의료시스템을 이해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자신보다 더 응급한 환자를 먼저 진료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응급실을 찾은 환자나 보호자는 자신들이 가장 응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의료진이 자신보다는 늦게 온 사람을 먼저 치료하면 흥분하게 된다”며 “응급실이 어떤 곳이고 진료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안내하고 교육해야 한다. 접수부터 먼저 해야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다. 꾸준히 얘기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력이 무서우면 어떻게 의사하나? 그렇게 말한 적 없다”

안 대표는 논란이 됐던 “폭력이 무서우면 어떻게 의사하나”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던 지난 2013년 7월 <의협신문>과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으로 알려졌지만 앞뒤가 잘린 채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안 대표는 “진료실에서 의료진을 폭행하거나 협박해서는 안된다는 건 당연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생각에 변화는 없다”며 “식당 등 서비스 업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는 일이 많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도 폭언이나 폭행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었는데 ‘폭력이 무서우면 어떻게 의사하나’라는 자극적인 멘트로 나갔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는 “당시에도 응급실에 경찰을 배치해야 하고 형사 고소 등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 내용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며 “의사에 대한 폭행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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