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의학회, 중장기 소아응급의료체계 개편안 제시…복지부, 적극 지원 약속

지난 2016년 9월 전북에서 10톤 트럭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지만 치료할 병원을 찾아 헤매다 숨진 2세 남아 사건. 2017년 7월 기도에 걸린 장난감을 제거하지 못해 응급실을 찾았지만 전문의가 없어 큰 병원으로 이송되다 결국 골든타임을 놓친 2세 여아 사망 사건.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적기에 처치를 받았다면 충분히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사건이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한소아응급의학회가 소아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소아응급의학회는 지난 25일 서울대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우리나라 소아응급의료체계 중장기 발전방안’을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소아응급의학회는 소아인증센터를 신설하고, 소아전문응급센터를 추가적으로 지정하는 등 의료시스템을 보완하고, 의료진들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아인증센터’는 경·중등증 환자의 응급진료를 책임지는 의료기관이라는 의미로, 중증 응급환자가 전문센터로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송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모든 소아 응급환자가 1시간 이내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에 40여개의 인증센터를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 인증센터는 1년간 소아 환자를 5,000명에서 1만명 정도 진료하는 규모의 소아전문센터 중에서 선정, 취약시간에 전문의를 상주하게 하고 센터별 소아진료 및 처치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준수하도록 해 일정 수준의 진료의 질을 담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소아전문응급센터도 지금보다 더 늘려서 인증센터를 통해 이송된 환자의 최종진료를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소아중증환자가 최대 2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전국에 20개소의 소아전문응급센터를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학회는 전국 지역별로 소아전문응급센터 배치안도 만들어 제시했다.

특히 전문응급센터 운영과 관련 아주대 이지숙 교수(소아응급의학회 정책연구팀)는 “지방의 소아전용응급실이 적자였던만큼 소아전문응급센터는 더 적자가 날것으로 예상된다. 이 점이 딜레마”라면서 “운영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기관 평가시 가산점을 주고, 교육비 등 직접 지원비를 지급하는 방법, 소아에 특화된 응급처치에 대해 수가를 신설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역별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 등 인프라 구축 만큼이나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진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로 지적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아중환자실이 모자란 데다 소아중환자 전담의도 부족하다. 대학병원이라 하더라도 2~3명의 전담의가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소아중환자의 경우 대부분 소청과 전공의들이 진료를 하고 있다.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정진희 교수(소아응급의학회 소아정책팀)는 “현재 소아전문센터 9개소 중에서 지정이 완료돼 운영되고 있는 곳은 2개에 불과하다"며 "대부분 전문인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력을 구하기 힘들뿐 아니라 이미 지정된 기관들도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소아응급 중환자의 진료의 핵심은 소아중환자실(PICU)의 확보다. 소아응급 중환자의 전원이 거절되는 가장 큰 이유도 PICU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학회가 2015년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3개 상급종합병원 중 설문에 응답한 32개소에서 PICU를 보유한 병원은 37.5%인 단 12개소, 113개 병상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정진희 교수는 “소아중환자 전담의를 양성하고 지원해서 일차의료기관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전문처치가 필요한 경우 원활한 전원 네크워크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소청과, 소아중환자, 소아영상의학, 소아외과, 소아신경외과 등의 진료과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수가 가산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분당차병원 제상모 교수(소아응급학회 전 정보이사)도 “소아전문응급센터 지정시 연간 환자수가 2만5,000명이 넘으면 최소 6명의 전담의가 필요하다”면서 “소아응급환자의 진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위해 소아응급센터 진찰료 신설 및 야간, 주말, 공휴일 가산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소아응급환자는 성인에 비해 보호자들이 찾아오기 쉬운 시간대 환자가 몰려 이에 맞춘 최소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3세 미만 진료 가산 신설, 시간외 진료 가산 신설 등을 제안했다.

인력, 수가 가산 등 인력보강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소아진료를 기피하는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조중범 총무이사는 “응급실에서 성인 중환자가 차지하고 남아야 병상이 소아에게 넘어간다. 그러나 소아와 어른에 대한 치료는 달라야 한다”면서 “전담 간호인력과 의사인력이 따로 있어야하고 소아중환자실도 따로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중범 총무이사는 “현재 소아중환자실은 성인 규모의 1/10이며, 성인의 기준으로 소아의 진료수가와 단가를 만들면 도저히 소아중환자 의사가 고용될 수 없는 시스템이다”라며 “술기도 성인보다 쉽다고 역으로 수가가 낮은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소아과가 홀대를 받는 상황에서는 개선되기 어렵다. 이런 부분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소아전용응급실협의회 류정민 회장은 “연간 소아응급환자수가 적정선을 넘지 않도록 지역별 환자 배분이 잘돼야 한다”면서 “지역내 소아 인구수와 내원일수를 계산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병원 내 환자수가 없다고 해서 의료진을 줄일수 없는 만큼 수가 보상이 인력보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적정한 수가와 지원을 통해 시스템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수가실 김정옥 실장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책가산이나 소아응급센터에 대한 정부지원금을 높이고 수가로도 일부 보상하는 방안을 함께 가면 좋을 것 같다”면서 “현재 학회에서 제안한 소아과 진정관리료에 대해서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간호사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수가가 인력고용으로 직접 연계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옥 실장은 “의료질평가지원금에서 3년 이상 장기근속 한 간호사가 병원에 근무하는 것을 반영하는 지표도 고민하고 있으며, 전담전문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한 만큼 학회에서 좋은 의견을 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소아응급의료에 대한 의료진과 경영진의 입장 차이가 있는 만큼 보다 구체적이며 장기적인 정책 운영방안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이선식 사무관은 “소아전문센터를 두고 지정 기준이 너무 높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하기에 열악한 기준이라는 의견도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딜레마인 상황”이라면서 “소아전문의에 대한 인센티브로 평가에 가점을 주는 것을 검토해 소아센터를 운영했을 때 인력 외 병원에도 인센티브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사무관은 “학회가 제안한 소아인증센터와 소아전문응급센터의 경우 이를 별도 시스템으로 가야할지에 대한 논의는 더 필요하다”면서 “수가 부분은 환자베이스로 지불되는 부분이 있다보니 응급실체계에서는 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최대한 소아전문센터에 필요한 부분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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