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급여상임이사부터 실무진 대다수 바꿔..."공급자단체 요구 높을까 걱정"

내년도 수가를 좌우하는 환산지수가 결정되는 수가협상 시즌이 다가왔다.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많은 2018년 5월을 앞두고, 공급자는 물론 재정을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재인 케어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영향으로 공급자단체는 이번 협상에서 적정수가 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고, 가입자는 급여 확대에 따른 재정 위기를 우려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의 수장이 바뀜에 따라 협상을 이끌어갈 각 단체 실무진들의 변화도 피할 수 없다.

공단 역시 의협 전 부회장이었던 강청희 급여상임이사가 취임하고 보험급여실의 실무진까지 대다수가 교체됐다.

특히 최근 2년간 ‘전 유형 환산지수 계약 타결’이라는 성과를 자랑했던 공단으로서는 김용익 이사장의 첫 성적표가 될 협상이라는 점에서도 부담감이 적지 않다.

공단 보험급여실 고영 실장은 지난 24일 출입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매년 하는 수가협상이지만, 마치 올해 처음 협상을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현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영 실장은 “매년 수가협상에 대비해서 의료물가지수, 진료비 변동폭, 재정여건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협상에 필요한 근거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해 관계자와 소통과 대화를 통해 수용성 높은 수가 계약이 이뤄지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실장에 따르면 공단은 이번 협상을 위해 유형별 진료비 증감 추이, 병원 회계자료, 거시경제지표 등 협상 근거 자료를 산출, 분석하고 있으며, 경희대 윤태영 교수에게 의뢰한 환산지수 산출방식에 대한 연구용역의 중간 결과를 통해 유형별 수가조정률을 산출할 방침이다.

하지만 최근 의협 최대집 회장 당선자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 및 협상 거부 등의 발언을 하면서 향후 협상 기조에 대해 주시하는 분위기다.

고영 실장은 “수가 1%가 수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그 1%를 두고도 민감한데 수가협상도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서 우리도 궁금하다”면서 “아직 공식적인 의협의 입장을 받은 바는 없기 때문에 4월 말에 협상단 명단을 주면 협상에 임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강청희 전 의협 부회장이 급여상임이사로 임명된 데 대해서는 “전문가 시대다보니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공단은 올해도 공급자단체에서 요구하는 벤딩 공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 실장은 “공급자가 요구하는대로 추가 소요재정의 상한선을 공개하면 협상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면서 “지금도 유형간 계약 체결 여부 및 인상률이 민감한데 재정이 공개되면 유형간 경쟁이 더욱 심해져 정상적인 협상이 곤란해 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고 실장은 “정확한 의료 원가가 수집돼 계산되고 공유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원가자료를 검토하려면 의료계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상호간 더욱 신뢰하고 불만도 사라질 수 있는 협상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매년 협상 종료시점인 5월 31일 자정을 훌쩍 넘겨 계약이 체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전에 단체들에게 공지해 계약체결 시간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내년도 수가협상은 오는 5월 11일 공단 이사장과 의약단체장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협상의 서막이 열린다.

협상은 통상 5월 셋째주부터 단체별로 진행되며 많게는 6~7차에 걸친 공단과 공급자단체와의 눈치작전을 통해 최종 협상률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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