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이 곧 경쟁력…AI의료솔루션 실증으로 지역산업 활성화까지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던 의료 인공지능(AI)은 이제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AI 의료서비스는 병원 현장에 속속 뿌리를 내리며, 의료진의 진료를 돕는 ‘실제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어떤 AI 기술이 실제로 현장에 도움이 되는지, 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AI 기업들이 병원과 협업하기 위한 문턱 또한 높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추진 중인 것이 바로 ‘K-Health 국민의료 AI서비스 및 산업생태계 구축사업’(이하 K-Health사업)이다.

K-Health사업은 의료데이터 유통플랫폼, AI의료솔루션 실증, 데이터 안심존, 케어네트워크 총 4가지의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AI의료솔루션 실증 지원 사업’은 대전지역의 AI 기업들이 의료 인공지능을 실제 환경에서 검증하고, 현장의 피드백을 반영해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휴대폰이 ‘청진기’로…AI가 숨소리 분석

AI 의료서비스가 실제 병원 환경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AI의료솔루션 실증지원 사업’에는 여러 기관이 참여 중이다. 그 중 하나가 우리아이들병원이다.

소아청소년과는 환자 스스로 증상을 설명하기 어려워 보호자의 설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고민하던 우리아이들병원은 이번 사업에 참여를 결정하고 AI전문기업 노타와 손잡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 청진기’ 기반의 AI 이상호흡음 분석 프로그램을 현장에 도입했다.

현재 우리아이들병동에서는 스마트폰 마이크를 활용한 청진이 이뤄지고 있다. 간호사가 아이의 가슴 부위에서 약 10초간 호흡음을 녹음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정상’ 또는 ‘비정상’으로 판별한다. 비정상으로 감지될 경우, 등록된 주치의에게 실시간 문자 알림이 전송된다.

유튜브 채널 <나는의사다>에 출연한 이진철 성북우리아이들병원 원장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실제로 써보니 80% 이상 정확하게 이상호흡음을 감지했다”며 “기술이 더 발전하면 보호자도 가정에서 손쉽게 아이의 호흡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써봐야 옥석 가린다”

K-Health사업 참여기관인 건양의료원의 김종엽 의료데이터연구단 단장(이비인후과)은 실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이디어 단계에서 떠올린 기술이 현장에서 바로 통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실증 과정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빠르게 개선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K-Health사업의 참여기관인 건양의료원은 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한 ‘데이터안심존’과 병의원 간 진료정보 교류시스템인 ‘케어네트워크’를 구축 운영 중이다.

김 단장은 “이 사업은 단순히 기계나 알고리즘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과 개발자가 함께 참여하는 ‘애자일(Agile)’ 혁신 모델”이라며“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해 보고, 그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면서 기술을 고도화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는 수많은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중에는 검증이 필요한 기술도 많다.

김 단장은 “AI의료솔루션 실증사업은 현장에서 직접 써보고 진짜 효과가 있는 기술을 가려내는 기회”라고 강조하며 “이 과정을 통해 검증된 기술들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진철 원장은 의료 형평성 측면에서 AI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AI 솔루션이 제대로 개발되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의사가 곁에 있는 것처럼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며 “의료 접근성의 격차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조만간 2026년에 새로운 컨소시엄을 모집해 AI의료솔루션 실증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 단장은 “대전 지역 의료기관과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며“실증사업이 의료의 미래를 앞당기고, K-메디컬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K-Health사업은 의료데이터 활용 생태계 조성 및 AI의료서비스 활성화를 통한 AI융합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원하고 있다. 대전광역시는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사업을 주관하며 건양대학교병원이 참여기관으로 단독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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