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지형 교수
OlympiA 임상 삼중음성 포함 HER2- 조기 유방암 전체생존기간 입증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전체 생존율(Overall Survival, OS) 개선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BRCA 변이 환자는 일반 환자에 비해 질환 진행 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이어서,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OS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점이 린파자 OlympiA 연구의 임상적 의의다."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는 gBRCA 변이 HER2 음성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OS 개선을 최초로 입증한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억제제다. '항암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있는 gBRCA 변이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성인 환자의 치료'로 허가를 받은 이후, '수술 전 보조요법 또는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경험이 있는 gBRCA 변이 HER2 음성 고위험 조기 유방암 성인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적응증을 확장했다.

이로써 린파자는 gBRCA 변이를 가진 유방암 환자의 조기 치료 옵션으로 임상적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근거가 된 OlympiA 임상은 지난해 12월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SABCS 2024)에서 발표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에 본지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지형 교수를 만나 gBRCA 변이 조기 유방암과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린파자의 임상적 가치를 들어봤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지형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지형 교수

-BRCA 변이를 기준으로 현재 조기 유방암과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 환경은.

조기 유방암에서는 우선 BRCA 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이가 확인되고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는 환자라면, 수술 전 선행항암치료나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은 뒤 보조요법으로 BRCA 관련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게 된다.

현재 기준은 HER2-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 적용되며, 이 범주에는 삼중음성 유방암과 HR+ 유방암이 모두 포함된다. 또한 기본적으로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는 조기 유방암은 삼중음성 유방암, HR+ 유방암 모두 수술 전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을 하고 있다.

수술 후에 추가적으로 HR+ 유방암 환자의 기본적인 표준치료는 항호르몬제, 즉 내분비요법을 5년간 시행하고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은 수술 후 수술 결과에 따라 병리학적 관해에 도달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병리학적 관해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항암치료를 하며, 병리학적 관해에 도달한 환자 중 BRCA 변이가 동반된 경우에도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조기유방암에서 린파자 뿐만 아니라 최근 CDK4/6 억제제 계열 약제들도 잇달아 허가를 받았다. 린파자를 포함해 이들 약제들이 처방되는 조기 유방암 환자군의 특성은 무엇인가.

린파자는 HR+ 유방암, 삼중음성 유방암이 모두 포함되며, 일부 환자들은 CDK4/6 억제제와 적응증이 동일하다. 만약 HR+ 유방암 환자에서 BRCA 변이가 있다면, CDK4/6 억제제도 쓸 수 있고 PARP 억제제인 린파자 같은 약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두 약제를 같이 쓰는 환자는 1년에 1~2명 정도로 임상적으로 매우 드물다.

이러한 고위험군 환자에게 CDK4/6 억제제와 PARP 억제제를 모두 처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두 계열 약제 모두 쓸 수 있는 환자에서 어떤 치료제를 처방할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학회에서 이러한 환자에서 어떻게 처방할지에 대한 논의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전향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도 않고 이러한 임상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로선 이미 마련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제를 결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지, 부작용이 적은 약제는 무엇일지, 약제비용, 각 환자별 기저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약제를 처방해야 하는 상황이다.

- CDK4/6 억제제와 PARP 억제제를 동시에 써야 하는 환자는.

HR+ 유방암 환자이며 수술 전 선행항암치료를 6개월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후 종양 크기가 많이 줄지 않았고,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도 10개 이상 발생한 환자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기유방암 중에서도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군에 속한다.

이러한 환자의 경우 CDK4/6 억제제도 처방할 수 있고, BRCA 변이도 있어 린파자도 처방이 가능하다면,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약제에 대해 설명을 한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이나 안전성 문제 등으로 동시에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설명할 경우 대부분의 환자들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물어보는데, 의료진의 입장에선 생존율 개선을 입증한 약제를 선택하라고 한다. 현재 시점에서 생존율을 입증한 유일한 약제는 린파자다.

이에 대해 학회에서도 생존율을 입증한 약이 린파자이니 이런 경우 린파자를 먼저 공유하는 것이 맞겠다는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 컨센서스이고 아직까지는 정답이라고 할 순 없다.

-삼중음성유방암(TNBC)의 경우 유방암 중에서도 예후가 좋지 않고 재발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조기 0기나 1기 단계에서는 특별히 생존율이 더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2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는 HER2+ 유방암의 3기 후기 환자군과 비슷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으며, 재발이 빠르고 공격성이 높은 암종이다.

특히 2기, 3기 이상의 고위험군에서는 재발률이 높고, 재발 후 생존율은 크게 떨어진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삼중음성 유방암이 젊은 연령대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환자일수록 질환 진행이 빠르고 공격적이어서 재발과 전이를 막는 치료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는 선행항암치료를 통해 암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진행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 시 조직 내 암세포가 남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를 병리학적 관해라고 부른다. 병리학적 관해에 도달했는지가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예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기존 표준치료로 병리학적 관해에 도달한 환자의 약 95%는 재발하지 않았다. 다만, 병리학적 관해에 도달하지 못한 환자에서는 여전히 재발 위험이 높아, 이에 대한 추가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명확한 정답이 없지만, 새로운 임상에 참여를 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고, BRCA 변이를 동반한 환자라면 관련 약제를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는 수술 전 보조요법 및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펨브롤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BRCA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펨브롤리주맙과 함께 린파자를 병용하거나, 혹은 펨브롤리주맙 치료가 끝난 뒤 린파자를 이어서 사용하는 방안이 고려된다. 이는 환자의 상태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면 BRCA 변이가 없는 환자라면, 병리학적 관해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기존 표준 치료제를 더 사용하거나, 임상 연구에 참여해 새로운 약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권고된다.

-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에서 OS를 입증한 약제는 현시점 기준으로 린파자뿐이라고 언급했는데. OlympiA 연구 결과가 갖는 임상적 의미는.

OlympiA 임상은 삼중음성 유방암을 포함한 HER2-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약 1,800명에 달하는 환자 중 대부분이 BRCA 변이를 가지고 있었고, 1,000명 이상을 모집했다는 점만으로도 큰 규모의 의미 있는 연구였다. 전체 환자의 약 80%는 삼중음성 유방암, 20%는 HR+ 유방암 환자였다.

연구 결과, 린파자를 복용한 환자군은 복용하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iDFS)과 무질병 진행기간 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더해 전체 생존율까지 개선이 확인된 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다.

- 린파자 치료를 위해서는 BRCA 변이 검사가 필수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BRCA 검사는 얼마나 이뤄지고 있나. 접근성에 어려움이 없나.

급여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라면 대부분 BRCA 검사를 시행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국내 연구에서도, 수도권 지역의 경우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의 90% 이상이 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다만 검사 접근성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모든 병원에서 검사가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방의 일부 병원에서는 서울 소재 대형 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해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지방에서도 검사가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병원 역시 급여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검사를 시행한다. 국내 급여 기준에는 ▲만 40세 이하에서 진단된 유방암 환자 ▲만 60세 이하에서 진단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환자의 가족 및 친척(3차 이내 관계)에서 유방암, 췌장암, 전이성 전립선암 등 관련 암 병력이 있는 경우 ▲양측성 유방암 환자 등이 포함된다.

- BRCA 검사 급여의 사각지대는 없나.

몇 가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가령 65세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라고 해서 BRCA 변이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환자들은 현행 기준 때문에 검사를 받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45세의 HR+ 유방암 환자 역시 충분히 젊은 연령이지만, 급여 기준에서 제외돼 검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이런 환자들은 본인 부담으로 BRCA 검사나 NGS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NGS 검사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있다. 단순히 BRCA만 검사할 것인지, 아니면 생식세포 전반을 아우르는 패널 검사를 할 것인지에 대한 병원별 차이가 존재한다.

급여가 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라면 비급여 검사를 해야 하므로, 비용 차이가 크지 않은 NGS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검사를 진행해 BRCA 변이가 발견된 경우 예방적 수술이나 PARP 억제제와 같은 치료제를 사용하는 등 치료를 진행한다.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는 가족력이다. 일부 환자들은 친척들과 교류가 적어 가족력을 잘 알지 못한다. 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최소 조부모 세대까지 확인이 필요한데, 환자가 이 부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 검사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면담 등을 통해 가족력을 세밀하게 확인하다 보면 옛날에 돌아가신 이모가 사실 유방암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뒤늦게라도 보험 적용을 받아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최근 유방암 관련 다양한 약제가 등장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문제도 고려해야 할텐데, 학회 차원에서 조기 유방암을 비롯한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우선순위는.

유방암은 여성 발병률 1위 암이며, 전체 암 발생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 유방암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신약은 여전히 급여 접근성이 낮다. 이는 단순히 유방암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암종에서도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과제다.

또한 급여뿐만 아니라 허가까지의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편이다. 최근 들어 정부가 허가 절차를 신속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에서는 이미 사용되는 약제를 국내 환자들이 쓰기까지 공백이 발생한다. 린파자나 최근 허가된 치료제들도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치료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우선 생존율을 입증한 약제를 우선적으로 급여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기 유방암 환자들은 생존 기간이 길어 추적 관찰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존율을 입증하는 약제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약제는 7년, 10년 이상 추적 관찰한 뒤에야 생존율 개선 효과가 확인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사용돼 온 내분비 보조요법 역시 20~30년에 걸친 데이터를 통해 장기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이처럼 조기 유방암은 환자의 생존 기간이 길어 장기간의 데이터를 통해서만 평가가 가능하며, 이에 따라 약제의 가치 또한 시시각각 새롭게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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