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서 주장
산업부 “업계와 학계 의견 수렴해 지정 해제 여부 검토”
국내 제약사들의 국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툴리놈톡신 생산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재검토해 일부 기술은 지정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는 업계와 학계 의견을 수렴해 지정 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한국시민교육연합은 29일 오전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건국의대 미생물학교실 이승현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국가핵심기술제도의 타당성 검토-보툴리눔 톡신 사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국가핵심기술제도는 해외 유출 시 국가안보·경제·공중보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희소성과 전략성이 높은 기술을 대상으로 하며 국가 경쟁력 유지와 국가안보 확보가 핵심 목적이다.
지정대상은 ▲쉽게 획득하기 어려운 기술이라는 희소성 ▲국가 경쟁력에 직결되는 기술이라는 전략성 ▲대체재가 없는 독점 기술이라는 대체 불가성성 등을 갖춰야 지정될 수 있으며, 지정 후 해당 기술 수출 시 정부 승인이 필요하고 합작·투자·M&A 시 사전검토가 의무화된다.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 및 행정제재가 가능하다.
정부는 이같은 기준으로 지난 2010년 ‘보툴리눔톡신 생산기술’을, 2016년에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바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제약업계는 보툴리눔톡신 관련 기술들이 국가핵심기술에 지정됨에 따라 2025년 기준 전세계 약 25조원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한국기업 시장점유율이 10% 미만을 기록하는 등 산업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출 승인 절차가 평균 74일, 최대 12개월 이상 걸림에 따라 연간 수출 지연 손실이 900억원에서 1,000억원에 이르고 제품 출하 지연으로 인한 매출 감소, 해외 바이어 신뢰도 하락 등이 제약업계가 주장하는 주요 문제점이며, 이같은 주장을 담아 제약바이오협회는 보툴리눔 톡신 관련 기술들의 국가핵심기술 공식 해제를 요청한 상태다.
이에 이 교수는 국가핵심기술에서 ‘보툴리눔 균주와 범용화된 독소제제 생산기술’을 지정 제외하고 ‘고도화된 핵심 생산공정’만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국가핵심기술 지정과 관련해 행정예고·규제영향평가·사후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가들의 규제와 정합성을 유지해 수출 지원 및 규제 가이드라인을 명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이같은 조치들을 통해 제도 본래 취지를 회복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한국시민교육연합 이상수 상임대표는 ‘선진 외국의 보툴리눔 독소제제 규제 현황 및 관리방안 비교를 통한 산업·안보 균형 발전 방안’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와 관련해 보툴리눔 톡신 생산·판매 중인 국내 18개 제약사를 대상으로 지난 9월 12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결과 응답 제약사의 82.4%가 찬성했으며, 찬성 이유로는 ▲규제로 인한 기대 효과보다 글로벌로 신속히 진출할 수 있는 기회 상실 비용이 훨씬 크다는 의견이 32.6%로 가장 많았다.
이 외 ▲해외 파트너사들에게 과도한 규제로 인식돼 이를 설득하는데 불필요한 시간과 자원 소모 30.2% ▲핵심 공정과 균주는 이미 오픈돼 보편화 됨 27.9% ▲보호가 필요한 특수 공정은 개별 특허로 보호하는 것이 실효적 9.3% 등의 응답이 나왔다.
이 대표는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통한 기술 확산과 바이오 산업 성장 촉진을 기하되 국가 안보와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한 선별적 규제 유지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도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개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전북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정세영 석좌교수는 “보툴리눔톡신은 현재 지정된 75개 국가핵심기술 중 유일하게 균주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모순”이라며 “국내 17개 보툴리눔 톡신 기업 중 13개 회사와 제약바이오협회도 일관되게 지정 해제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학계 전문가들 대부분도 지정 해제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재국 부회장은 “지정 당시와는 산업 환경이 크게 변화했음에도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되지 않아 업계에서 기업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보툴리눔 제제의 경쟁력을 확보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해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투명성기구 유한범 공동대표는 “국가핵심기술 중 생명공학 분야 4개 기술 중 하나가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이라는 점이 뜻밖이다”라며 “지정과 개정과정에서 바이오 업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데, 규제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학계와 업계의 이같은 지적에 정부는 보툴리눔톡신 국가핵심기술 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사업통상자원부 최광준 바이오융합산업과장은 “산업부는 보톡스 생산업체 및 관련 전문가 의견을 균형적으로 청취하고 산업기술보호법상 절차와 기준에 따라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및 해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