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전윤경 교수
지난해 총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이 거의 현실화됐다. 고령화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기동성 손실과 독립성 저하의 위험이 크다는 데 있다. 60세 이상부터는 노화로 인해 신체 기능이 떨어져 활동성이 감소하므로 향후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거나 낙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인한 장애 및 사망의 주요 부담을 겪게 된다.
골다공증성 골절이 대표적인 사례다. 골다공증 골절은 치료비용 부담 및 돌봄 노동력을 가중시켜 각종 사회경제적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퇴골, 척추, 손목 골절의 치료비용을 다 합산하면 연간 1조 500억원에 달할 정도다. 게다가 골다공증의 주요 유병인구인 노인들은 경제적으로 복지 사각지대, 동시에 건강상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노인 1인 가구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인데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률이 매우 높아, 홀로 사는 노인이 골절되면 사회적 단절로 돌봄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경제적 자립도는 낮아 생활고를 겪게 될 수 있다.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골다공증 골절의 발생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골다공증 치료가 상당히 중요하다. 골다공증은 골밀도가 낮아져 아주 사소한 충격에도 쉽게 골절 위험이 증가하는 상태로 정의된다.
골다공증으로 인해 골절이 발생하면 환자는 극심한 통증 뿐만 아니라 운동 능력 또한 저하되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 또, 연속적인 재골절로 이어지는 일종의 ‘도미노 골절’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골다공증 골절 후 또 다른 골절이 발생할 위험은 최대 10배까지 증가해, 골절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대퇴골 등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은 약 15~30%로, 노년기 사망 위험까지 높인다.
골다공증은 노화와 관련이 높은 대사성 질환으로, 이미 해외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핵심적인 사회적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천만 노인 시대를 앞둔 지금, 건강한 노인의 삶을 보장하고 골다공증 골절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골다공증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의 관심이 요구되는 시기다.
고령인구 삶의 질을 높이고 정부의 재정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골다공증 환자들의 골밀도를 충분히 증진시키고 오랫동안 유지시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골다공증으로 진단 받은 환자들의 지속적인 골다공증 약물치료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엄격하게 제한된 건강보험 급여기준으로 인해 일부 환자들이 치료를 계속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정부는 골밀도를 측정해 T-score가 -2.5 이하인 환자에게 골다공증 약물치료에 대한 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를 시작한 뒤 환자의 T-score가 -2.5를 조금이라도 초과하면 즉시 보험 혜택은 중단된다.
대표적인 치료제인 데노수맙의 경우 10년 임상 데이터를 통해 장기 치료 효능 및 안전성을 입증한 효과적인 장기적인 치료 옵션이지만, 현행 급여기준에 따라 T-score가 -2.5 보다 높아지면 급여가 중단된다.
효과적인 치료로 환자의 치료 성적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고, 환자 스스로도 골밀도가 향상됨에 따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게 되지만, 이와 동시에 약제의 보험이 중단된다는 소식을 전해야 한다는 것은 의료진에게는 난감한 일이고, 환자 본인에게도 힘든 일이다.
골다공증 골절은 소리 없이 찾아오는 질환으로, 환자 관점에서 중요한 점은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를 빠르게 시작하고, 꾸준히 사용해 골다공증성 골절을 예방함으로써 예후를 개선하는 것이다. 따라서 골밀도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며T-score가 -2.5를 초과해서도 최소 3년 동안은 약물치료를 이어가 충분히 골밀도를 상승시킬 수 있도록 투약기간에 대한 제한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해외 진료 가이드라인을 보면, 골다공증 환자에서 약물치료 후 T-score가 -2.5 보다 높아져도 최초의 골다공증 진단은 계속 유지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는 -2.5라는 수치는 환자를 진단하고 약물치료를 시작하기 위한 지표로, 골다공증 완치를 뜻하거나 약물치료의 중단을 결정짓는 기준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러한 개념은 다른 질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일례로 고혈압 약물의 경우, 한번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치료 과정에서의 혈압 수치 변화와 관계없이 고혈압 약물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이상지질혈증도 지질 수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꾸준하게 약물 치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급여를 지원하는 질병 간 형평성 확보 차원에서 골다공증도 동일한 기준을 토대로 투여기간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 모두는 언젠가 노인이 된다. 골다공증 지속치료 보장성 강화를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위한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국가적 문제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노화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비가역적인 현상이지만, 골다공증 골절은 약물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다.
실제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직접 마주하는 임상의의 입장에서 골다공증 골절은 노인 인구의 전반적인 건강상태와 사망률의 중요한 영향 요인으로,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한 고령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보건의료과제다. 따라서 고령화 대응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골다공증 치료제 급여기준 개선이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