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김하영 교수

올해 한국의 노령화지수가 152.0을 기록했다. 이는 14세 이하 유소년 100명 당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 인구가 152명이라는 뜻이다.

강릉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김하영 교수.
강릉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김하영 교수.

여기서 더 자세히 들여다볼 부분은 노인 인구의 건강 상태다. 건강한 노인 인구와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노인 인구에 대한 부양 부담은 천양지차다. 대표적인 노인 질환 ‘골다공증’을 진료하는 의료인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제1 과제는 바로 노인 ‘부양 부담’의 쓰나미를 야기할 수 있는 골다공증 골절을 막아내는 것이다.

골다공증은 고령 인구에서 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연령 관련 질환으로, 골밀도의 감소로 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상태를 말한다. 골다공증이 무서운 이유는 ‘골절’과 ‘재골절’의 연쇄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의 불충분한 치료로 인해 발생한 골절은 격렬한 통증, 신체 기형 및 장애, 보행 장애, 독립성 훼손을 유발해 노인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폐색전증 등 합병증에 의한 사망을 초래한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21%로, 일반인 대비 약 11~12배 높다.

더불어 골다공증 골절이 야기하는 더 큰 문제점은 바로 ‘부양 부담’이다. 골절이 발생한 노인 환자는 가족이나 간병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비 상승에 이어 보호자, 간병인이 돌봄 노동에 투입되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기회비용도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골다공증 골절로 의료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막으려면 골다공증 골절 예방을 위한 골다공증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골다공증 골절의 발생을 제대로 막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골다공증 골절을 막으려면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다른 만성질환들처럼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골다공증 골절 예방을 위한 골다공증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을 아주 제한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골다공증의 진단기준인 T-score가 -2.5이하인 경우 골다공증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약물치료를 이어오다가 T-score가 -2.5 보다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골다공증 약물치료에 대한 보험급여가 즉시 중단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골다공증 신약인 데노수맙 치료를 시작한 이후 T-score가 -2.5 보다 높아져 기뻐하고 있는 환자에게 이제부터는 급여가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해야 할 때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상당히 유감스럽다. T-score가 -2.5보다 높아졌다는 것이 골절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국내 골다공증 환자들의 골밀도를 보다 충분히 상승시키고, 골절 위험 감소 효과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T-score가 -2.5를 넘더라도 임상의 판단 하에 계속적인 치료를 보장해야 한다. 최소한의 개선 방법으로는 골다공증 약물치료 중 T-score가 -2.5를 넘은 골다공증 환자에게 최소 3년 정도라도 추가적인 보험급여를 인정해주는 방법이 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을 꾸준히 낮춰야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어 고지혈증 치료제와 고혈압 치료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듯이, 골다공증 또한 골밀도를 꾸준히 상승 유지시켜야 골절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골다공증과 같은 만성질환인 고혈압, 고지혈증은 질환 특성을 고려해 급여기준 상 투약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골다공증 치료 약물의 급여기준만 제한한 것은 매우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외 진료지침에서도 골다공증 골절 예방을 위해 골다공증 환자의 약물 치료 중 T-score가 -2.5 보다 높아져도 골다공증 진단 상태는 여전히 유지된다고 권고한다. 영국, 미국, 일본, 호주, 대만 등의 의료 선진 국가들은 건강보험에서도 골다공증 골절 예방을 위한 골다공증 환자의 지속치료를 확실히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희망적인 움직임도 있다. 지난달 대한골대사학회가 주최한 골다공증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는 유관 학회들이 제출한 의견들을 토대로 골다공증 약물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골다공증 골절 예방을 위한 골다공증 지속치료는 고령화로 인한 노인 부양 부담 증가라는 미래에 닥쳐올 위험을 막기 위한 방파제나 다름없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피할 수 없는 기정사실로, 한명 한명의 노인이 얼마나 ‘건강한’ 노인이 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가 짊어질 부양 부담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시간을 지체한다면 더 큰 부담이 고스란히 미래세대에 전가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골다공증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개선안에 대해 학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는 만큼, 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잘 이어나가 새 정부가 골절 예방을 위한 골다공증 지속치료 보장성 강화를 보다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검토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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