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카네이션요양병원장)

지난 2020년 1월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인류는 백신과 치료제로 반격을 준비했다. 변이를 거듭하며 나타난 오미크론은 인후두부 감염으로 전염력은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았다. 이에 정부는 정면 돌파로 코로나19 대응책을 변경했다. 코로나19가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하며 거리 두기 완화와 실외 마스크 착용도 해제했다. 짧지만 그리운 일상으로 돌아가 사람들을 만나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자영업자도 오랜 불황을 마감하는 듯 기지개를 켰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아뿔싸. 코로나19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 빠른 속도로 환자가 늘었다. 하루 4만 명의 환자가 확진되더니, 결국 파주의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입원환자와 종사자 총 291명 중 128명(종사자 16명, 환자 11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 128명 중 106명은 4차 접종까지 마친 상태에서도 코로나19에 걸렸다. 새로운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지난 2월 대한요양병원협회 기평석 회장은 새로운 실험을 했다. 치료제가 도입되고 있었지만 전담병원 병실 부족으로 확진자를 전원 할 수 없게 되자 부천시보건소와 논의 후 요양병원에서 자체 치료를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진 교육도 실시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새로운 실험에 대한 사례 발표를 한 이후 확진자를 요양병원에서 자체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요양병원에서 전담병원으로 확진자를 전원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원무행정 파트에서 전담병원을 알아보고, 보호자에 연락하고, 구급차를 섭외한 후 환자를 전원 보낸다. 이 과정에서 환자도, 보호자도 모두 피해자였다. 전담병원은 7일 격리 후 환자를 돌려보내는데, 환자에 대한 파악이 어렵다보니 7일간 치료로 코로나19는 치료됐지만, 이송 등 절차에 지친 환자의 컨디션이 악화되기도 했다. 때로는 전담병원 병실 사정으로 이송이 지연돼 환자분이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3월 이후에는 확진자를 요양병원에서도 치료하기로 결정되면서 환자 상태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익숙한 환경에서 그동안 환자를 봤던 의사, 간호사들이 팀을 이뤄 치료한 결과, 코로나19 치료 결과도 전담병원에 뒤지지 않았다. 이송 과정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지치는 경우도, 병원 원무행정 파트의 직원들도 과다한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원 과정에서 확진자에 노출되는 사람도 줄어 감염 전파 가능성도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지친 요양병원 직원에게 단비 같은 일이었다.

감염병의 치료 원칙인 분산 치료로 감염 확산을 막으면서도 환자 치료에 성공한 요양병원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영도참편한요양병원 박성백 이사장은 병동과 분리된 시설로 감염자를 분리하고 간이 음압기를 설치해 감염 확산을 막았다. 병원 내부에 치료제, 방호물품 등이 충분하고, 훈련된 의료진이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지난 코로나19의 위기에서 요양병원은 충분한 역량을 발휘했고, 감염병 치료 경험도 쌓았다. 필자가 근무하는 카네이션요양병원에서도 의사, 간호사, 원무행정 파트 등 너나 할 것 없이 손발을 걷고 환자 치료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는 의료진들을 볼 때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원무행정 파트도 보건소에 협조하며 많은 일을 했다.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잘 훈련된 셈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더라도 기존 전담병원 체제보다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자체 치료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다행히 간이 음압기 가격도 많이 내렸다. 그러니 정부에 건의하고 싶다. 감염병 치료 원칙은 분산해서 수용하고 전염을 최소화하는 것인 만큼 요양병원 내부에 간이 음압기를 설치하고 동선을 분리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것이다. 치료제와 방호물자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불어 지친 의료진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준다면 코로나19와 싸우는 최전선의 파이터들이 싸울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불과 며칠 사이에 확진자가 4만 명을 넘었다. 8월에 20만 명의 확진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요양병원협회는 감염관리를 위해 대한비뇨의학과와 대한감염학회와 함께 ‘감염병TF’를 구성했다. 요양병원협회 전남지부 지승규 회장이 TF위원장을 맡았다. 요양병원은 충분히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정부와 요양병원이 협력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한다.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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