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효정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포괄‧신포괄 부분과장

2022년 1월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지침' 개정을 맞닥뜨린 산업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황효정 포괄‧신포괄 부분과장.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황효정 포괄‧신포괄 부분과장.

지난해 언론을 통해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 병원에서 고가 항암제 급여 적용을 둘러싼 지불제도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며, 지불 모형이 개편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사전 예고 없이 지침 개정을 통해 치료재료 포괄영역 구분기준을 변경하리란 건 의료기기산업계로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달라진 치료재료 보상방식에 대한 요양기관 문의를 대응하기에 지불모형의 이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시범사업 지침 개정은 그간의 개정 준비과정과는 다르게 지난 연말까지도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대상 기관들에게 항암제 개편 중심으로 안내만 됐을 뿐이다.

과거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및 신포괄수가제 지불모형 개편' 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공개설명회를 개최했고, 이에 관심있는 공급업체들은 설명회에 참석해 향후 운영계획과 변경 내용을 확인하고 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공개설명회를 운영하지 않았고, 요양기관별로 참석자를 제한해 소규모 비공개 설명회만 진행했다.

이에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산업계가 개정 내용을 이해해 요양기관과의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심평원에 지불모형의 변경 시기와 치료재료 포괄영역 구분기준 변경에 대한 사전 안내를 요청했다. 이에 돌아온 답변은 항암제 위주의 개정이며 정해진 내용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31일 심평원은 홈페이를 통해 2022년 1월부터 적용되는 신포괄지불제도 시범사업 지침 개정안을 공지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월 1일부터 98개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이 요양 기관에서 시행됐다.

시범사업 운영기관과 산업계 모두 급작스럽게 공지된 운영지침을 제대로 숙지하진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신포괄수가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포괄비포괄수가제 분류 기준 비교]

구분 개정 전 ('16~'21년) 개정 후 ('22년 이후)
구분단위 대분류 (2단위) 중분류 (6단위)
포괄비포괄
분류기준
가중상한가, 처방변이 1인당 소요비용,
주 DRG에서의 사용분율 또는 사용비중
전액비포괄
분류기준
선별급여 일부품목 등 초고가 및 저빈도 치료재료,
선별급여 일부품목 등


'신포괄수가제'는 행위, 치료재료 및 약제를 포괄항목과 비포괄항목으로 구분해여 포괄항목에 해당되는 부분은 포괄수가제로 지불하고, 비포괄항목에 해당하는 부분은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하여 지불하는 혼합 방식으로 운영된다.

의사의 행위는 비포괄 항목으로 행위별 수가제와 동일하게 수가의 100%를 보상 받지만, 약제와 치료재료는 비포괄 항목일지라도 보험상한가의 80%만 별도 청구하고, 포괄 항목은 기준수가에 포괄하여 보상되어 별도청구가 불가하다.

즉, 포괄 구분에 따라 요양기관 수익구조와 환자의 비용부담이 달라지고, 요양기관의 의료행태가 달라지게 되는 제도다. 이는 의료기기산업계의 업무환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지불제도 운영에서 의료기기 공급업체는 직접적인 관계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의료행위는 의료인의 순수한 행위 자체만으로 독립적인 의료서비스가 될 수 없다. 의료행위에 동반되는 수많은 의료기기(치료재료)를 바탕으로 의료행위가 실현되고 완성된다. 따라서 임상현장에서의 원활한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급업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지침' 개정에 따라 치료재료의 경우 총 2,746개의 품목이 비포괄에서 포괄로 재분류됐고, 871개의 품목이 포괄에서 비포괄로 재분류됐다.

개정된 포괄 영역 재설정 분류 원칙에 의하면 구분단위가 '대분류'에서 '중분류'로 변경되며, 분류 기준은 '1인당 소요비용'과 '주 DRG에서의 사용분율 또는 사용비중'을 고려해 나뉜다. 분류의 기본원칙은 1인당 사용금액 10만원 미만, 10만~20만원, 20만원 이상으로, 1인당 사용금액이 20만원 이상인 항목은 비포괄로 분류된다.

대분류 하에 다양한 품목의 중분류가 형성돼 있고, 중분류 간 보험상한가 차이가 크기 때문에 대분류 기준의 포괄비포괄 영역 설정은 지불 정확성이 낮아져, 구분단위가 중분류로 변경된 점은 지불정확성 측면에서 개선된 점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품목은 비포괄 중분류에 해당할지라도 유사 중분류가 포괄 영역이면 동일하게 포괄로 분류된다는 맹점이 있다. '유사항목 동일 분류'라는 예외기준에 따라, 중분류 간 규격, 재질, 형태 등의 비용 차이가 동일하게 구분되는 것이다.

일례로 '흡수성 체내용 지혈용품'의 경우 2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이기 때문에 비포괄로 분류돼야 하지만, 재질과 형태가 다른 유사 중분류가 포괄이라는 이유로 동일하게 포괄로 분류됐다. 또 지혈제는 허가 종류에 따라 약제와 치료재료로 구분되는데, 이번 개정에서 약제는 포괄에서 비포괄로, 치료재료는 비포괄에서 포괄로 변경돼 지불 형평성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지불모형에 따라 환자, 요양기관, 공급업체 각 이해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불제도의 종류와 상관없이 운영지침 개정 시에는 요양기관 뿐만 아니라, 환자 및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의료기기산업계에도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논의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임상현장에 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은 포괄구분 기준에 대한 학회 및 전문가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사전 안내도 이뤄지지 않아 이해당사자가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지지 못한 점 등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정부는 내년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원가 기반의 지불모형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는 전체 요양기관의 의무 적용된다. 신포괄수가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는 점에서 향후 추진하는 개편 사안은 의료전문가와 산업계가 참여해 충분한 논의와 안내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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