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 쉼 없이 의료계에 ‘혁신’ 씨앗 심어
메르스 대응 경험 등 감염관리 중요성 공유, 코로나19 대응에 도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텍트 산업 대응 등 주제로 다시 만나길

지난 2014년 청년의사, 명지병원, KPMG는 ‘Hospital Innovation &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4’를 개최했다. 한국에서도 환자경험과 서비스 디자인을 통한 병원 개혁을 테마로한 컨퍼런스가 최초로 열린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하이펙스(HiPex)는 2019년까지 매년 혁신과 발전을 원하는 의료계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감과 공감을 줄 수 있는 사례와 이론을 소개했다.

2014년에는 환자경험을 강조하며 단순한 만족이 아닌 ‘매우 만족’하는 환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2015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후 한국에서 메르스가 퍼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진단했으며, 2016년에는 재즈의 즉흥성을 기반으로 의료기관에서 환자경험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2017년에는 변화의 마음근육 만들기, 2018년에는 4차산업혁명과 의료기관의 대응, 2019년에는 환자경험서비스의 숨겨진 영역 찾기를 주제로 하이펙스를 찾은 수백명의 ‘혁신꾼’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하이펙스(HiPex) 시작을 알린 ‘Hospital Innovation &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4’ 모습.
하이펙스(HiPex) 시작을 알린 ‘Hospital Innovation &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4’ 모습.

매년 새로운 시도와 주제로 의료계 혁신을 주도했던 하이펙스도 2019년 말 찾아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피해가지 못했다. 2014년 시작 후 무려 6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하이펙스도 2019년을 끝으로 잠정 중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하이펙스가 끝난 지 2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의료계에 하이펙스가 심은 씨앗은 싹을 틔워 잘 자라고 있었다.

코로나19 대응‧국제화‧감염관리 등 하이펙스로 선제 준비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하이펙스에 2016년을 제외하고 모두 참석했다는 서울재활병원 백미정 간호과장은 우선 하이펙스를 통해 환자경험이 병원 혁신의 중심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또 그 이후 이어진 수많은 변화가 병원 성장의 거름이 됐다고 했다.

특히 백 과장은 2014년과 2015년 하이펙스에서 선보인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의 기억을 떠올렸다.

백 과장은 “2014년과 2015년 하이펙스를 통해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를 보게됐다. 서울재활병원은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재활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직원 힐링이 중요했고 예술치유센터를 접한 경험으로 병원 내 예술을 통한 힐링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백 과장은 2017년 하이펙스에서 Universal UX를 접하고 노인 뿐 아니라 어린이와 장애인도 함께 잘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했으며, 2018년 하이펙스 후에는 외부 주차장 동선 개선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백 과장은 “하이펙스에서의 경험을 통해 병원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는 환자경험이고 그 안에 환자안전, 감염관리, 의료서비스 질 향상, 직원 복지, 실습생의 경험 등이 모두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내가 곧 환자경험이라는 말의 의미는 계속 되새겨볼만 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대응에서도 하이펙스에서 접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백 과장은 “2015년 하이펙스에서 명지병원의 메르스 대응 사례를 상세히 듣고 경영진들에게 공유했다”며 “접촉을 해야 치료가 가능한 재활전문병원이지만 감염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2016년도에 감염관리실에 전담 간호사를 선임했다”고 말했다.

백 과장은 “이후 감염성질환 관리를 순차적으로 준비하던 중 2020년 2월, 원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 발생했지만 서울시의 지원과 전직원의 노력으로 추가 확진자 없이 무사히 이겨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하이펙스에 참석했던 시화병원 박현미 기획정책국장은 “병원 확장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데리고 하이펙스에 참가했다”며 “병원 국제화에 도움이 되고 (병원 발전과 변화를 위한) 직원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매년 노력하고 있지만 의료현장 트렌드(trend)는 항상 바뀐다. 신축병원에 좋은 것을 심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코로나19 이후 공식이 뒤집어지고 있다"면서 "지금도 열심히 바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국장은 “하이펙스 참가를 통해 동그라미가 네모가 되는 변화를 찾은 것은 아니지만 틀에 박힌 사고를 하지 않고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면서 “국내외 여러 혁신 사례를 보고 배우는 과정에서 다른 병원보다 짜임새 있는 병원을 만들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4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양산부산대병원장을 역임한 김대성 교수는 원장 취임 전 기획조정실장으로 하이펙스를 찾은 적이 있다.

김 교수는 “하이펙스를 통해 환자경험과 의료디자인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었다. 특히 직원들이 많이 참석했고 이런 경험들을 통해 경영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이펙스 참석 후 원장에 취임했고) 원장 재임기간 동안 코로나19를 1년 반 정도 겪었다”며 “영남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을 유치하는 등 초반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했고 감염관리팀과 감염내과 교수를 중심으로 고생이 많았지만 비교적 잘 대처했다”고 덧붙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현장이 바라는 정보는?

코로나19로 하이펙스가 개최되지 못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하이펙스를 통한 환자경험, 혁신사례 공유에 대한 현장 요구는 여전했다.

시화병원 박현미 국장은 “하이펙스는 원래 의료계에 선진적인 내용들을 소개해주는 행사였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의료계에 더욱 큰 변화가 올텐데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으로라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제적인 변화에 대해 소개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떤 변화가 오고 어떤 길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병원들이 많다. 우리가 정책을 세울 수는 없지만 살아남기 위한 방안들을 공유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접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양산부산대병원 김대성 교수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Untact) 산업이 발달하고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원격진료 등이 급속도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각 병원이 나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의료기관에서 언택트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류자동화가 필요하다. 일반 대기업들은 이미 자동화가 다 돼 있다”며 “이를 통해 사람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 의료기관도 이런 트렌드를 따라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김 교수는 “(향후 하이펙스가 다시 시작된다면) 지금까지도 여러번 다뤘지만 직원 행복에 대해 다시한번 다뤄줬으면 한다”며 “직원이 행복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병원이 지속발전할 수 있는 우수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재활병원 백미정 과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하이펙스가 다시 열릴 수 있다면 ▲코로나19와 연계된 사람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정리하고 ▲재난 시 끝없이 덮쳐오는 악순환의 순간을 이겨낸 사례 ▲상대적으로 지원이 적은 중소병원 현장에서 생존의 위협을 받았을 간호사들은 어떻게 힐링하면서 버텨냈는지 등에 대한 사례 공유가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백 과장은 “코로나19가 간호사 업무 한계를 없애고 있는 것 같다. 의료법상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주가 있지만 코로나19로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면 가까이 있는 간호사가 하는 일이 돼 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백 과장은 “소진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겨내야할지, 간호사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격래해야 할지 늘 고민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눴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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