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회원 설문조사’ 발표…2만6809명 참여
최대집 회장 “적절한 정부 답변 없으면 총파업 포함 행동 돌입”
41대 회장 선거 불출마 선언도…투쟁과 차기 선거 선 그어

의사 10명 중 9명 이상이 첩약 급여화를 비롯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등 속칭 ‘4대악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8명 이상은 대정부 투쟁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대한의사협회는 22일 용산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악 의료정책 대응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설문에는 총 2만6,809명이 참여했다. 이는 지난 2014년 3월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쟁계획에 대한 설문조사 응답자가 1만1,082명, 같은 해 8월 원격의료 시범사업 관련 설문조사 응답자가 6,357명, 그리고 지난해 대정부 투쟁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 응답자가 2만1,896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높은 참여다.

(왼쪽부터)의협 이필수 부회장, 최대집 회장, 김대하 이사

의협에 따르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묻는 문항에 전체 응답자의 99.1%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중 ‘매우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84.9%를 차지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0.8%에 불과했다.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22년도부터 400명 증원해 10년간 의사 4,000명을 더 양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묻는 문항에 대해선 응답자의 98.5%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소수인 1.5%에 그쳤다.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의사가 97.4%에 달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2.6%)과 큰 차이를 보였다.

‘원격의료’에 대해선 전체 응답자의 96.4%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3.5%에 그쳤다.

또 대다수의 의사회원들이 ‘4대악 의료정책이 강행될 경우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2.6%는 ‘전면적인 투쟁 선언과 전국적 집단행동 돌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수위를 점차 높이는 방식의 단계별 투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29.4%에 달해, 응답자 72%가 투쟁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또 ‘의협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의견 역시 23%를 기록했다.

반면 ‘투쟁 없이 정부와 대화하자’는 의견은 5%에 머물렀다.

특히 ‘의료 4대악 정책 철폐를 위한 투쟁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참여자 85.3%가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투쟁 참여 이유에 대해선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한 정당한 저항이기 때문에’가 38.6%로 가장 많았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의사로서의 책무이기 때문에’가 27.7%, ‘최선을 다해 진료할 수 있는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하여’가 25.7%를 차지했다. ‘4대악 정책이 의료기관 운영 또는 생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에’라는 응답은 8%에 불과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2만7,000여 회원들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정부가 일방 추진하고 있는 의료 4대악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높은 문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에 대한 협회의 강력한 대응 요구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한 정당한 저항이자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로서의 책무로서 최선의 진료환경의 조성을 위해 협회가 강력한 투쟁에 나서라는 회원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또 의료계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의학적 원칙을 저버린 채 근거 없는 4대악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라고 평했다.

최 회장은 이어 “코로나19와 맞서고 있는 그 어느 나라가 지금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의대를 새로 만들어 감염병에 맞서냐”면서 “의료에 대한 이해가 없는, 오직 경제 논리를 앞세운 산업계가 주도하는 뉴딜정책이 어떻게 코로나19의 해법이 될 수 있나. 현장에서 어떻게 쓰일지, 어떤 효과가 있을지 검증조차 되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이미 개발이 돼 있으니 어떻게든 활용하라며 강요하는 게 어떻게 4차 산업 혁명이고 디지털 헬스케어란 말이냐”고 성토했다.

또 “사명감으로 코로나19에 맞서온 의료진마저 지쳐 현장을 떠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근본적인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과 투자 없이, 국가에 소속된 의사가 공공 의료기관 안에서 행하는 것만이 공공의료라는 지극히 관료적인 인식으로 어떻게 새로운 감염병 위기에 대응할 수 있겠냐”면서 “정부는 여기에 한술 더 떠 과학적 검증 없이 건강보험 급여 원칙을 훼손하며 첩약 급여화까지 강행하려고 한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나라, 정상적인 보건의료행정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4대악 의료정책을 강행할 시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곧 있을 가을철과 겨울철, 코로나19의 재유행에 대비하기에도 부족하고 아까운 이 시기에 의료진을 진료실이 아닌 거리로 내몰고 의사를 의사가 아닌, 투사가 되도록 만드는 나쁜 정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세계 앞에서 그토록 자화자찬하고 있는 K-방역, K-의료가 ‘코로나 스트라이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현명하고 합리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회장은 이어 “상임이사회에서 대의원회에 ‘4대악 의료정책’ 저지 투쟁과 관련한 서면결의를 요청했다. 대의원총회 의결까지 완료되면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할 것이고, 이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수용할만한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집단행동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며 “총파업이 결정되면 한번보다는 여러 차례 파업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태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 회장은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주문한 ‘협의체’ 구성에 대해서 거절의 뜻을 보였다.

최 회장은 “운영위 취지는 사안이 크기 때문에 여러 산하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투쟁 방법을 수립하고 집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번 투쟁은 회장과 전 집행부, 전 직원들과 산하단체가 중심이 돼 치러나갈 수밖에 없는 대규모의 어려운 투쟁이다. 협의체라는 걸 굳이 구성할 필요는 없다. 다만 거기서 나온 여러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자문하고 의견을 구하는 노력을 지속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차기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투쟁이 차기 회장 선거와 관련돼 있다는 일부의 억측에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최 회장은 “‘차기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 투쟁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다’는 억측은 잘못된 것”이라며 “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에 나가든 나가지 않든 의사라면 이 문제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41대 의협회장 선거에 나오지 않을 것이고 임기 안에 4대악 의료정책 반드시 마무리할 것”이라며 “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면책할 수 있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의사면허관리기구 만들기 위한 초석 놓는 작업 등 의사들의 정당한 보상체계 마련을 위한 단초를 만들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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