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25년 정원 논의’에 의료계도 반응…"백지화 논한다면 참여"

민주당 이어 국힘 한동훈 대표도 25년 증원도 논의 가능 방재승 교수 “진실성 있다면 들어가지 못할 이유 없다” 의협 “전공의·의대생 의견 우선…참여 논하기 이르다”

2024-09-11     송수연/고정민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여야의정협의체에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하자 의료계 내에서도 참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청년의사).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도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료계 내에서도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의료계 참여 전제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까지 포함된 논의다.

민주당은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려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 개방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합리적 추계 ▲대통령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문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같은 민주당 입장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모든 의제 논의로 수용했다”며 “채상병 특검과 김건희 조사처럼 말로 적당히 면피하는 ‘한동훈식 말정치’가 의료대란에서도 반복돼선 안 된다. 한 대표는 오늘 당장 용산을 찾아 대통령의 해결 의지 확답부터 받아오라”고 했다.

한 대표는 전날(10일) 기자들과 만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와 복지부 장·차관 경질 문제도 협의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모여서 무슨 얘기를 못하겠나. 대화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대화의 전제로서 ‘이건 안 된다’는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의료계 참여 독려 차원”으로 해석했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도 의제로 논의할 수 있다는 여야 입장에 의료계 내에서도 협의체를 통해 대화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방재승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대표가 한 말이 그대로 진실성 있게 지켜진다면 의료계도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환영”이라고 했다. 하지만 “협의체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나 백지화 조건을 내걸지 않으면 의료계는 그 어떤 단체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 교수는 “이번 의료사태에서 의료계의 핵심은 교수도 아니고 대한의사협회도 아니다. 전공의들이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해도 내년 3월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중 30%가 돌아오면 많이 돌아오는 것”이라며 “2026학년도 증원부터 다시 원점 재검토하자고 하면 내년 3월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은 거의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의료붕괴는 내년 3월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미 2025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이 시작됐기에 돌이킬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올해 2월 2,000명 증원을 발표한 것 자체가 고등교육법 위반이다. 고등교육법상 의대 정원 발표는 1년 10개월 전 공지해야 한다”며 “정부가 수시 원서 접수 때까지 시간 끌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 교수는 이대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증원되더라고 이들을 가르칠 교육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휴학하고 있는 3,000명까지 해서 내년에는 (의대 의예과 1학년만) 7,500명이다. 이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없다. 새로 들어온 4,5000명도 휴학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또한 교육부가 발표한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으로 충분한 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교육부 장·차관 주변에는 간신 아니면 실력 없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방 교수는 “저도 3수를 해본 사람이기에 수험생들 심정을 잘 안다. 하지만 수험생은 20만명이고 국민은 5,000만명이다. 지금 길거리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20만명 때문에 5,000만 국민을 희생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한 결정을 유보했다. ‘당사자’인 의대생과 전공의 생각이 우선이라고 했다.

의협 채동영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원점 재검토라는 표현이 나온 것 자체는 다행스러우나 의대생과 전공의가 참여하지 않는 협의체라면 의협도 참여할 의사가 없다”면서 “의대생과 전공의 의견이 우선이다. 현재로서는 의협이 협의체 참여를 논하기 이르다”고 했다.

하지만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협의체 참여를 결정한다면 의협은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의협 임현택 회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며 “어떤 테이블도 함께 앉지 않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