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복붙’ 추석 응급체계, 이번엔 논란…“결국 당직병원 강제지정”
복지부·지자체 당직병원 지정·통보 지침 매년 포함 “문제없다고 장담한 이유 있었다…올해는 다를 것” 의대 증원 과정에서 쏟아진 행정명령에 ‘불신’ 팽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계가 뒤숭숭하다. 7개월째 이어진 의대 증원 사태로 전공의에 이어 전문의마저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응급의료 현장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추석 연휴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평소의 2배 정도인데 의료인력은 줄었다. 응급실 운영을 축소하는 대학병원도 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서 “현실 부정”이라고 비판했지만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행정명령이나 강제 지정이란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의심이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응급실 근무를 유지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릴 계획이 없으며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지만 의료계는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관련 기사: 복지부, 응급의학과 의사에 응급실 업무명령? “말도 안된다”).
복지부가 매년 발표하는 ‘추석 연휴 응급진료체계 운영계획’도 이 같은 의구심에 불을 지폈다. 복지부는 지난 8월 14일 ‘2024년 추석 연휴 응급진료체계 운영계획’을 지자체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등 관련 기관과 대한의사협회에 공유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매년 해오던 일로 운영계획 안에 담긴 내용도 추석 연휴 날짜만 바뀔 뿐 매년 동일하다. 의협도 지난 8월 26일 산하 단체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추석 연휴 응급진료체계 운영계획을 안내했다. 이 또한 매년 해오던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논란이 일었다. 복지부 운영계획 안에 매번 첨부해 보내는 ‘연휴기간 문 여는 병·의원 및 약국 지정·운영 지침’ 때문이다. 응급의료법 제34조와 동법 시행규칙 21조를 근거로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은 관련 협회와 단체로부터 신청을 받아 연휴 기간 문 여는 병·의원을 지정·운영할 수 있다. 문 여는 병·의원은 응급의료법에 따라 당직의료기관으로도 지정될 수 있다. 특히 지정 신청을 한 의료기관이 충분하지 않으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문 여는 병·의원(당직의료기관)을 직접 지정하도록 했다. 문 여는 병·의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연휴 1주일 전 통보·고지해야 한다.
논란이 된 부분은 문 여는 병·의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이 연휴 기간 진료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당직의료기관(제34조)으로 지정됐는데도 응급의료를 하지 않으면 면허 또는 자격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로 정지시킬 수 있다. 또한 지자체가 연휴기간 문 여는 병·의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을 점검해 '불이행'이 적발되면 응급·당직의료기관이면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제45조)에 따라 업무 정지 15일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비응급·당직의료기관이면 행정지도가 내려진다.
의대 증원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강제 지정하지 않아도 명절 연휴 기간 응급의료체계가 유지됐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 결국 당직의료기관을 강제 지정하고 ‘행정처벌’을 무기로 진료를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신천연합병원 조병욱 소아청소년과장은 “정부가 추석 연휴 응급의료체계에 문제없다고 장담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며 “기존에는 자발적으로 추석 연휴에도 당직을 자처하는 의료기관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협조 요청이라고 포장된 공문이지만 강제 지정과 처벌을 적용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적용된다.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