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 “의대 증원 이어 수련체계 개편도 졸속 행정”

의료개혁특위 ‘수련체계 개편안’ 발표에 반발 의학회-26개전문학회 “전문가 의견 수렴하라”

2024-05-13     송수연 기자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은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 방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KMA TV 중계 화면 갈무리).

대한의학회는 정부가 발표한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안에 대해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전공의 수련교육을 담당하는 26개 전문과목학회와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갑자기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의학회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우선 개혁과제 검토 방향에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이 포함되자 12일 26개 전문과목학회와 긴급 회의를 개최하고 입장을 정리했다. 수련체계 개편안에는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지역 종합병원과 의원에서도 수련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이른바 '네트워크 수련' 내용도 포함됐다.

의학회 박형욱 부회장(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는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날 회의에서 정리한 입장을 발표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와 의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날 기자회견은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 근거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 부회장은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전문과목학회와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이른바 의료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설립된 수련체계 개편안이 무분별하게 발표됐다”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졸속 행정에 이어 전공의 수련체계마저 졸속행정의 희생량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면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26개 전문과목학회와 전공의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개혁특위는 이런 과정 없이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뜬금없는 수련체계 개편에 많은 전문가가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의료현장에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마치 군사작전하듯이 수련체계 개편을 추진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라며 “전문과목학회의 전문성과 역할을 무시하고 수련을 담당하지도 않는 비전문가들이 모여 수련체계 개편을 발표하는 것은 의료개혁이 아니라 민주주의 파괴”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수련 담당 전문가들의 공론을 무시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도 전혀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며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수년간 전문학회와 논의해 다듬어야 할 수련체계 개편을 어느 날 갑자기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신뢰를 더하기보다 오히려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