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압둘 카림 교수, 3가지 약제 효능 평가한 무작위 대조 연구에 주목
'메트포르민·이버멕틴·플루복사민', 코로나19 치료 효과 입증 못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함에도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당뇨약 '메트포르민', 구충제 '이버멕틴' 및 항우울제 '플루복사민'이 고위험군에서 코로나19 중증으로의 진행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무작위 대조 이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미네소타 대학 캐롤린 브라만테(Carolyn T. Bramante) 등 미국 연구진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코로나19 치료에 '메트포르민', '이버멕틴', '플루복사민' 등 세 가지 약물을 위약과 비교 평가한 무작위 대조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원제: Randomized Trial of Metformin, Ivermectin, and Fluvoxamine for Covid-19).

연구진은 과체중 또는 비만이 있는 1,431명의 코로나19 환자(고위험군)를 2x3 요인설계(2-by-3 factorial design)에 따라 무작위 배정했다.

메트포르민 및 메트포르민 위약 그룹에는 각각 663명, 660명이 배정됐으며, 이버멕틴 및 이버멕틴 위약 그룹에는 각각 410명, 398명, 플루복사민 및 플루복사민 위약 그룹에는 각각 334명, 327명이 배정됐다.

1차 평가변수는 저산소혈증, 응급실 방문, 입원 또는 사망 사건으로, 모든 분석은 동시 무작위 배정을 받은 대조군을 사용했으며 코로나19 예방 접종 및 다른 시험 약물에 대한 투여가 조정됐다.

연구 결과, 주요 사건에 대한 조정된 교차비(adjusted odds ratio)는 메트포르민의 경우 0.84, 이버멕틴은 1.05, 플루복사민은 0.94로 나타나, 세 가지 약제 모두 고위험 코로나19 환자에서 중증으로의 진행을 예방하지 못했다.

사전 지정된 이차 분석에서 세 가지 약물 중 메트포르민의 경우 '응급실 방문, 입원 또는 사망 사건'에 대한 조정된 교차비가 0.58로 나타나 1차 평가변수보다 더 심각한 사건에 대한 예방에 잠재적 이점을 보이긴 했지만, 연구진은 "이는 미리 지정된 2차 평가변수이므로 다른 시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결정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임상 감염병 역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컬럼비아 대학 살림 압둘 카림(Salim S. Abdool Karim) 교수 등은 사설을 통해 해당 연구가 감염병 시대에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약물들의 비효용성을 증명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의사는 환자의 치료 선택에 있어 안전성과 효능에 대해 현재 이용 가능한 최상의 증거를 사용해야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일부 초기 임상시험들은 서둘러 시행하보니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거나 환자 수가 너무 적은 연구로 이어졌다"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치료법들이 효능에 대한 초기 증거로 인용되진 않았지만 이미 널리 사용됐으며, 일부 임상의들은 입증된 효과적인 대안으로 변경하는 것을 꺼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이버멕틴과 플루복사민은 코로나19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증거가 꾸준히 축적되고 있지만, 여전히 널리 처방되고 있다"며 "효과가 없는 치료법을 처방하는 것은 중립적이거나 무해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관행은 환자가 올바른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부작용과 다른 질병으로 해당 약물이 필요한 환자에게 약물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비효능성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 저널에 이런 연구를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치료법의 효능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개의 엄격한 무작위 대조 시험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