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포스트 코로나, 의료는 안전한가’①
코로나19 손실보상으로 돈 번 병원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일상을 되찾고 있다. 의료체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4월 발표한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에 따라 코로나19 진료를 일반 의료체계로 흡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되고 행정명령까지 내려 확보했던 병상도 다시 일반 병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재유행이나 또 다른 신종 감염병 등장에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청년의사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포스트 코로나, 의료는 안전한가’를 주제로 지난 6월 29일 전문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청년의사는 창간30주년을 맞아 '포스트 코로나, 의료는 안전한가'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청년의사는 창간30주년을 맞아 '포스트 코로나, 의료는 안전한가'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코로나19 대응에 적극적이었던 병원일수록 한숨이 깊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회복세가 너무 더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환자에게 내준 병상을 다시 일반 병상으로 전환했지만 이미 다른 병원으로 떠난 환자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청년의사 창간 30주년 특집 좌담회에 함께 한 전문가들은 현장 상황을 전하며 “불안하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병상 대부분을 비운 공공병원들은 의료생태계 자체가 붕괴돼 언제 회복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왔다. 코로나19 대응에 앞장 선 병원에는 훈장보다 상흔이 더 크게 남은 모습이다.

사회자: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손실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이후 보상 수준이 올라가 손실을 만회하고도 오히려 흑자를 봤다는 통계들이 나왔다. 어떤가?

이재협: 코로나19 유행 첫해에는 적자였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이득을 봤을 것이다.

이재갑: 첫해에는 손실 보상이 제대로 안됐다. 수가체계도 없었다. 그러다 지난 2020년 11~12월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병상 동원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손실보상이 제대로 되기 시작했다. 수가도 일반 중환자실보다 10배 높게 줬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손해를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 환자도 많이 발생했다.

김종혁: 지난 2020년에는 전공의 파업도 있어서 힘들었다. 그해 9월 2주간 진행된 전공의 파업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병원 운영도 어려웠다(김 교수는 지난 2020년 12월까지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정재훈: 처음에 수가를 너무 안 줬기 때문에 나중에 과도하게 많이 잡혔고 병상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수가를) 높게 잡아서 병상 확보하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그렇다면 회복 탄력성은 어떻게 줄 것인가. 이 부분이 제일 어렵다.

병상을 비워두는 게 이득인지, 아니면 다른 환자로 돌리는 게 이득인지에 대해 각 병원들이 결정하는 시기가 왔다. 시장 기능에 따라 조정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 수가 제도가 시장 기능에 따라 유지되지 않고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결정된다. 너무 급하게 병상을 확보하면서 민간 상급종합병원에 과도한 이익이 돌아갔다. 만약 그 비용이 다른 쪽으로(감염병 대응에) 선제 투자가 되거나 수가 제도에 녹아져 있었더라면 상황이 나았을 수 있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사후 평가가 필요하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김종혁 교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 보라매병원 이재협 부원장, 가천의대 정재훈 교수.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김종혁 교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 보라매병원 이재협 부원장, 가천의대 정재훈 교수.

사회자: 공공병원인 보라매병원의 상황은 어떤가?

이재협: 그동안 굉장히 많은 입원실을 코로나19 병동으로 바꿨다. 전체 병상의 40%를 코로나19 병상으로 활용하고 그쪽으로 엄청난 인력을 투입해 2년 6개월 동안 운영해 왔다. 그러다 보니까 무슨 일이 생기냐 하면 일반 입원 환자가 쫙 빠졌다. (정부 정책에 따라) 코로나19 병상을 일반 병상으로 바꾼 지 6주 정도 됐는데 회복이 안된다. 메르스(MERS) 때도 그랬다. 긴 기간이 아니었는데도 병원이 정상화되는데 꽤 오래 걸렸다. 일반 환자를 주로 진료하고 일부 코로나19 중환자를 보던 민간병원과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 지원금 부분만 보면 코로나19 유행 기간 어느 정도 보상이 이루어진 것은 맞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의 일반 환자 진료 기능이 축소됐고 경영 상태도 비정상적이었다. 이를 회복해야 하는데 그 기간에 대한 반영이 전혀 없다. 코로나19 병상을 일반 병상으로 전환했으며 수가도 일반 수가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메르스 사태 이후 상황을 보더라도 이전으로 바로 회복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사회자: 공공병원은 의료 인력 이탈도 심각하다고 들었다.

이재협: 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어서 그나마 이탈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다른 공공병원은 사직하는 의료인이 많다. 2년 6개월 동안 서전(Surgeon)들이 수술은 못하고 코로나19 환자만 봐야 한다면 얼마나 버티겠는가. 관련 환자도 없고 수술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의사들이 이탈하게 된다. 의료생태계 자체가 망가진 것이다.

서울의료원이나 서남병원처럼 병원 전체를 폐쇄하고 꽤 오랜 기간 코로나19 환자만 봤던 병원은 일반 진료체계로 전환하더라도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상황으로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빨라야 5~6년이다. 그 이전으로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예측도 나온다. 어려운 환경에서 근무하던 병원에 누가 지원하겠는가. 인재가 오지 않고 결국 의료생태계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했던 병원이 일반 진료체계로 전환하고 바로 일반 수가만 대입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이재갑: 코로나19 환자를 많이 본 공공병원에서는 손실보상금으로 인해 직원 월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은데 이제는 월급을 줄 직원이 없어서 문제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나왔다.

사회자: 다른 공공병원에 비해 보라매병원의 상황은 좀 나은가.

이재협: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에는 병상 가동률이 90% 정도였지만 지금은 70% 정도다. 코로나19 병상 중 상당수를 일반 병상으로 전환한 지 6주 정도 됐지만 회복이 굉장히 더디다. 전체 병상 중 300여 병상만 코로나19 환자용으로 바꾸고 나머지 400여 병상은 일반 병상으로 유지해 왔다. 서울시로부터 모든 병상을 다 비우고 코로나19 환자를 받으라는 압력을 많이 받았지만 저소득층 중증 진료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 비울 수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나마 이 정도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도 보라매병원 환자들이 많이 왔다. 보라매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지만 입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자: 다른 병원의 사정은 어떤가.

김종혁: 서울아산병원은 요새 병상 가동률이 거의 100%다. 입원하기 힘들어서 VIP 병실이 빈 날이 없을 정도다.

이재갑: 거의 다 회복됐다.

사회자: 서울아산병원 등 빅5병원에 환자가 많이 몰리는 것은 기존에도 그랬고 그 추세가 이어지는 것 같다. 다른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조금만 보기도 했다. 그에 반해 코로나19 환자를 많이 본 공공병원들은 그 영향으로 더 힘들어진 상황인 것 같다.

이재협: 공공병원은 의료 생태계 자체가 망가져서 진료할 의사가 별로 없다.

사회자: 정부는 코로나19 환자를 일반 의료체계 내에서 진료하도록 대응 방식을 전환했다. 코로나19 지정 병상도 속속 해제됐다. 현재 코로나19 병상은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가.

이재갑: 초기 중환자실 4병상을 코로나19 환자용으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지난 2021년부터 늘려 올해 45병상까지 운영했다. 올해 3~4월에는 45병상이 모두 코로나19 환자로 꽉 찼었다. 이후 5월부터 코로나19 환자가 급감하기 시작했고 5월 셋째 주 서울시로부터 현재 입원해 있는 코로나19 환자만 남겨 두고 나머지 병상은 다 지정을 취소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황당했다. 병원은 병동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코로나19 환자 2명이 남아 있어도 이 병동에는 일반 환자를 입원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5월 마지막 주에 모든 코로나19 병상을 다 취소하라는 명령이 왔다. 그래서 지난 6월 3일 모든 코로나19 병상 지정을 취소당했다. 당시에도 응급실을 통해 코로나19 환자가 한두명 씩 오던 시기였다. 수익에 민감한 민간병원 입장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빠지면 바로 일반 환자를 입원시켜야 한다.

사회자: 코로나19 병상 지정을 취소한다는 의미는 결국 코로나19 환자를 입원시키거나 그 병상을 비워둬도 기존처럼 손실 보상 등 재정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 아닌가.

이재갑: 그렇다. 그러니 민간병원 입장에서는 병상을 비워두면 손해다. 결국 재단 차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보지 않고 응급실로 오는 코로나19 환자는 감염병거점전담병원으로 이송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어렵게 중환자 병상 1개와 일반 1인실 병상 2개를 코로나19 환자용으로 남겨뒀다.

사회자: 보라매병원은 어떤가.

이재협: 우리도 이제 코로나19 병동을 운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는 생기고 그 중에서 중환자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병상을 남겨 놨다. 버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일반 격리병실 10병상과 중환자 7병상을 코로나19 환자용으로 지정해 놨다. 하지만 이 병상에 대해서는 정부가 기존처럼 지원해주지 않는다.

이재갑: 현재 거점전담병원만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버퍼 역할을 할 곳이 없어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 바로 병상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심각하다. 델타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해 환자가 급증했을 때 병상 부족이 심각했는데 당시에는 공공병원을 비워 놓고 지원하면서 버티게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계속>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