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데이터에 대한 의혹 제기에 3상 임상시험 환자등록 고전

한때 '기적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불리며 전 세계 관심을 모았던 카사바 사이언스(Cassava Sciences, 이하 카사바)의 '시무필람'(Simufilam, 개발명 PTI-125)이 최근 연구 데이터의 신뢰도에 대한 심각한 의혹으로 3상 임상시험 환자등록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논란에 중심에 서 있는 이 '시무필람'의 3상 임상시험이 국내에서도 진행될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7일 임상시험 수행기관인 프리미어 리서치 그룹 리미티드가 신청한 '시무필람'의 3상 임상시험 등록을 승인했다.

해당 연구는 '경증 내지 중등증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시험대상자를 대상으로 '시무필람' 2가지 용량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는 제3상,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위약대조, 평행군, 76주 임상시험(REFOCUS-ALZ)'으로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해 고대의대 부속병원, 한양대병원, 인하의대 부속병원 등 국내 유수의 대형병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카사바가 ClinicalTrial.gov에 등록한 REFOCUS-ALZ 연구 디자인에 따르면, 해당 연구는 총 1,08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이 중 국내 환자가 얼마나 포함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문제는 '시무필람'이 현재 미국에서 효과에 대한 논란에 정점에 서 있는 약물이란 점이다.

지난 4월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시무필람에 대한 여러 연구들이 과학 저널에서 철회되거나 의혹을 받으며, 이제는 카사바가 연구 결과의 부정으로 인해 뭇매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사바는 작년 여름 '시무필람'에 대한 소규모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인지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증에서 중증도의 알츠하이머 환자 50명에게 9개월 동안 '시무필람'을 투여한 결과 알츠하이머 인지기능 척도인 ADAS-Cog 점수가 3점 정도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데이터는 투자자들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았고, 카사바의 주가는 한때 1,500% 이상 급등하며 지난 여름 회사의 가치가 거의 5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수많은 과학자들이 카사바의 연구에 대한 결함을 지적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해당 임상시험이 위약군 및 추적관찰 기간의 부족해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입증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회사가 과학적 결과를 조작한다고 비난했다.

신경의학 학술지인 '저널 오브 뉴로사이언스'(The Journal of Neuroscience)는 지난해 12월 뉴욕시립대 교수이자 카사바의 수석 연구원인 왕호우얀(Hoau-Yan Wang) 박사와 카사바의 또 다른 수석 과학자인 린제이 번스(Lindsay H. Burns) 박사가 '시무필람'의 효과에 대해 발표한 2편의 논문에 대해 공개적으로 연구 결과의 진실성 및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노화신경생물학(Neurobiology of Aging)' 저널도 해당 두 박사가 저술한 또 다른 논문에 우려의 표명했는데, 이는 카사바의 치료 가설의 핵심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30일에는 과학 저널인 '프로스 원(PLoS One)'이 5개월간의 조사 끝에 왕 박사의 논문 5편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 중 2편의 논문은 번스 박사와 공동으로 작성한 것으로, 카사바의 약물이 표적하는 뇌 단백질에 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카사바는 시무필람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뒤틀어진 '필라민 A'라는 단백질의 형태를 정상화해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치매를 늦추고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하지만, 알츠하이머병 전문가들은 이 가설을 설명할 만한 독립적인 연구를 알지 못한다 답했다"고 전했다.

노벨생리학상 수상자인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과학자 토마스 쥐트호프(Thomas Südhof) 박사 역시 카사바의 이같은 이론에 대해 "이 분야에서 주류를 이루는 이론이 아니며, 그럴듯 하지도 않고 억지로 만들어낸 것처럼 보인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으로 인해 현재 카사바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으며, 진행 중인 '시무필람'의 3상 임상시험 환자등록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카사바는 현재 '시무필람'에 대한 2개의 3상 임상시험(RETHINK-ALZ 및 REFOCUS-ALZ 연구)을 진행 중이며, 이들은 총 1,7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지난 5일(현지시간) 카사바가 공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무필람'의 3상 임상 프로그램에 모집된 환자수는 총 120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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