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자살예방학회 창립…초대회장에 삼성서울병원 홍승봉 교수
신경과·가정의학과·산부인과·마취통증의학과·내과 등 참여

정부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에 대한 처방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보이자 비(非) 정신과 의사들이 우울증 치료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경우 의사의 처방이 60일로 제한된다.

대한신경과학회와 대한가정의학회·의사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노인의학회,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등 6개 단체는 지난 26일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를 창립했다.

초대 회장으로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가 선출됐으며, 홍 교수는 앞으로 2년간 학회를 이끈다.

홍 신임 회장은 “한국 국민들이 어디서나 우울증을 조기 치료받을 수 있게 하고 자살예방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모든 의사들의 책임이며 사명”이라며 “우울증 환자들이 숨지 말고 쉽게 주위에 알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외롭거나 스트레스가 많거나 힘든 처지에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혹시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며 “자살 생각을 물어보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게 자살예방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학회에 따르면 한국의 중등도, 심한, 매우 심한 우울증의 치료율은 11.2%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만 의존하던 우울증 치료와 자살예방이 타 진료과로 확산될 경우 우울증 치료 접근성은 6.4배 높아진다.

또 내과와 소아청소년과가 우울증 치료에 합류할 경우 우울증 치료 접근성은 12.4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 이에 학회는 향후 소아청소년과 등 타 전문과목 단체로 참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자료제공: 대한 우울자살예방학회)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자료제공: 대한 우울자살예방학회)

홍 회장은 “한국의 중등도, 심한 우울증 치료율을 단기적으로 30%로 높이고 장기적으로 미국과 같이 6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동시에 자살예방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회는 ▲OECD 최저 우울증 치료율을 평균으로 높인다 ▲OECD 1위 자살률을 평균으로 낮춘다 ▲한국의 OECD 최저 우울증 치료 접근성(4%)을 50% 이상으로 높인다 ▲우울증의 여러 신체 증상으로 받게 되는 불필요한 투약, 시술, 수술을 막는다 ▲우울증의 정신과 신체 증상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한다 ▲국민 삶의 질과 행복 지수를 높인다 ▲국민의 정신건강과 생명을 지키다 등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전국 의사들에게 WHO 권고기반 우울증 치료·자살예방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더불어 ▲우울증·자살예방 심포지엄 개최 ▲우울증 교육 코스 ▲자살예방 교육 코스 ▲우울증 out of shadow 및 자살예방 캠페인 ▲WHO ‘대화합시다. Let's talk’ 캠페인 ▲우울감·자살 생각 물어보기 ▲한국-노르딕 우울증·자살예방 연맹 ▲우울증·자살예방 걷기 운동 ▲한국-WHO 우울증·자살예방 공동 캠페인 등도 계획하고 있다.

홍 교수는 “이번에 정신건강의학회가 학회 창립에 참여하지 않아 아쉽지만 코로나19로 피폐해진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회복시키고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많은 다학제 의사들이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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