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무 진단’ 아닌 ‘중등도 구분 보조’로 그쳐
전문가들 “의료AI 사용목적에 대한 고민 필요해”
“진단책임은 의료인이 져…의료 AI 역할 회의적”

의료 인공지능(AI)이 디지털 헬스케어의 대표주자로 주목받고 있지만, 임상 전문가들 사이에선 개발된 AI제품을 임상 현장에서 쓰이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잖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임상 현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한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개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딥바이오 의료 AI 허가심사 회의록에는 이러한 개발사와 임상 현장의 간극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결국 의료 AI 제품들이 국내에서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넘어야 할 '간극'이라는 점에서 그 내용을 소개한다.

딥바이오 'DeepDx-Prostate Pro' 슬라이드 분석 화면
딥바이오 'DeepDx-Prostate Pro' 슬라이드 분석 화면

딥바이오는 지난해 11월 식약처로부터 AI 기반 병리조직진단보조 소프트웨어 ‘DeepDx-Prostate Pro(이하 딥디엑스)'를 3등급 체외진단의료기기로 허가받았다.

딥바이오는 딥디엑스가 전립선 침생검 조직의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를 AI로 분석해 전립선암의 조직학적 중증도를 자동으로 구분하며, 분석 결과는 전립선암 조직의 분화도를 나타내는 글리슨 분류법에 따라 5개 등급과 점수로 산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달 공개된 식약처 체외진단의료기기 전문가위원회 회의록(제2021-4호)을 살펴보면, 딥디엑스는 딥바이오가 제품 개발 당시 목표로 한 ‘전립선암 유무 진단 보조’가 아닌 ‘전립선암 중등도 구분 보조’로 허가받는 데 그쳤다. 암 유무 판정(진단)을 위한 사용목적이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병리과 전문의 등 당시 회의에 참여한 위원들은 딥디엑스의 직접적인 암 유무 진단 보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위원들은 개발 단계에서 딥디엑스 사용목적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인 한 위원은 “식약처 허가 시 사용목적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기업이) 이 제품으로 임상적 성능시험을 할 때 사용목적은 어디까지나 글리슨 등급을 부여하는 시스템으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글리슨 점수화를 할 수 있는 샘암종 외에도 다른 종류의 샘암종도 있고, 육종 같은 종류도 있는데, 다른 종류의 암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는 것도 지금 이 시험의 한계”라고 진단했다.

한 위원은 대장암이 전립샘암에 침범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딥디엑스 진단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립샘이라고 해서 샘암종 외에 다른 종의 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대장암이 전립샘 암 조직에서 나왔을 때 인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 (확증 임상)시험에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의 진단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암의 유무에 대해 의료인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업체 측과 인식 차이가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냥 단순히 ‘사용목적을 좀 더 업그레이드해서 암 진단이라고 표현하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사용목적은 제한을 두어야겠다고 생각한다”는 일갈이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도 위원들은 딥디엑스가 비정형미소샘증식증(ASAP)과 같은 비정형(atypical) 세포를 놓칠 가능성에 주목하며 제품에 대한 허가가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위원은 “‘등급 3’ 이상이 아니라고 다 암이 아닌 건 아니다. 비정형 중에서도 면역검사로 암으로 진단되거나, 비정형 암이 양성과 악성 사이에 있는 패턴이 있다. 이 경우 (제품이) 놓치게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위원장은 “AI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오진(誤診)을 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다. 지금까지 병리사가 진단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고, 그런 진단을 틀리지 않기 위해서 추가로 면역조직화학검사를 한다. ASAP는 굉장히 작아서 면역조직화학염색을 안 하면 이게 진짜 암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의 유무를 밝혀내 주더라도 결국에는 병리사가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고, 100% 이 제품만 믿고 판단했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결국 모든 책임은 병리사가 지게 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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