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진료병원 대부분 코로나19 전담병원 병행…노숙인 의료 제한
시민단체 “복지부, 인권위 권고 즉각 이행해 노숙인 건강권 보장해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노숙인 의료접근권 강화를 위해 보건복지부에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를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사진제공: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사진제공: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는 지난 9일 보건복지부에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를 폐지하고 노숙인의 의료급여 신청이 제한되지 않도록 관련 지침을 보완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노숙인 진료시설을 지정해 노숙인들이 해당 시설을 이용할 경우에만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료기관 중 286개에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대부분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됨에 따라 노숙인의 의료서비스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복지부에 노숙인의 의료접근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를 폐지하고 관련 법령을 개정하기 전까지 노숙인의 진료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노숙인 진료시설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복지부에 인권위 권고를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11일 성명을 통해 “참여연대는 인권위의 권고를 환영하며,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노숙인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복지부가 즉각 권고를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홈리스(노숙인) 진료시설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함에 따라 홈리스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이 더욱 어려워졌으며, 이는 지난 2015년 메르스 확산 당시 발생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 없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정부는 더 이상 홈리스의 의료공백을 외면하지 말고 인권위의 권고를 당장 이행해, 모든 홈리스들이 지체 없이 적절한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홈리스 진료시설은 대부분 공공의료기관”이라며 “안 그래도 민간병원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가난하고 취약한 환자를 돌보기 않고 있는데, 아예 홈리스의 경우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이런 차별을 용인하고 장려해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2020년에도 노숙인 진료시설인 서울시 공공병원 6곳이 모두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면서 홈리스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사라졌다”며 “지난해 12월에도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이 소개(疏開)되며 홈리스가 이용할 수 있는 응급실은 단 한 곳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는 몇 안 되는 공공병원을 쥐어짜며 홈리스와 가난한 환자들을 희생시켜 재난에 대응해왔다”며 “복지부는 인권위 권고를 당장 이행해 홈리스들에게 차별적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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