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지역 신속항원검사 결과, 687건 양성
PCR 검사 최종 확진은 76%…위음성 확인 방법 없어

동네 병·의원으로 확대되는 신속항원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도입한 광주, 전남, 경기 평택·안성 지역에서만 위양성(가짜양성) 비율이 2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와도 그 결과가 위음성(가짜음성)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광주, 전남, 경기 평택·안성 지역 41개 선별진료소에서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신속항원검사는 총 8만4,000여건이며 이 중 0.8%인 687건에서 양성이 나왔다.

그러나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 687건에 대해 PCR 검사를 실시한 결과, 76.1%인 523건만 양성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64건(23.9%)은 위양성이었던 것이다. 선별진료소 신속항원검사는 자가검사키트로 진행된다. 검사를 받는 사람이 스스로 검체를 채취하며 그 과정을 관리자가 감독한다.

반면,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는 의료인이 검체를 채취해 전문가용 신속항원진단키트로 검사한다. 같은 기간 4개 지역 호흡기클리닉 43곳에서 시행한 신속항원검사는 총 4,246건이며 이중 3.4%인 146건이 양성이었다. 이에 대한 PCR 검사 결과는 파악되지 않았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신속항원검사에 대해 “80% 이상의 감염을 놓칠 수 있다”며 PCR 검사 확대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진단검사의학회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는 의료인이 검체를 채취해 시행해도 민감도가 50% 미만이며 자가검사는 20% 미만으로 떨어진다. 신속항원검사로는 오미크론 감염 초기 1~3일 동안 감염력이 있는 환자 대부분을 놓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진단검사의학회는 “신속항원검사는 PCR보다 적어도 1,000~1만배 이상 바이러스 배출이 많아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다”며 “특히 감염 초기에는 항원검사의 민감도가 매우 낮다. 신속항원검사를 무증상자에게 전면적으로 도입할 경우 감염 초기 환자는 위음성 가능성이 높기에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단검사의학회는 ▲대용량 자동화 PCR 장비 도입 ▲구인두도말 검체 사용으로 검체 채취 역량 증가 ▲비필수 검사 인력과 자원을 코로나19 PCR용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통해 정확도 높은 PCR 검사 역량을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차선책으로 신속항원검사 도입을 고려할 수 있지만 호흡기클리닉 위주로 의료인이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대응TF 간사인 홍기호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코로나19 유병률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신속항원검사로 ‘놓친 감염자’가 불러올 파급력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매일 오전 신속항원검사로 음성을 확인한 후 운동을 시작했던 팀에서 어느 순간 확진자 1명 발생했고 순식간에 32명을 전염시킨 사례가 미국감염학회에 보고되기도 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불가피하게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면 그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경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너무 일찍 배포된 자가검사키트가 미국 내 코로나19 유행을 악화시킨 범인으로 보기도 한다”며 “자가검사키트로 음성이 나오면 안심하고 돌아다니다가 증상 발현 후 뒤늦게 양성으로 진단되면서 그 사이 수십명을 감염시키는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나 자가검사키트의 한계에 대해 국민들이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신속항원검사의 음성 측도가 높으니 괜찮다는 얘기를 자꾸 한다”며 “우리나라 코로나19 양성률이 2~3% 정도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PCR 검사를 해도 전체 검사 건수의 97%는 음성으로 나온다. 신속항원검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