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한국의 의료시스템은?③ 하용찬 골대사학회 이사장
"골감소증으로 개선되면 약물 복용 어려워…제도 개선 必"
"골다공증 사회적 인식 높아져…지역사회 차원 예방 관리 이뤄져야"

2020년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2025년 한국 전체가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2018년 고령사회에 접어든 후 불과 7년만에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1994년)에서 초고령사회(2005년)로 넘어가기 까지 11년이 걸렸음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속도다. 그럼, 초고령화 사회를 맞닥뜨리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관련 학술단체 수장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대한골대사학회 하용찬 이사장(중앙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대한골대사학회 하용찬 이사장(중앙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고혈압 환자는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약을 주기적으로 복용한다. 이는 혈당관리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은 완치가 어려워 약이나 운동, 식이조절 등을 통해 평생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만성질환임에도 약 복용 등을 통해 관리를 잘하면, 되레 약을 먹지 못해 다시 악화되는 악순환을 견뎌야 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골다공증 이야기다.

문제는 골다공증이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의 하나로 현재도 높은 유병률을 보이지만, 초고령화사회로 진입을 앞둔 만큼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한골대사학회가 발표한 '골다공증 및 골다공증 골절 FACT SHEET 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50세 이상 골다공증 유병률은 22.4%, 골감소증의 유병률은 47.9%였다. 즉, 성인 5명 중 1명은 골다공증, 2명 중 한명은 골감소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한골대사학회 하용찬 이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와 같은 현 골다공증 치료의 한계와 함께 노인들의 생명과 일상생활 영위를 위한 관리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달 1일부터 골대사학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하용찬 교수는 학회 총무이사, 역학위원회 위원장, 재골절예방서비스시스템(Fracture Liaison Service, FLS) 추진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대한골대사학회지 영문판인 JBM(Journal of Bone Metabolism)의 편집위원장으로 JBM이 국제학술지인 스코프스(SCOPUS)에 등재되도록 기여했다. 또 세계무혈성괴사학회 아시아 부회장, 아시아고관절 관절경학회 한국대표, 대한정형외과학회 홍보위원장, 대한정형외과 스포츠학회 감사, 대한노인병학회 이사 등 각종 국가단체의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취임을 축하한다.

감사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으로 어렵고, 중차대한 시기 이사장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현재는 펜데믹 극복과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지난 2년 간 시행하지 못한 대면 행사들, 국제행사들을 준비하고 또 새로운 관계 정립에도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최근 고령화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노인성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골다공증 또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데, 현재 환자들의 치료 환경이 궁금하다.

10여년 전보다 치료환경이 많이 나아졌지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여전히 많다. 처음 학회 총무이사를 할 때인 2011~2012년 즈음에 골다공증 치료약물 복용 기간이 기존 6개월에 1년으로 바뀌었는데, 이 역시 골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게 평생 1년만 약을 복용하게끔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이후 골다공증 여부를 판단하는 T-score도 -3.0에서 -2.5로 바뀌는 등 꾸준히 치료 환경이 개선됐지만, 문제는 그 개선 범위가 골다공증만으로 제한됐다는 점이다.

현재는 골다공증 진단을 받아도 매년 (골밀도) 검사를 해서 T-score가 -2.5 이하여야 약제 등에 급여가 적용된다. 즉, 치료가 잘돼 골다공증에서 골감소증으로 개선이 되면 되레 치료 기회가 박탈되는 상황이다.

-골다공증 치료 환경에서 개선될 점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골다공증 치료를 받다가 골감소증으로 전환되면 약을 못쓰게 되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 경우 상태가 나빠진다. 때문에 학회에서는 김덕윤 전 이사장을 필두로 이전의 이사장단들에서 골감소증으로 개선된 환자들에게도 치료가 계속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요구해 왔다. 골다공증과 골감소증을 방치하는 건 골절을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부에서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다.

-정부 또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말인가.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모든 의료 역량과 이슈가 감염 예방에 집중돼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임기 동안 환자들이 골감소증 관리까지 가능토록 제도 개선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바람이다. 최근 로모소주맙 등과 같이 골절 예방을 위한 신약들이 등장했음에도 정작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아 아쉽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환자들이 혈압, 혈당 수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경각심을 가질 수 있지만, 골다공증은 검사가 쉽지 않고 증상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관리가 더 어렵지 않나 싶다.

골밀도는 한 순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들이 이를 인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골다공증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크게 개선됐음은 분명하다. 골대사학회가 30년 넘게 대국민 홍보에 나섰던 것이 인식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수명의 증가로 많은 국민들이 가족이나 친지 중 골다공증이나 골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목도하고 있다. 이제는 골다공증, 골감소증이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 된 것이다. 관련 제도를 본격적으로 손 볼 시기가 도래했다.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특히 골절 환자들의 수술도 많이 진행했을 것 같다. 골다공증 골절 환자들은 일반 골절 환자들과 차이가 크나.

차이가 바로 보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수술에 들어가면 그 차이는 더욱 명확하다. 튼튼한 뼈는 못이 잘 안박히는데, 연약한 뼈는 못을 박아도 고정이 안된다. 그러다보니 실패율도 높다. 정교한 수술을 요하는 게 골다공증 환자의 골절 수술이다. 그러다보니 골다공증 환자의 골절은 사망률이 암보다 높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1년 사망률이 50세 이상은 17%인데, 70세 이은 25%가 넘는다.

-다른 국가의 골다공증 질환 관리에서 차용할 점은 없나.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골다공증, 근감소증, 관절 질환을 하나로 묶어서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로코모티브 신드롬이라고 부르며, 지역 사회에서부터 노인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로 인해 노인의 활동성이 중시되면서 신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뼈, 관절 장애를 사전에 해결하고자하는 노력이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일본 내에서는 노인 골절 발생률이 감소하고 있다.

골다공증 관련 골절은 노인 활동성 크게 저하시킨다. 고관절 골절 환자의 32% 정도는 집밖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정상적 활동은 39%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우리나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노인 활동성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AI, 인터넷 등 디지털의 발달한 만큼 골다공증 등 노인 건강 관리가 (일본 보다) 더 용이하지 않을까 싶다.

-골대사학회의 향후 활동 계획도 궁금하다.

골대사학회는 대사, 뼈, 근육 관련한 임상과 기초가 조화롭게 연구하고 정보를 나누는 대표적 학회다. 특히 올해는 학회지가 SCI 등재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여기에 학회지가 SCI급으로 인정을 받으면 국제적 학회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또 유튜브 등을 이용한 대국민 홍보와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한 홍보활동도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밖에 온라인을 이용한 일선 의료진 교육 프로그램을 더 활발하게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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