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본부, 간호사 30여명 참여한 ‘현장간호사 증언대회’ 개최
현장 간호사들 “감염병 간호인력기준 수립됐지만 현장에 변화 없다”
간호인력인권법, 상임위 올라갔지만 논의조차 안 되고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전선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간호사들이 간호 인력 부족 상황을 증언하기 위해 마이크를 들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환자를 위한 최선의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선 ‘간호인력 인권 향상을 위한 법률(간호인력인권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현장 간호사들이 간호 인력 부족 상황을 증언하기 위해 '간호인력인권법 제정 촉구 현장간호사 증언대회'를 개최했다.(사진제공: 의료연대본부)
코로나19 현장 간호사들이 간호 인력 부족 상황을 증언하기 위해 '간호인력인권법 제정 촉구 현장간호사 증언대회'를 개최했다.(사진제공: 의료연대본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와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21일 오후 2시 ‘담당 환자 수가 1명이라도 적었더라면…간호인력인권법 제정 촉구 현장간호사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코로나19 전담 병동, 재택치료센터 등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간호하고 있는 6명의 현장 간호사들이 직접 나서 간호 인력 부족의 어려움을 전달했다.

이들은 간호 인력 부족으로 인해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적절한 처치를 할 수 없을뿐 아니라 간호 인력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간호사들의 노동 강도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대구 신천지발 1차 대유행부터 올해 4차 대유행까지 코로나19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던 칠곡경북대병원 이현정 간호사는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누워 있는 환자들은 욕창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2시간마다 환자의 자세를 바꿔주는 체위변경을 시행해야 하지만 간호사 1인당 1명의 중환자를 돌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시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이런 환자가 배설을 하게 되면 의식이 없는 중환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가 모든 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의 기저귀를 확인하고도 같이 기저귀를 갈고 체위변경을 할 인력이 없어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간호사는 “코로나19 병동의 경우 중환자실 보다 훨씬 많은 환자를 간호사 1명이 봐야 하며, 위드 코로나 이후 환자의 중증도와 간호요구도가 높아지며 현장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환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당연히 간호 인력이 더 필요하고 충원돼야 하지만 법제화가 되지 않아 인력 확보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코로나19 간호인력기준을 세웠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인력 체계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김경오 간호사는 “보라매병원 코로나19 병동의 경우 간호사 1인당 환자를 9명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지난 9월 감염병 간호인력기준이 수립됐지만 현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증언했다.

김 간호사는 “간호 인력을 어디서 투입할건지에 대한 대책이 없어 간호사들은 메뚜기 스케줄로 뛰고 있다”며 “심지어 환자를 보다가도 코로나19 병동에서 기관 삽관을 해야 하는 환자가 있다는 말에 10분 만에 코로나19 병동으로 근무하러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간호사는 “위기대응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명이 보건복지부 감염병 간호인력 기준인 간호사 1인당 환자수 0.6명보다 3배가 넘는 환자 2~3명을 보고 있다”며 “간호사들은 밥 먹는 1시간을 빼고는 근무시간 8시간 중 7시간을 격리병실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하며 환자가 위험에 빠지는지 아닌지 관찰하는 정도로만 간호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병동의 간호 인력 부족 문제는 환자들을 실제로 대면하는 병원뿐 아니라 재택치료센터까지 이어지고 있다. 재택치료 담당 간호사들은 1명 당 100명 이상의 환자를 돌보며 환자 상태가 언제 악화될지 노심초사하며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현재 수도권에서 일하고 있다는 재택치료 담당 간호사는 “재택의료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간호사 1명당 100명 혹은 그 이상의 환자를 관리해야 하고 각 협력병원이나 보건소의 재택치료 등록환자수는 최대가 정해져 있지 않아, 낮과 밤 가릴 것 없이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고발했다.

그는 “실제 응급환자와 계속 모니터링이 필요한 환자에 집중하느라 무증상 환자에게는 하루에 한 번 전화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무증상이었던 환자가 갑자기 체온이 오르거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경우 늦게 발견돼 처치가 늦은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는 재택치료 협력병원에 대한 지원금은 더 늘리면서도 의료인력 충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며 “정부에서 권유하는 재택치료 의료진 수는 의사 1~2명, 간호사 3~5명인데 확진자가 더 폭증했는데도 이에 대해 변화가 없다”고 했다.

이에 현장 간호사들은 열악한 간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축소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간호인력인권법 심의를 촉구했다. 현재 간호인력인권법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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