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20일 건강정보 인포데믹 대응 토론회 개최
대중매체 건강정보 모니터링·가이드라인 제시해야
잘못된 정보 유통하는 의사 "의협이 강력 대응 나서야"
정부-전문가-시민단체 연합 거버넌스로 공동 대응 제안도

의사 등 의료 전문가가 일으키는 건강정보 인포데믹(infodemic)을 막기 위해 전문가 스스로 정보 유통을 감시하고 자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를 중심으로 정부, 시민단체와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해 인포데믹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지난 20일 대한의사협회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이 공동주최한 '건강정보 인포데믹의 문제점과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만연한 인포데믹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건강정보분과 명승권 부위원장은 의협 등 전문가단체가 각종 매체를 통해 퍼지는 잘못된 건강정보를 바로잡고 그 생산을 원천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명 원장은 "TV 건강 프로그램, 신문의 의학 관련 기사, 건강 관련 도서가 제공하는 정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검증해야 한다"며 "만약 근거가 부족한 내용이 있다면 즉시 시정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명 원장은 "이들 매체가 건강정보를 생성할 때 따를 수 있는 올바른 가이드라인도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잘못된 건강정보 생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책도 필요하다"며 "정부 관련 부처에서는 잘못된 건강정보 생산을 통제하고 처벌하는 정책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잘못된 정보 상당수가 의사 등 의료인을 통해 제공되는 만큼 의협이 이들을 더 강력하게 규제하고 처벌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협에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서 '괴물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산부인과 전문의를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대중매체에서 제공하는 잘못된 건강정보 상당수가 의료 전문가 이름으로 생성된다. 그리고 이 잘못된 정보가 상업적으로 연계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우리 사회에서 의료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높지만 이를 이용해 오히려 신뢰를 떨어트리는 행위가 만연함에도 관리되지 않고 있다"며 "의협이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출신인 의학전문출판사 꿈꿀자유 강병철 대표는 "의협에서 현대의학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심어주는 발언이나 행동을 충분히 규제하지 않는다. 이런 학회들이 활동하면서 연수 평점까지 인정받는 상황"이라며 "의협은 신속하게 정정된 정보를 제공하고 의협 회원이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면 즉시 징계 등 경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부와 의료전문가, 시민사회가 인포데믹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거버넌스를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한의사협회와 신현영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건강정보 인포데믹에 정부와 전문가가 공동 대응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사진 출처: 대한의사협회 유튜브 토론회 영상 캡처).
대한의사협회와 신현영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건강정보 인포데믹에 정부와 전문가가 공동 대응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사진 출처: 대한의사협회 유튜브 토론회 영상 캡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철주 교수는 인포데믹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의료정보 거버넌스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주도 규제나 완전한 자율 규제가 아닌 전문가 집단, 학계,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정부가 측면에서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질병관리청 등 국가 기관 주도는 정보 통제나 표현의 자유 억압 같은 새로운 차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완전한 자율 규제에 맡기기에 의료정보 영역이 요구하는 전문성이 높다"면서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의협이나 언론단체, 시민단체가 연합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 인포데믹 사태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국민이 잘못된 정보를 이용하는 심리를 이해하고 눈높이에 맞춰 정보를 제공하는 소통 전략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강한 어조를 쓸수록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며 "'왜 과학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느냐, 합리적으로 사고하라'고 하기보다 불안하고 공포에 빠진 국민의 심리에 공감하고 보살피는 소통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조주희 암교육센터장 역시 "국가나 의료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가 국민 입장에서 너무 어렵다. 국민의 이해 능력 정도를 고려해 교육자료나 건강정보를 만들어야 한다"며 "디지털 미디어가 잘못된 정보 유통의 온상인 만큼 매체에 맞춘 접근 방법이나 형평성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질병청이 전담 조직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전문가와 더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질병청 이선규 만성질환예방과장은 “정보가 제한된 감염병 사태에서 내가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짜뉴스로 이어진다. 만성질환 분야에서는 오랜 고통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환자를 잘못된 정보로 이끈다"며 "이런 국민의 감성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전략을 세우겠다"고 했다.

이 과장은 "질병청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해 국민 인식을 개선하고 실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건강정보포털' 같은 창구를 통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정보 신뢰성과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의협, 각 전문학회 등 현장 전문가와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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