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베드 알람 대표, "디지털 채널 확대 등 변화 시도 시장 적중"
"종양 분야 등 스페셜티케어 전문기업으로 재탄생…독보적 존재될 것"

한국머크가 스페셜티 케어 전문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1차 의료(primary care)에 의존하던 옛 모습을 지우고 면역항암, 종양, 신경면역, 난임, 내분비 질환 등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가장 높은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것.

이에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자베드 알람(Javed Alam) 대표를 만나 머크의 새로운 비전과 함께 한국시장에서의 머크의 행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들었다.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자베드 알람(Javed Alam) 대표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자베드 알람(Javed Alam) 대표

-공교롭게도 한국지사 대표로 부임한 지난 2년이 대부분이 코로나19 사태와 겹쳤다. 경영과 생활이 쉽지 않았을 텐데.

지난 2년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머크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했고,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잘 진행하며, 환자를 위한 제품 공급도 원활하게 유지함으로써 비즈니스 성장까지 이뤄낸 2년이 성과라고 생각한다.

한국머크 바이오파마는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스페셜티 케어 분야에 집중해 보다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제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업무를 원활하게 잘 추진했다. 또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고객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며 수시로 상황을 안내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이어갔다.

특히, 머크 바이오파마 직원들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임직원들의 건강 보호는 매우 중요했다. 병의원을 방문하는 직원들도 있기 때문에 더욱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에 차질이 없도록 신경을 썼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영 지표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는지.

흥미롭게도 전혀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10% 이상의 성장을 보이는 등 가장 성적이 좋았던 2년이었다. 이러한 성장이 가능하게 된 것은 신제품 출시들도 있었지만 기존 제품들이 상당히 선전한 것도 도움이 됐다.

특히 조직문화에서도 스페셜티 케어 위주 비즈니스 모델의 재편과 디지털화에 상당히 많은 중점을 뒀다. 이를 통해 기존에 하나였던 디지털 채널이 현재는 웨비나, 웹사이트, 웹미팅 등 8개까지 늘어났다. 회사의 구조 측면에서도 여러 변화를 추진했고, 이러한 다양한 노력들이 다행스럽게도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잘 적용된 것 같다.

머크는 코로나 전에 한 발 앞서 멀티 채널 마케팅(Multi-channel Marketing)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1년 이내에 기존 대비 멀티 채널 마케팅 활동이 25배 늘어난 상황이다. 이는 한국머크 바이오파마가 이 분야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결과이며 그 효과가 비즈니스 성과로 나타났다고 본다.

-부임과 동시에 만성질환사업부 매각 등 기업의 체질 개선을 일궈냈다. 어떤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머크 글로벌 헬스케어의 목표는 세계적인 특화 혁신기업(Global Specialty Innovator)이고, 한국에서도 가장 혁신성이 높은 스페셜티 케어 전문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비즈니스 모델을 비롯한 회사의 구조, 구성 등에서 다양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머크의 비전과 이어지는 회사의 사명, 미션 등에 대해서 내부 임직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공감대를 이뤄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1차의료(primary care)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들에 의존했던 것은 맞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적인 특화 혁신기업 (Global Specialty Innovator)으로, 특화된 전문 진료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스페셜티 케어는 진단하기도 어렵고, 치료하기도 어려운 분야인 희귀, 난치성 질환 분야를 의미한다. 이 분야는 환자의 수도 상대적으로 적고, 치료하는 전문의도 적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가장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 머크는 스페셜티 케어 중에서도 면역항암, 종양, 신경면역, 난임, 내분비 질환 등 총 4개의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기존 종양 사업부의 경우는 '얼비툭스'라는 제품이 선전하고 있었다. 여기에 스페셜티 케어 리더로 거듭나겠다는 목표 아래 화이자와 손잡고 '바벤시오'라는 면역항암제를 출시하기도 했다. 바벤시오는 메르켈세포암에 적응증을 가지고 있는데, 메르켈세포암은 희귀암이다 보니 기존 5년 생존율이 0~20% 미만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벤시오를 통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신경면역 분야는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인 '마벤클라드'가 대표적이다. 다발성 경화증은 인생에서 전성기 시대라고 할 수 있는 2030 세대 여성에게 많이 발견돼, 치료와 생활의 어려움을 많이 겪는 질병이다. 그러나 마벤클라드는 2년 동안 20일만 복용하면, 나머지 2년은 추가로 복용할 필요가 없는, 상당히 간편하고 획기적인 용법을 가진 치료제다. 직장생활로 주사를 맞거나 약을 챙겨 먹기 어려운 젊은 여성 환자도 2년 동안 20일 정도만 복용을 신경 쓰면 되고, 이후에는 정기적인 병원 방문을 줄이는 대신 자유로운 일상생활이 가능해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다.

난임 분야 역시 머크가 글로벌 리더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배아 배양기, 유리화 동결 장비, 세포 배양 배지, 호르몬 치료 등을 전방위적 포트폴리오를 공급하고 있다. 실제로 머크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전세계 약 400만명의 아기 탄생에 기여하기도 했다. 난임 분야에 있어서는 지금보다도 더 맞춤화된 치료를 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더욱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분비질환 분야에서는 어린 환자들이 편하게 투여량을 설정하고,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알루에타펜을 작년에 출시했고, 캐릭터 게임의 개념을 접목시킨 어플리케이션 이지포드 AR을 도입해 환자들의 질환에 대한 인지도나 접근성을 개선했다. 디지털화를 통해 환자 의사간 데이터 공유 및 환자 순응도의 확대는 최근 머크가 선도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자베드 알람 대표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자베드 알람 대표

-한국시장에서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구별되는 '특화'를 꼽는다면.

본사에서 개발하는 훌륭한 파이프라인 제품들에 대한 한국 환자들의 접근성을 극대화시킬 것이다. 글로벌 머크는 전체 파이프라인이 풍성해질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머크가 개발하는 모든 혁신적인 솔루션, 제품, 기술 등이 한국 환자들에게도 최대한 신속하게, 폭넓게 제공될 수 있도록 빠른 국내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

두 번째로는 한국 내 인재 양성과 혁신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내부 직원들의 글로벌 무대로의 진출을 돕는 한편, 이를 통해 한국에서 다양한 혁신들이 추진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더 나아가 외부 파트너사들의 혁신을 돕고, 이를 통해 머크가 파트너로서 함께 성장하는 것도 중요한 방향이다.

세 번째로는 한국의 기여도와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연구나 임상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현재 머크 글로벌 임상 프로그램이 20개 정도인데, 주요 7개 프로그램을 포함해 현재 한국이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 개발과 임상 단계에서 많이 참여하고, 기여함으로써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고,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넓혀갈 예정이다. 한국머크 바이오파마의 비전은 단순히 신제품 출시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 그 이후까지 폭넓게 바라보고 있다.

그 에 초기 단계의 혁신에도 한국의 기여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유망한 스타트업 벤처 회사들을 찾아서 머크의 혁신 프로그램과 연동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총 12개의 전세계 벤처 회사들이 머크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Merck Accelerator program)의 혜택을 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은 머크로부터 자금 지원, 연구비 지원을 받거나, 멘토링, 코칭 프로그램 등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비전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또 반대로 해당 회사들이 머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올해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국내 헬스케어 산업에서의 역할과 활동 계획은.

코로나19 사태로 얻은 교훈이 있다면, 헬스케어 산업의 중요성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헬스케어 산업을 주요 의제로 삼을 만큼, 전세계적으로 헬스케어 산업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앞으로 헬스케어 산업에서 긍정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혁신적인 변화가 있더라도, 그 혁신이 제대로 가치를 발휘하고,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은 환자들과 만났을 때라고 생각한다. 즉, 환자들에 대한 접근성이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한 가지 바람은, 머크 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전세계의 어떤 주체가 혁신적인 것을 개발해 냈을 때 한국의 환자들이 혁신성에 대해 최고의 접근성을 가장 빠르게 확보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열심히 만들어 내는 혁신이 가장 빛을 발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약가제도가 중요한데, 이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약가는 비용효과성을 기반으로 해서 결정되는데, 국가별로 비용효과성에 대한 관점들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KRPIA의 기본적인 방향성은 최대한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환자들도 혁신적인 제품들에 대한 접근성을 합리적인 가격에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KRPIA의 목표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바벤시오가 최근 요로상피세포암에 대해 허가를 받았는데, 급여를 위해 적응증에 대한 비용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 자체가 상당히 화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 한국머크 바이오파마와 한국화이자가 정부와 많은 논의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대한 빠르게 환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설득력 있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국 지사 대표로 역임하는 동안의 장단기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한국머크 바이오파마의 비전과 미션이 제대로 잘 실행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단순성(Simplicity), 책임감(Accountability), 실행력(Execution)을 조직 문화의 모토로 삼고 있다. 이 비전과 미션이 말로 끝나지 않고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 이와 같은 테마들에 집중해 실행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머크의 혁신적인 파이프라인과 제품이 최단시간 안에 한국 환자들에게 전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한국의 의료진을 비롯한 사업 파트너들에게 종양학, 면역항암, 신경면역, 내분비학과 난임 분야 모두에서 한국머크 바이오파마가 어떤 것을 해내는지 계속 지켜봐 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싶다. 당장 해당 분야에서 크고 굵직한 제품들을 당장 선보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주력 분야들에 대해서는 혁신적이며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들과 솔루션들을 선보일 예정이니 머크의 포트폴리오에 대해서 계속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