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일 교수, "차세대 경피약물전달 시스템 각광…국내서도 개발"

경피약물전달시스템 중 하나인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존에 주사제형으로 투여하던 인플루엔자 백신 등이 패치형으로 개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이목이 집중된다.

연세대 생명공학과 정형일 교수.

2일 첨단의료바이오연구원이 주최한 ‘제3차 융복합 의료제품 안전기술 전문가 포럼’에서 연세대 생명공학과 정형일 교수는 ‘마이크로니들 국내외 개발 현황 및 미래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정 교수는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개발 기업 ‘주빅’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마이크로니들은 수백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 바늘을 이용해 우리 몸에 약물을 전달하는 경피 약물전달 시스템이다. 피부 각질층을 통과해 유효 성분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마이크로니들은 경구제와 비교할 때 간초회통과(First pass mechanism, 위장관에서 흡수된 약물이 전신으로 순환하기 전 간에서 먼저 대사되는 것)를 회피함으로써 높은 생체이용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또 주사기로 인한 통증과 환자의 거부감을 경감시켜주고, 경피흡수제 중 도포식 제형에 비해 약물전달 효율이 높고 거대분자 물질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 교수는 “전체 인구의 10%가 주사기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이러한 점을 극복할 수 있고 자가 적용 또한 가능해 차세대 경피약물전달 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2010년도 이후로 국내에서도 꾸준하게 연구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니들 시장 규모는 현재 2020년 2억1,000만 유닛에서 연평균 6.9% 성장해 2030년에는 4억2,000만 유닛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 교수에 따르면, 현재까지 개발된 마이크로니들은 ▲Hollow ▲Solid ▲Coated ▲Dissolving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정 교수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 종류별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현재 개발 현황을 달리하고 있다.

가장 먼저 개발된 Hollow 방식은 기존의 주사기와 같이 구멍이 나 있어 내부 채널을 통해 액상 약물을 전달하는 것으로, 마이크로니들 중 정량 및 고용량의 약물 전달이 가능하나 생체적합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정 교수는 “Solid와 Coated 방식은 타투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며 “피부에 미세구멍을 뚫어 그 구멍으로 약물을 바르거나, 또는 바늘에 미리 약물을 코팅해 주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제작 난이도가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달 용량에 한계가 있고 표면에 노출된 약물의 변성 가능성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는 용해성 고분자와 약물을 혼합해 마이크로니들을 만드는 Dissolving 방식도 등장했다. 물리적인 강도를 지니기 위해 고분자를 활용하며, 피부에 부착할 경우, 체액에 의해 용해되며 약물을 방출하는 원리다.

정 교수는 “의료폐기물이 나오지 않고 생체적합성이 높다는 점이 장점이나, 탑재할 수 있는 약물 용량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모든 종류의 마이크로니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라고 언급했다.

그간의 연구 동향을 살펴볼 때 산업계에서는 학계에 비해 Hollow와 Coated 방식 연구 비중이 높고 생체분자와 백신 전달 기술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에 이어 한국이 마이크로니들 연구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나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과거 먼저 개발된 Hollow와 Coated 방식에 대한 많은 연구가 축적됐기 때문이라며, 최근에는 Dissolving 방식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외에서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탑재한 Dissolving 방식의 마이크로니들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텍 연구진과 미크론 바이오메디컬(Micron Biomedical), 벡사스(vaxxas) 등이 주도해 1상 임상시험을 완료, 평가를 수행 중이다. 결과에 따라서는 주사바늘 통증, 의료 폐기물 발생 등 기존 주사 제형 백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국내에서는 라파스, 쿼드메디슨, 주빅 등이 마이크로니들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 개발 기업들이 극복해야 할 기술적 한계도 있다.

정 교수는 “쿼드메디슨의 경우, 연구 과정 중 불완전한 경피 삽입 문제가 관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성공적인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마이크로니들 형상 및 적용법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공정 중 약물 활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수용성 뿐만 아니라 지용성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의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해선 학계와 기업이 협업해 기존 연구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강조하며 “세계 연구 동향 및 시장 규모 성장에 발맞춰 임상평가 및 품목허가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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