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진단검사의학회, 지난해부터 자동화 장비 도입 검토
로슈진단 등 3개 기업 만나 진단시약 공급량 등 파악
자동화 장비용 진단시약 하루 1만건도 공급 못하는 상황

코로나19 의심 환자 검체에서 검사에 필요한 정량을 채취하는 모습
코로나19 의심 환자 검체에서 검사에 필요한 정량을 채취하는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검사량이 급증하면서 자동화 장비 도입 요구가 나오지만 국내 공급 물량 자체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당국과 학회 차원에서도 진단검사 현장의 업무 부하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자동화 장비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국내 공급 가능한 자동화 장비 진단시약 물량이 하루 1만건도 되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하루 20만~25만건씩 코로나19 RT-PCR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1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자동화 검사 장비를 도입하고도 하루 검사량의 20분의 1 정도인 1만건 밖에 소화할 수 없다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자동화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는 로슈진단과 홀로직(Hologic), 애보트(Abbott)로 모두 미국 기업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자동화 검사 장비 도입을 위해 이들 기업과 만나 국내 공급 가능한 진단시약 물량 등을 파악하는 작업을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해 왔다. 그러나 기업별로 한국에 공급할 수 있는 자동화 장비용 진단시약이 하루 3,000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3개 기업에서 공급할 수 있는 진단시약이 하루 1만건도 안되는 셈이다.

이마저도 한꺼번에 공급하지 못하고 올해 연말이나 내년초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게 기업 측 입장이다. 지금도 여전히 하루 4만명 가까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미국 등에 우선 공급하기 때문이다.

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대응TF 간사인 홍기호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자동화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가 전 세계에 3곳 있다. 로슈진단의 장비는 국내에 20여대 들어와 있고 나머지 2개 회사 장비는 한두 곳에서 쓰고 있다”며 “학회 차원에서 이들 회사 관계자를 만나 논의했지만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진단시약을 공급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현재 하루 20만건 정도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는데 자동화 장비 생산 회사에서 공급할 수 있는 진단시약 물량이 하루 1만건도 되지 않았다”며 “회사 한 곳당 한달에 공급할 할 수 있는 물량이 최대 10만 건이었다”고 했다.

홍 교수는 “자동화 검사 장비를 도입해 야간에도 검사를 진행하면 좋지만 진단시약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장비 한 대의 가격도 몇 억원씩 해서 대형병원이 아니면 구입하기도 힘들다. 비싼 장비를 도입해서 쓰고 싶어도 진단시약이 부족해 현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방역 당국과 논의해서 필요하다면 긴급사용승인도 검토했겠지만 하루 1만건 공급도 10개월 뒤에나 가능하다고 하니 긴급사용승인의 의미가 없었다”고도 했다.

홍 교수는 이어 현 상황에서는 취합검사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취합검사법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현 시점에서는 최선이다. 하루 20만건으로 검사량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취합검사 덕분”이라며 “현재는 검체 채취 인력이 부족해 그 분야 업무 부하가 큰 상황이다. 검체 채취 인력 확보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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