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완화 추진하다 상황 반전
관리체계 없이 자가검사키트 허용
현장에서 느끼는 ‘방역망 구멍’
“자가검사키트로 확진자 못 걸러”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얘기하던 상황이 하루 만에 돌변했다. 그리고 방역 체계 교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도입된 자가검사키트가 증폭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6일 746명이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일 1,212명으로 하루 사이 466명이나 급증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14일에는 1,600명대를 돌파했다. 700명대를 유지하던 신규 확진자가 하루 만에 1,200명대로 올라가자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했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얼마 전까지 방역 조치 완화만 얘기했다. 그리고 잘못된 신호를 줬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신속항원검사를 기반으로 한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할 때부터 예상됐던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자가검사키트 도입 부작용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왼쪽 그림은 민감도 80%, 특이도 97%인 신속항원검사를 인구집단 1만명에 각각 적용할 때 코로나19 유병률에 따른 양성 예측도와 음성 예측도 차이. 오른쪽 그림은  출처: WHO 'SARS-CoV-2 antigen-detecting rapid diagnostic tests: an implementation guide'
왼쪽 그림은 민감도 80%, 특이도 97%인 신속항원검사를 인구집단 1만명에 각각 적용할 때 코로나19 유병률에 따른 양성 예측도와 음성 예측도 차이. 오른쪽 그림은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필수요소들( 출처: WHO 'SARS-CoV-2 antigen-detecting rapid diagnostic tests: an implementation guide')

자가검사키트로 생긴 ‘구멍’ 체감하는 현장

정부는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자가검사키트 제품 2개를 승인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민감도가 낮아 위음성(가짜음성)이 나올 확률이 높은 신속항원검사를 자가검사키트로 허용하면 방역망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지난해 12월 검체 680개로 신속항원진단키트를 검증한 결과, 민감도는 29%로 낮았다. 서울대병원이 실제 임상에 적용해본 결과 민감도는 더 낮아 RT-PCR 대비 17.5%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자가검사키트의 경우 검체 채취부터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검사 결과의 정확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자가검사키트가 약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지 2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제품을 허가한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방역 당국도 자가검사키트가 얼마나 판매됐고 검사 결과, 위음성이나 위양성률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모니터링 체계가 없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자가검사키트로 인해 생긴 방역체계 ‘구멍’을 체감하고 있다.

대한임상미생물학회에 따르면 병원에서 RT-PCR 검사를 받고 양성이 나온 코로나19 확진자 중 자가검사키트 사용자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문제는 위음성인 줄 모르고 활동하다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다. 반대로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는데도 RT-PCR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한임상미생물학회 김미나 이사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자가검사키트로 코로나19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다고 우려했다.
대한임상미생물학회 김미나 이사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자가검사키트로 코로나19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다고 우려했다.

“자가검사키트가 코로나19 깜깜이 확산 역할”

임상미생물학회 이사장인 김미나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4차 유행의 원인 중 하나가 자가검사키트 허용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가검사키트 허용이 코로나19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게 기가 막히다”며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선별진료소에서 확진된 환자 중 상당수가 자가검사키트로 이미 검사를 한 사람들이었다. RT-PCR 검사로 확진되자 자가검사키트에서는 음성이 나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음성이라고 안심하고 있었지만 주변인이 확진돼 역학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경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는데도) ‘웬만하면 숨기고 있을 텐데 업무상 RT-PCR 검사 결과가 필요했다’거나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와 2주 정도 조심하려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진나 5~6월 자가검사키트가 지역 사회에서 사용되는 동안 많은 확진자가 방역망을 벗어나 숨어 있었고, 그게 깜깜이 확산에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하려면 위양성률이나 위음성률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같이 운영하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체계 없이 그냥 시장에 풀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영국의 경우 코로나19 유병률이 너무 높아 신속항원검사를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보건 당국 관리하에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위음성이나 위양성이 너무 많아서 쓰지 않게 됐다”며 “최소한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면 증상이나 검사 결과를 정보기술을 이용해 방역 본부 데이터 베이스에 실시간으로 연동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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